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에서 ‘부지런함’을 담당해 온 개미가 ‘공포의 대상’으로 지난달 우리나라 부산항에 나타났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외래붉은불개미가 주인공이다. 다행히 이달 들어 추가 발견이 없고 외래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다소 과장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공포감은 누그러들었지만 외래종의 유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립생태원에 등록된 외래 동식물만 해도 2208종에 달한다. 이는 2011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외래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로는 다양한데, 외래붉은불개미처럼 어딘가에 묻어 들어오는 비의도적 도입도 있지만, 농업이나 식용으로 들어왔다가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퍼지는 의도적 도입이 더 많다. 지난 23일 서울 탄천에서 본 가시박도 그런 경우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 가시박

이날 탄천에서는 생태보전시민모임과 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함께 하천변 생태계교란식물을 조사하고 있었다. 수서역 인근 광평교에서 대곡교까지 2.6㎞ 구간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처음 광평교 아래로 내려오자 활동가 이형근(62)씨는 “가시박이 나무를 덮은 걸 보면 꼭 방공호 위장막 같다”며 여기저기를 가리켰지만 멀리 봐서는 그저 우거진 수풀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걷다보니 ‘식물 까막눈’인 기자도 금방 알아볼 만큼 가시박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가시박은 열매에 밤송이같은 가시가 촘촘히 박힌 박과 식물인데, 덩굴식물답게 주변에 지지할 곳이 있으면 감고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언뜻 봤을 때 잎이 무성한 줄만 알았던 나무는 가까이 보니 가시박에 칭칭 감겨있었다. 가시박이 땅에서부터 나무를 타고 족히 15m는 더 될 듯한 꼭대기까지 휘감고 있었다. 버드나무 10여 그루가 이씨 말처럼 누군가 위장막을 덮은 것처럼 한꺼번에 가시박으로 덮인 경우도 있었다.

활동가들을 이끌고 있는 김민수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물다양성팀장은 “가시박에 감긴 나무는 결국 햇빛을 받지 못해 고사된다”고 전했다. 덩굴손으로 휘감아 나무를 말려 죽인다니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칭이 과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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