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해 봤니? ‘영상 제작이 가장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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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중부캠퍼스 "사람책 영상 제작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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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지금은 유튜브 전성시대를 넘어 ‘전쟁’이다. 조금 과장하면 강아지도 유튜브를 한다는 농지거리가 통하는 시대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고 영상으로 소통한다.

그렇다고 그런 영상문화가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직접 영상을 찍어 소통하고 공유한다.

어디까지 해 봤니? ‘영상 제작이 가장 쉬웠어요’ 
중부캠퍼스에서 스마트미디어의 활용과 영상제작을 위한 촬영편집 방법을 배우고

제작된 영상을 공유하여 50+세대의 생애, 경험, 지식 등을 정돈해보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으로

「사람책 영상 제작 :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 도전」 강좌가 개설되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

 

 

 

보통 종강을 가보면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누는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수업시간이 한참 지나도 시작하지 않고 드문드문 들어오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시간을 잘못 알고 왔나 잠시 당황했다.
알고 보니 마지막 수업이라 그동안 수강생들이 제작한 작품을 상영하는 것으로 진행된다며 1시간 반 늦게 시작한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강의실에 들어왔을 때 고3 수험생 교실 같던 분위기가 이해가 간다.

한쪽에서는 영상을 편집하느라 어젯밤 꼬박 새웠다는 한숨 섞인 얘기가 들려오고,

다른 쪽에서는 아직 끝내지 못한 영상작업을 마무리하는 손길들로 분주하다.

 먼저 작품이 어떻게 기획되고 어떤 과정으로 완성됐는지 제작자가 설명을 한 후에 작품 감상을 하자고 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가 감독님이 되시는 겁니다!” 강사님의 선언이 이어졌고 작품발표가 시작되었다.
 

자! 이제 모두가 감독이 되는 시간~!


제일 먼저 상영된 작품은 「나는 포비야」.

 
반려견 ‘포비’의 일상을 담은 영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감독님의 눈가에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

화면 가득 솜뭉치같은 하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찍는 내내 입가에 떠나지 않았을 감독의 미소가 그려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생활 주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상 제작의 의지가 새삼 솟구친다.


 두 번째 작품은 「도시기술장」.

 

자신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남들 앞에 선보인다는 떨림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독의 영상 소개.

이어진 화면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세운상가의 오래전 모습들이 보이고. 모두가 집중 또 집중.

숨소리마저 잦아들며 빨려들 듯이 화면 속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본다.

함께 웃고 공감하는 시간들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제는 변해버린 세운상가의 새로운 모습이 보여지고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들에 대한 친절한 소개가 이어진다. 영상이 끝나고 내레이션을 녹음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는 감독에게 모두가 좋았다고 한목소리로 격려하며 세운상가와 관련한 추가 정보도 주고받는다.

 

이어 남편의 일상을 찍은 두 작품이 이어졌다.

하나는 자전거에 미쳐 사는 남편이 미워서 만든 작품이고 또 하나는 농사일을 하는 남편의 일상을 담은 작품이란다.

 

 
 

「자전거에 미치다」는 자전거에 빠진 남편을 책잡기 위해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도 산악자전거를 타다 다친 전력도 있지만 70세까지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가능하니 도전하라는 감독의 자전거예찬론에

과연 남편을 흉보기 위해 만들었나 의문이라며 모두가 맑은 웃음을 한바탕 웃었다.
 

또 다른 남편의 일상 「여비의 힐링」.
여비는 이름이‘엽’으로 끝나는 남편을 부르는 애칭이다.

차분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내레이션과 남편에 대한 애정으로 화면 가득 채운 15분이 넘는 영상은 한편의 ‘인간극장’을 시청한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날 작품들 중 가장 가슴 먹먹했던 작품은 「엄마의 창」이라는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중년의 딸의 시선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을 설명하러 나온 감독은 목이 메어 얘기를 끄집어내지도 못한 채 자리로 되돌아간다.

치매에 걸린 엄마 이야기다. 젊은 시절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엄마의 모습들이 이어진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안타까운 시선들이 화면을 따라간다.

상영이 끝나고 다시 나온 감독은 북받쳐 미처 하지 못한 얘기를 가슴 먹먹하게 풀어낸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영상이 없는 아쉬움이 컸었기에

엄마의 기록만이라도 늦기 전에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제작하는 내내 영상에 엄마를 담으며 가슴으로 울었을 중년 딸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오며 가슴이 메어온다.

 


2시간여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고 「사람책 영상 제작」 작품 발표가 모두 끝나자

나는 투박하지만 잘 만들어진 여러 편의 인간극장을 시청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디지털영상문화에 서툰 50+ 영상제작 초보자도 재미나고 울림이 있는 영상을 남길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취재를 마치고 중부캠퍼스 긴 언덕길을 기분 좋게 내려오면서

‘이참에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작은 욕심에 내 머릿속은 이런저런 구상들로 뒤엉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