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평창의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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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홀로 다녀온 평창과 정선의 여행지 중 숙소 한 곳과 방문지 2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정선, 도롱이 연못

1970년 탄광 갱도가 지반 침하로 생성된 아담한 연못이고, 해발 1,000m 넘는 고지의 작은 연못입니다. Jtbc 갬성캠핑에서는 이곳을 한국의 핀란드라고 소개했었습니다. 핀란드 숲속에 온 것 같고, 진짜 동화 속 나라 같기도 하고, 요정도 나올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광부 아내들이 이 연못에 도룡뇽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남편의 생사를 가늠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연못입니다.

 

 

1970년대 탄광 갱도가 지반침하로 생긴 생태연못으로 정선군 사북탄광에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이 연못에 살고 있던 도룡뇽에게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였다고 하여 도롱이 연못이라고 불리었습니다. 연못에 살고 있는 도룡뇽이 생존하는 한 탄광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서, 광부의 아내들은 항상 도룡뇽의 서식여부를 확인하였고, 도룡뇽을 발견하면 무사고의 징조로 알고 안심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도룡뇽이 알을 낳는 봄철에는 연못 주변에는 사계절 야생화가 만발하여 더욱 아름답습니다. <도롱이 연못 소개 안내문 中>

 

사방이 침엽수로 둘러싸여 있고 그 숲에 자리잡은 연못에 비친 반영까지 너무 아름다워, 숲속 깊숙이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곳입니다.

 

 

■ 밀브릿지

밀브릿지(millbridge)는 우리 말로 방아다리를 뜻합니다. 밀브릿지를 설명할 땐 ①방아다리 약수, ②전나무 숲길, ③건축가 승효상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 없습니다.

 

①방아다리 약수는 경상도 노인이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이곳까지 흘러와 숲속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도인이 나타나서 이곳에서 노숙을 하는 이유를 물었고, 이에 자신의 병을 고쳐 달라고 애원을 하니 당신이 누운 자리를 파라고 해서 열심히 땅을 팠더니 물이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물을 마셔보니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나는 듯해 며칠을 묵으면서 그 물을 마시고 병이 없어져 감사한 마음으로 이곳에 산신당(우측)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곳 방아다리 약수에는 탄산과 철분, 30여종의 무기질이 들어있어 위장병, 빈혈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주변에 방을 얻어 놓고 장기적으로 이곳에서 나는 약수를 먹고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명소로 거듭났던 곳이고 지금도 탄산처럼 톡 쏘는 맛이 나는 약수인데 어떤 사람들은 녹맛나는 것 같다고도 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물을 먹으려고 온다고 합니다만, 약수가 코로나에는 별 효과가 없는지 잠정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아다리 약수터에는 용선당과 소선당이라는 향교 분위기를 풍기는 한국식 건축물이 두 동이 있습니다. 대낮에는 향불을 피워 올리는 그곳은 단순하고 현대적인 밀브릿지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나무를 60여년간 식재한 설립자의 믿음이나 종교를 엿볼 수 있는 곳인 듯 합니다.

 

 

②전나무 숲길입니다. 전나무 숲길, 밀브릿지(숙소),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는 고 김익로 선생이 1950년대부터 조림을 시작하여 전나무, 낙엽송 등 10만 그루 이상을 식재해 60년 이상의 가간 동안 가꾸고 보살펴 현재의 모습을 이뤄낸 인공 조림된 사유지입니다. 가슴속 깊이 들어오는 전나무 향은 공기의 맛을 달달하게 만들었습니다. 풋풋하고 은은한 연녹색 전나무숲의 색감은 각 계절의 향기를 뿜어냅니다. 마음이 녹녹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양팔을 넓게 벌려 폐부 깊숙한 곳으로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정신조차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4만본을 식재한 야생화 체험장, 황토길, 숲체험길, 자연학습장, 갤러리와 쉼터 등을 이용하기 위해선 체험학습비를 내야하는데 이는 자연환경 개선과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 관리를 위해 쓰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③밀브릿지라는 숙소입니다. 승효상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이 숲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밀브릿지를 탄생시켰습니다. 너무 그리운 숲속 공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밀브릿지는 통창으로 되어있었고, 숲의 일부분이 된 듯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은 숲속과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방은 조금 좁고 도미토리 형태로 되어 있고, 방은 주차장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올곧이 휴식을 위한 공간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호텔이나 리조트 등에서 누릴 수 없는 진정한 힐링을 선물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식사(조리)는 3면이 트인 상당히 넓은 밀브릿지 식당동(레스토랑)에서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예약 필수). 숲의 맑은 공기를 한모금 한모금 마시고, 좋은 음식으로 채우니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였습니다. 식사후 산과 바다를 좋아하며, 보헤미안적 성향을 지닌 사람과 전나무숲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계절마다 독특함을 간직하고 있을 밀브릿지, 몇 일 동안만이라도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입니다.

 

 

■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산행코스는 ①일주문~②월정사~③회사거리/화전민터/섶다리~④상원사~⑤중대 사자암~⑥적멸보궁~⑦비로봉으로 이어지는데, 저는 적멸보궁까지만 올라갔습니다. 오대산은 호령봉, 비로봉, 상황봉, 두로봉, 동대산 다섯개의 봉우리가 있고, 중대 사자암을 중심으로 동대 관음암, 서대 염불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이 자리하고 있어 오대산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①일주문에서 월정사로 이어지는 0.9km의 전나무 숲길은 순환하여 걸을 수 있는 무장애산책 코스입니다.

 

②선재길은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약 9km의 숲길(선재길. 일주문에서 시작하면 약 10km. 편도 3시간30분 소요)로 60년대말 도로가 나기 전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던 깨닭음과 치유의 숲속 옛 오솔길입니다. 월정사에서 회사거리는 1km(30분), 회사거리에서 화전민터까지는 0.5km, 화전민터에서 섭다리까지는 1.8km(40분), 섶다리에서 동피골(진고개와 상원사 갈림길)까지 2.2km(1시간), 동피골에서 상원사까지 3.6km(1시간20분), 상원사에서 적멸보궁까지 30분이 소요됩니다.

 

③회사거리.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가공하던 회사(제재소)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화사거리에는 약 360여 가구의 화전민(산에 불을 놓아서 들풀과 잡목을 태워 제거하고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생활하던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었고, 지금은 정부에서 실시한 화전정리사업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없습니다. 참고로 1964년 정부는 화전 경작자 실태를 조사하여 이주희망여부를 파악하고 1966년 “화전정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립공원에서 외부로 이주를 결정하였습니다. 화전민은 토지 교환이나 주택 등을 보상받아 산 아래로 이주하였습니다.

 

 

④오대산 상원사. 국보라는 상원사 동종 아래에는 동전이 뿌려져 있는데, 동종에 빌어서라도 행운과 복을 기원하려는 우리네 모습이 보입니다. 상원사는 세조와 문수보살의 설화가 있다고 합니다. 귀여우면서 추리한 형상으로 나타난 문수보살 나무 조각상에 서면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제 모습에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점심때 2시간 발우공양(절밥)이 있으며, 누군가의 소망과 꿈이 등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곳입니다.

 

⑤중대 사자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동물이 사자라고 합니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 중간쯤에는 사자암이 있습니다. 계곡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어서 좋은 풍광을 자아냅니다. 적멸보궁 오르는 길 왼쪽으로 나무 뚜껑이 덮여 있는 “용안수”라는 조그만 우물이 있는데, 적멸보궁이 풍수지리상 용머리에 위치하고, 이 우물은 그 왼쪽에 있다고 하여 용안수라고 하였습니다. 이 물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 오대천을 만나고 한강에 닿게 됩니다.

 

⑥적멸보궁(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보관하는 있는 사찰, 우리나라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이렇게 다섯개 절에만 보관중)은 집 안에 집이 있는 겹집 구조입니다. 적멸보궁은 선덕여왕 12년(643년) 지어졌고, 중대 사자암은 2년 뒤 월정사와 함께 창건되었습니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곳입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전각이 서 있는데, 전각 안의 좌대에는 붉은색 방석만이 놓여 있을 뿐 불상이 없습니다. 전각 뒤쪽 작은 언덕에 부처의 정골사리를 모셨기 때문인데, 이는 부처의 진신이 계신데 불상을 모셔둘 까닭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건물 뒤쪽 석단을 쌓은 자리에는 이곳에 진신사리가 있다는 “세존진신탑묘”라는 50cm 정도 크기의 작은 탑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은 산중 고원에 자리잡고 있어 하늘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 짙습니다. 바람에 밀리는 구름이 햇빛에 자리를 내주며 볕과 그늘을 번갈아 만드는 변화가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나저나 적멸보궁에 콘칩을 가져가면 다람쥐들이 손 위에 오른다고 하기에 사갔으나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매일이 전쟁 혹은 낭만은 아니더라도 삶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할 경이로움과 영감은 많습니다. 무엇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게 없는 어려운 시기지만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중에 보고 듣고 생각했던 일들은 그대로 생활의 진폭을 넓히고 사상의 씨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척한 가을·겨울여행도 또한 즐거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고 가벼운 용기’ 세상의 모든 여행에 필요한 것은 단지 그것 뿐입니다. 행복한 여행,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