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이 시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반대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극적인 인식의 전환을 뜻하는 말이다. 필자는 이 시대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접속이 늘었다는 의미는 실제 세상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줄고,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접속의 시대로의 전환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촉매가 되어 그 속도를 급격하게 올려놓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코페르니쿠스에서 갈릴레이로 이어진 지동설 스캔들에 대해 단순히 지구가 태양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의 발견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간을 무한한 우주까지 확장시켰다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소위 ‘이동 시대’에서 ‘접속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히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공간이 무한한 디지털 가상세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맞이한 디지털 전환 시대
요즘 자주 회자되는 용어가 바로 실제 생활환경을 디지털 세계로 전환하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접촉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겨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디지털로 전환했을 때의 이점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도, 종식 이후에도 이어질 메가 트렌드로서 모두가 적응해야 하는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정상상태이다. 그 이점의 예는 최근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해외투어가 무산되어 진행된 온라인 콘서트인 ‘방방콘’에 무려 107개 지역 75만 명이 동시접속을 하여, 그들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것이다. 이는 5만 명이 꽉 찬 공연장 15곳을 순회한 것과 맞먹는 숫자이다. 티켓 가격은 실관람가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약 250억 원 정도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6개의 멀티뷰 화면 기술을 도입하여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멤버를 선택하여 보다 자세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실제 공연이 불가능해 시도된 온라인 콘서트였지만 오히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세히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간접 경험이라기보다는 실제 경험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초경험’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로 때문에 더욱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이 초경험을 어떻게 일상생활 곳곳에 이용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디지털 전환시대의 초경험 #1 여행
여행의 경우, 해외이동이 어려워진 지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초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 근처에 위치한 ‘페로 제도(Faroe Islands)’라는 곳은 코로나로 관광객이 끊기자 재빠르게 원격 관광 서비스를 도입했다. 관광 가이드는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달고 돌아다니며 홈페이지에 접속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섬을 소개시켜준다. 여기에서 재미난 점은 접속자들이 화면에 나타난 가상의 조이스틱을 이용해 직접 가이드가 움직일 방향을 컨트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점프 버튼을 누르면 진짜로 가이드가 점프를 해준다. ‘페로 제도’는 이를 이용해 보트를 타고 가이드를 하거나, 섬에 위치한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접속자들도 조이스틱을 눌러 페로 제도를 간접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시대의 초경험 #2 물건판매
물건 판매의 경우, 마을에 가게를 차려 장사를 하면 손님의 수는 지역 인구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홈페이지나 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방식들이 융합된 또 다른 온라인 판매 방식이 급속성장을 하고 있다. 바로 ‘라이브 커머스’인데, 현재 「네이버 셀렉티브(Selective)」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그립(Grip)'이란 앱서비스 등 다양한 관련 앱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마치 홈쇼핑에서 실시간으로 물건을 소개하며 판매를 진행하듯이 스마트폰 라이브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라이브 방송의 진행자는 판매자 본인이 될 수도 있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SNS 인기 인물)일 수도 있다. 만약 지역 판매를 벗어나 전국,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싶다면, 판매자가 직접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꾸준히 물품을 홍보하며 팬층을 형성하고, 쇼핑호스트처럼 라이브방송으로 물건을 소개하며 판매를 하는 것이 앞으로는 일반적 판매방식으로 확대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의 생활이 가능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은 바로 ‘디지털 페이’ 결제 시스템이다. 모든 것들을 디지털로, 비대면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결제 과정에서 인력이 필요하다면 그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 삼성 페이 등 대기업들의 일명 ‘페이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물건 구매 시 자신이 이용하는 페이 시스템으로 결제가 불가능하거나, 결제 과정이 복잡할 때 주문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로 결제된 데이터들은 소비자들의 소비습관 파악과 금융 및 신용 정보, 상품 개발 등에 활용되어 디지털 사회의 장점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기대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디지털 생활에서 벗어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코로나가 미리 경험하게 해준 미래
코로나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에 겪을 다양한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미리 경험하게 해준, 일종의 교훈적 역할을 하였다.
코로나19의 교훈 #1 환경위기
지금은 ‘마스크’하면 코로나19가 먼저 떠오르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가장 먼저 미세먼지를 떠올렸다. 그런데 올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자 대기질이 좋아졌다. 세계기상기구인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올해 세계의 탄소 배출이 6%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폭 감소라고 한다. 또한 버클리, 스탠포드 등 명문 대학의 환경 전문가들이 모인 ‘G-Feed’ 단체는 중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숫자보다 대기오염 감소로 살릴 사람이 20배 더 많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가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것일까 죽이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되면 언젠가 종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사라진 후, 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시 물건을 대량생산, 대량소비하고 자동차와 항공기를 타고 활발하게 세계를 이동한다면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대량멸종, 이상기후 등 코로나19 이상의 재앙이 수십 년간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스웨덴, 독일 등 유럽지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 운동이 퍼져가고 있었다. 우리말로 하면 ’비행 부끄러움‘ 운동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나의 즐거움과 편리를 위해 항공기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항공기 대신 조금 느리더라도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항공 산업과 여행업의 성장을 응원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코로나19로 겪은 지난 몇 개월간의 고통이 평생이 되지 않으려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뿐만이 아니라 ’에코 트렌스포메이션‘이 필수인 시대이다.
코로나19의 교훈 #2 인구감소 현상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사람들이 외출과 경제활동을 멈추며 소비가 침체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이 소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사람들 자체가 사라진다. 2019년 대한민국 총 인구는 약 5,170만 명으로 전년대비 가까스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자국민 수가 감소되는 것은 확실하고, 통계청은 외국인 유입으로 인해 전체 인구가 2028년까지 다소 증가한 후 감소세를 이어가 2067년에는 총 인구가 3,929만 명으로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15세에서 64세까지 경제활동이 활발한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7년에는 약 1,784만 명으로 감소해 무려 약 2천만 명이 감소된다는 예상이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가 소리 없는 재앙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할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준비해야할 것들은 자명하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환경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성장, 고령화와 인구감소 대비처럼 우리가 중요하다고 수십 년간 논의하고 진행하던 것들을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운동, 여가, 식사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족’과 그들을 위한 ‘홈코노미’ 경제, 끈끈한 인간관계를 불편해하며 생겨난 ‘느슨한 연대’, 낯선 사람과의 접촉이 부담스러워 사람과의 접촉을 제거하는 ‘언택트’ 기술, 사람과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반려동물의 성장 등 미래 메가 트렌드들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빨라진 다가올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이에 대해 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귀는 활짝 열어놓는다면 다가오는 변화가 두렵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