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COVID-19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의 활력은 제약되어 있고 민간 기업은 언제나 그랬듯이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외환위기(1997), 글로벌 금융위기(2008) 때의 대응과는 다르게 현재의 복합위기 상황(기후위기, 경제위기, 전염병위기)에 대한 처방과 실천이 시장적 대처와는 다른 문법일 수밖에 없다는 공감과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본소득 논쟁에서부터 ‘한국형 뉴딜’과 2030년과 2050년 시대를 예비하는 거시적 기후위기 대응까지 글로벌한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고 있다. 실천 주체의 차원에서 위기의 시대에 누가 또는 어떤 집단이 이러한 책무를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고령화 시대, 사회적경제 견인의 핵심 50+세대와 협동조합
2020년은 한국의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1971년생이 만 50세(약 94만 5천명, 「2018 행정안전통계연보」)가 되는 해다. 이들은 군사정권의 막바지에 대학교 또는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정치사회적 민주화운동의 끝자락에서 사회적 격변과 1995년 WTO의 출범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액션 플랜(지구적 시장경쟁) 속에서 한 개인으로서 사회에 진출해야 했던 세대다. 단순히 말해 이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50+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이 세대가 어떻게 활약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하는 것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또한 2020년은 유엔이 65세 이하를 청년으로 새롭게 정의한 시점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도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한 세대를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집단의 지식 공유와 협력의 경험들이 지속적으로 또는 새로운 공간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유엔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 했고, 한국은 청년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50+세대의 새로운 삶을 주조할 정책과 실천(그것이 시니어 일자리 창출 또는 경제활동 활성화로 불리던 간에)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위기이건, 기후위기이건, 지금의 전염병위기이던 간에 시장경쟁, 정보독점, 개인(회사)의 이익의 극대화와는 달리 지식과 정보의 공유, 협력과 상생의 조직체로서의 협동조합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응의 화두를 푸는 초석이 될 수 있으며, 여기에 50+세대의 두터운 인구층을 사회적경제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지원과 교육은 너무나 중요해 보인다.*
‘협동조합기본법(2012년 12월 1일)’ 시행은 협동조합의 경제활동을 ‘협동으로 영위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법에 따라 기본법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이 모이면 출자금 제한 없이 법인을 설립할 수 있어, 젊은 층은 물론 퇴직 이후 개인에게 가중되던 새로운 삶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제약(자영업, 단순 노동 일자리로 대변되던)이 확장되어 내 일자리는 물론 우리의 일자리와 협력 노동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19년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한 전국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3,179개 표본 중 55세 이상 시니어들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전체 협동조합의 절반이 넘는다. 또한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시 50세 이상이 65.5%를 차지하면서 시니어들이 이미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전체 협동조합 생존율은 50% 안팎에 머물러 있다거나 획기적인 성공사례의 시니어협동조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지난 7년의 경험을 아우를 수 있는 평가와 고언들은 하나도 허투루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 협동조합은 사업체와 결사체의 총체이다. 지속가능성 확보는 협동조합의 수익 창출에서의 혁신과 조직 운영의 민주적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시대, 지구적 기후위기가 우리의 매일 매일의 삶이 되어버린 시대에 연대, 협동, 사회적 가치 실현과 상생, 보다 공정한 분배로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다. 시장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더불어 먹고사는 협동의 주체형성을 위해 기존의 시행착오의 경험이 전환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요구와 지원체계로 잇는 50+세대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50+세대는 살아온 경험만큼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실용적으로는 기존 50+협동조합의 설립과 지속가능성 확보는 성공 모델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 한국세대융합연구소협동조합, DNI사회적협동조합, 앙코르브라보노협동조합, 시니어교육플래너협동조합 등 시니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는 협동조합들이 많이 설립되어 활동 중이다. 이를 활용한 혁신적 협동조합 모델을 학습하고 도전하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간호·간병의 커뮤니티케어(지역돌봄), 시니어 공유주택, 청소· 방역의 사회서비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관련 분야 등, 시장이 당장의 이익을 추산하면서 시도하길 꺼려하는 사회적으로, 지역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을 협동조합 비즈니스로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협동조합을 경험하지 않고 성급하게 설립하기 보다는 주위의 협동조합들에 가입하여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나에게 맞는 조직의 형태인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그리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 뜻이 있는 50+세대도 존재한다. 이들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 있다고 해서 좋은 생각으로만 또는 사회공헌적 차원에서만 협동조합 생태계에 자동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사회적경제의 비전과 정책이 민간 기업, 소위 프랜차이즈 기업의 전략적 홍보보다 뛰어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철저하게 50+세대의 개인적인 또는 지역적인 사회경제적 필요를 적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과제를 던져 준다. 50+재단을 비롯하여 많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서 50+재능기부를 위한 교육, 공익을 위해 전문가가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보노(Pro Bono) 연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의 정책과 교육들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하여 50+세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시장과 경쟁의 현장에서 가족과 회사를 위해 때로는 성공을 때로는 좌절을 겪으면서 50+세대에 새내기로 등장할 많은 분들, 그리고 이미 사회적경제를 통해 50+이후의 삶을 협동과 상생의 가치로 그려나가고 있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 50+세대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은 개별 협동조합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사회적경제 영역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만큼이나 매력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위기 국면에서도 협동조합 간 연대와 협동의 사례를 보여 준 ‘고용조정zero 선언’과 기금 마련의 실천은 매우 고무적이다. 협동조합 생태계, 나아가 사회적경제의 전체적 성과들이 50+세대들에게 효과적인 홍보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50+세대들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필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계가 결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50+세대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은 확보될 것이라 믿는다.
* 문화적으로는 ‘개인’의 탄생이라 일컬을 만한 뉴에이지 문화체현자로서 X세대로 호명되면서 서태지와아이들을 자신들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