목요일은 나무랑 사부작사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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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현장 가까이 들여다보기

'편백나무 만능정리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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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권50플러스센터 8층에는 「작은 목공실」이 있다. 작다는 이름과는 달리 웬만한 목공예를 위한 장비와 소품은 다 있다. 이곳은 50플러스세대가 나무와 벗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목공예품을 만들고,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보람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작은 목공실」

 

■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수강인원도 제한

장마가 잠시 주춤하던 8월의 어느 날,「작은 목공실」에 들어서니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편백 나무의 향이 은은하다. 이날은 나무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보는 <사부작 목공실> 프로그램이 시작된 날이다. 수강생들은 편백 나무를 재료로 한 만능정리함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수강인원은 5인(가족 포함 6인)으로 제한했고, 입장 전 발열 체크, 손 소독, QR 체크-인, 참석자 대장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도 마쳤다.

 

(왼)차지현 PM의 프로그램 설명 / (오) 전문강사가 자재를 소개하고 있다

 

■ 작은 공예품에도 공정관리가 중요

<사부작 목공실> 프로그램을 주관한 <나무 장난감 연구소>는 만능정리함을 만들기 위한 자재를 시간 관계상 미리 잘라놓았다. 남은 공정은 잘려있는 각각의 나무 부품을 접착제로 잘 붙이고, 구멍 뚫고, 나무못으로 고정하고, 매끄럽게 쌘딩(Sanding)하고, 사포로 다듬고, 나무를 인두로 태워 제작자 이름을 새기는 일이다. 쉽고 간단하게 보이는 공정이지만, 공정별로 차근차근 단계를 잘 밟아 나가야,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생기는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이날도 접착제로 붙였다가 다시 떼고 붙이는 수강생도 있었고, 구멍을 잘못 뚫어 처음부터 다시 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작은 설명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신이 직접 해 보니 세상에 역시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또 경험했다.

 

(왼)정확한 치수는 공정관리에서 중요 / (오) 드릴 사용도 직접 하니 쉬운 일이 아닌 듯

 

■ 목공예는 50플러스세대에게 적합한 분야

숲 해설가이기도 한 김지현 전문강사는 “나무는 자연적인 것으로 목공예를 할 때 자연과 접하게 되면서 나무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 차분하게, 착실하게, 집중하면서 할 수 있어 보통 50플러스세대에게 잘 맞아, 적합한 분야로 권장한다. “목공작업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재미를 느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목공예는 직접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왼)수강생마다 자신의 공정에 몰입하고 있다 / (오) 1시간쯤 후 정리함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

 

■ 목공예를 위한 장비도 직접 사용해 보고

만능정리함을 만들던 「작은 목공실」에는 크고 작은 장비들이 많이 있다. 수강생들은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기구를 이번 수강을 통해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언제 이런 장비들을 사용해 볼 기회가 있을까? 집에서 쓸 실용적인 물건을 직접 만드는데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장비를 몸소 써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 드릴로 구멍 내기, 크고 작은 여러 개의 구멍을 낼 수 있는 기계, 미세한 절단을 위해 사용하는 기계, 나무를 매끄럽게 다듬어 주는 쌘딩(sanding) 머신 사용하기, 그리고 나무망치로 못 박기, 조금은 익숙해 보이지만 평소에는 할 일이 없던 사포 문지르기 등이다.

 

(왼)나무못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기 / (오)알맞은 구멍을 만들기 위한 기계사용

(왼)쌘딩머신으로 나뭇결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 (오)달궈진 인두로 기념이 될만한 문구도 삽입

 

■ 마지막 공정까지 몰입하면서 내 작품이 탄생

목공예를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지나 수강생들이 만들었던 만능정리함이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몰입해서 무언가 해냈다는 것에 모두가 만족한 표정들이다. 특히 노원구에서 온 모녀 가족팀은 초반에 약간의 잘못이 있었지만, 심기일전해서 다시 시작하는 끈기 속에 완성품을 보란 듯이 만들어, 무척 행복해 보였다. 모녀간에 서로 물어보고, 확인하고, 함께 하면서 가족 간의 끈끈한 정 또한 깊어지는 모습이었다.

 

공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김지현 전문강사는 “나무 작품의 정수는 사포질에 있다.”면서 “내 볼보다 곱게 만든다는 기분으로 완성할 것”을 주문했다. 사람마다 작품의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은 미세한 부분(detail)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의 마지막 공정은 인두로 이름이나 기념될만한 문구를 새겨 넣는 과정이다. 먼저 연필로 쓰고자 하는 내용을 적고, 전기로 달궈진 소형 인두를 통해 나무를 정밀하게 태워 나가는 이른바 버닝(burning)작업이다. 자칫하면 데일 수도 있고, 다된 작품에 손상이 갈 수도 있는 과정이라 끝까지 차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날짜와 이름을 새겨 넣었다.

 

모녀 가족팀의 팀웍과 가족애가 느껴지는 모습

 

■ 제품보다 「나의 작품」을 만들었던 추억을 간직하며

수강생 5인이 만든 만능정리함은 모두 개인이 집으로 가져갔다. 아마도 집에서 그 목공예품을 볼 때마다 이날 함께 만들었던 일들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직접 만들었던 내 작품이기에 애착 또한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남성 수강생이었던 마포구에 사는 강OO 님은, 자신이 무언가 만들 수 있어서 너무나도 맘에 들었단다. 만드는 동안 쉽지는 않았지만, 강사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다른 여성 수강생은 “목공에 대해 막연하게밖에 모르지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무를 다룰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라며, 아이템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또, 다른 수강생은 과정을 하면서 불현듯 아빠 생각이 났다고 한다. “어릴 적 아빠가 나를 위해 무언가 만들어 주시느라 대패를 쓸 때 나무 냄새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나무 장난감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는 수강생은 “다양한 실용품과 장난감 등 기회가 되면 되도록 많이 참여해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왼)이것이 내가 만든 작품 / (오)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준 만능정리함

 

참석자 모두 나무 제품을 만들어 본 후의 소감을 말했지만, 특히 내가 직접 만든 내 작품이 하나 생겼다는 점에 모두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만능정리함 제작을 마치고 수강생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도「작은 목공실」안은 조금 전까지 수강생들이 몰입하며 작품을 창조해 낸 현장답게 사람들의 온기와 편백나무의 향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