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⑨

맛집탐방의 자유시간 

 

여행 4일차 아침부터 주어진 자유시간. 우리 2 모둠은 영진해변으로 향했다. 그제 바다는 잔잔했으나 오늘의 바다는 파도가 꽤 세다. 강릉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강릉 바다. 서울 촌놈인 나는 이런 변화가 좋다. 온통 드라마 도깨비의 흔적으로 가득한 영진해변은 경포해변보다 젊다. 파도가 세서 들어가지 말라고 쳐놓은 빨간 줄 사이로 젊은이들은 연신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밉게 보이기도 하련만 바다가 주는 관대함에 그냥 부럽다. 보는 눈만 없으면 나도 살짝 그 줄을 넘어가서 상상의 공유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대련만 일행이 있고 나이가 있어 차마 그 줄을 넘어보지 못했다. 줄은 금기. 역시 순종적으로 살아온 내 삶의 연장인가. 한 번 넘어보고 올 걸 사진도 찍을걸. 여행은 도전이라는데 그 줄 하나 넘어보지 못하고 온 내가 한심하다. 법을 지켰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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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유시간은 당연히 먹방 투어. 영진 해변에 위치한 초당 순두부 젤라또로 시작했다. 순두부 젤라또라니 이상할 것도 같지만 과감히 도전! 옥수수 맛과 순두부 맛 두 가지를 선택했다. 2층에 자리 잡으니 바다가 또 다르게 보인다. 창을 통해 보는 바다는 액자 안에 들어간 듯 멋있다. 해리포터의 움직이는 엽서처럼 움직이는 바다를 담은 액자. 바다는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는 바다를 기억시키고. 맛있지만 살짝 한기를 느낄 때 주인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카모마일 차를 서비스로 주었다. 햇살이 비칠 때의 강릉 날씨처럼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며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공유도 김고은도 보이고 젊은 연인들도 보인다. 다양한 모습의 바다를 가진 강릉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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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으로 이동 박이추 선생님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어눌한 선생님의 말투는 외국어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팔자와 운명이 바뀌기를 기대하며 선생님의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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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인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름은 횟집이나 미역국으로 유명한 장안횟집. 윤피엠님 추천. 우럭미역국. 물회, 회덥밥 골고루 맛있었다. 보헤미안의 감동을 못잊고 다시 보헤미안으로 이동. 박이추선생님이 직접 내려주신 게이샤커피와 블랜딩 커피를 마셨다. 보헤미안에서 보이는 바다는 멀다. 멀어서 아련하고 멀어서 조용하다. 선생님의 커피처럼 강릉의 타르트를 먹으러 초당타르트 집으로 향했다. 타르트는 왠지 서울의 강남에 있는 유명한 가게보다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지만 기우였다. 충분히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강릉은 커피가 발달하다보니 디저트도 맛있는 동네가 되어버린 것 같다. 6종류의 타르트를 파는 집이었고, 우리는 6종류를 모두 시키는 플렉스를 했다. 모둠원이 마침 4명이라 4등분해서 타르트를 먹으면서 즐거웠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스케쥴 대신 그저 하염없이 키득거리는 이 시간의 여유가 좋다.

 

어제저녁으로 먹었던 감자적1번지 방문. 또다시 먹으러 가자는 말에 신선생님은 기함을 하셨으나 배가 부르다고 감자적을 안 먹고 어찌 강릉을 다녀갔다 하겠는가. 우리는 호기롭게 감자적,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그리고 도토리전까지 시켰다. 어제 저녁엔 장칼국수와 도토리들깨수제비를 먹느라 배불러서 먹지 못한 메뉴들을 시켜 먹었다. 여럿이라 가능한 주문이었다. 강릉엔 세련된 커피도 있고 타르트도 있지만 감자적과 메밀전병 최고. 향토적이고 순박한 맛에 역시 다시 오길 잘했다고 떠들어댔다.

 

하루 종일 주어진 자유 시간을 강릉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함께 보냈다. 무엇보다 강릉에 내려와 함께 사귄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좋았다. 급히 사귄 여행 친구들이라서 서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함께 웃고 먹고 떠들며 나이와 성별을 잊고 그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즐겁고 행복한 자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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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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