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약자의 지하철 이용이 편해지는 그 날까지_50+인식개선캠페인활동가

 

그물망처럼 건설된 지하철 덕분에 서울과 경기 일원 거주자는 온양온천도, 여주 신륵사도, 인천공항도 빠르고 값싸게 갔다 올 수 있다. 그러나 두 개 이상 노선이 모이는 환승역을 이용하려면 오르락내리락하며 표지판 찾으랴, 엄청난 인파를 피해 다니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비장애인도 환승역에선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인데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은 오죽할까.

 

그래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50+인식개선캠페인활동가가 나섰다. 2개조 6명의 활동가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어떤 장애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상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해, 5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한다.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 지하철 환승역을 다니며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를 만들기에 필요한 보고서를 쓴다.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안전하고 장벽 없는 서울시 지하철 이용을 위해 '협동조합 무의(muui)'가 협업하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인 7월 중순, 공덕역에서 활동가 네 분을 만났다. 1조 조장 장철수, 조원 이순남과 조순길 활동가 외에 2조 조장 안민경 활동가가 지원 나왔고, 무의에서 디자이너 이예지나씨가 파견되었다.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가 만나는 공덕역은 비장애인에게도 미로나 다름없는 역이라, 종로3가역에서 휠체어를 찾아 지하철을 타고 공덕역까지 가져오는 데도 적지 아니 힘들었다고 한다.

 

조장이 4개 노선을 어떤 순서로 환승해볼지, 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라 장애인 휠체어 표시를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5·6호선을 이쪽저쪽 4번 환승해보는 데만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엘리베이터를 여러 번 갈아타야했고, 그나마 정확한 안내 표시가 없거나 너무 작아, 휠체어를 탄 낮은 시선에선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 세 분을 만났는데, 그분들도 우리처럼 우왕좌왕 했다. 30도 경사로를 오르내리려면 바를 붙들고 용을 써야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지하철 봉사원이나 어르신들이 거들려 하기도 했다.

 

의논하고 기록하며 겨우 2개 노선을 마쳤을 때, 기자는 완전 기진맥진해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그동안 신설, 용산, 삼각지, 이수, 모란, 천호역을 다녔는데, 미진하면 다시 가보는 등 현장 조사만 5~6시간이 걸린단다. 사전 조사하고, 조 별로 맡은 사항을 숙지하고, 휠체어 타고 확인하고, 보고서를 만들기까지 땀과 시간 투자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겨우 교통비 정도만 받는 사회공헌활동이라니.

 

   


앉을 데가 없어 구석에 선채로 네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니니 성실하게 하면 되지요."

"장애인들이 데모하고 그럴 때 왜 그럴까, 시끄럽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보니 그분들께 죄송하고,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이 생겼다고 할까요?"

"지상에는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지하에는 없잖아요? 우리가 환승 내비게이션을 만들어 장애인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게 보람이지요."

 

   


특히 장철수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둘째 아이가 언어와 신체 발달이 늦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마음고생 하던 때가 있었어요. 사회적 약자 문제가 오롯이 개인에게만 짐 지워지고 인식되니 감당하기 힘들었지요. 언젠가 여건이 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시작이 교통 약자 인식 개선 활동이 되었습니다. 교육받을 때, 우리 모두 언젠가는 교통 약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절대 공감했습니다. 지금은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 제작일지 모르나, 미래의 나를 위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5%가 장애인이며, 장애인 267만 명 중 65세 이상이 47%고, 장애 원인의 88% 이상이 후천적이라고 한다. 50+전문사회공헌단 육성지원사업(50+기록가, 제비모니터링 활동가, 하천생태모니터링활동가, 인식개선캠페인활동가) 중 50+인식개선캠페인활동가가 50+세대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 건 이런 통계 때문이다. 앞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30여 명 넘게 지원했지만, 도중 하차로 6명만 남았다는 50+인식개선캠페인활동가의 노고를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