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통계다. 2015년에 63만 명이었으니 치매 환자 수 증가가 만만치 않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6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로 고통받는 셈이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파킨슨병도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이 병의 발생빈도는 인구 1,000명당 1∼2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60세 이상의 노령층에서는 약 1%, 65세 이상에서는 약 2% 정도가 파킨슨병을 앓는 셈이다. 나이 65세를 넘는 게 겁날 정도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게 1년밖에 안 남았다는 전망도 있다. 치매는 개인의 질환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다. 간병 · 돌봄 등으로 치매 환자 가족들이 호소하는 고충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듣고 보는 일이다. 오랜 간병에 지친 가족이 치매 환자와 함께 죽음을 택하는 사례고 뉴스에 등장한다.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할까? 기막힌 일이다.
지난 8월 9일에 강서50플러스센터의 인지 놀이 커뮤니티 김해경 대표, 치매 예방 댄조(댄스 체조) 커뮤니티 장소연 대표,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 일자리 활동을 하는 노미애 선생, 한국회상요법학회 채원기 대표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강서50플러스센터의 치매 관련 커뮤니티와 일자리 봉사 모임이어서 참가하기로 했다.
○ 치매 얼마나 알고 있나
모이기 전에 관련 책을 미리 찾아 읽으며 치매에 관한 공부를 했다. 공부라기보다 나 역시도 조만간 65세 이상 영역에 들어서니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라서였다. 치매의 덜미에 발목을 잡히기 전에 대비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는데 그것은 치매를 제대로 몰라서였다. 치매는 이론으로 습득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치매’가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진행 과정에서 인지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 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失禁)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누구에게 닥칠지 모를 예측하기 어두운 그림자다.
인지 놀이 커뮤니티 김해경 대표가 ‘치매’ 배경을 알려준다.
“치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떠올린다. 퇴행성 뇌질환 중 치매를 일으키는 병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60~80% 정도를 차지한다. 물론 다른 유형의 치매도 있다. 다만 치매 환자의 증상이 다양해 다른 병에서도 많이 동반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모를 수도 있다. 가족과 의료진이 세심히 살피기 전에는 발견되지 못할 때가 많다.”
치매는 노인이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 평상시 관심을 기울이고 증상이 보인다 싶으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중대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어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 일자리 활동 중인 노미애 선생이 추가 설명하면서 ‘치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다.
“치매(癡呆, Dementia)는 뇌의 인지 기능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본인 의지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혹은 그러한 질병을 말한다. 치매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치매를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수행 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로 정의해요. 노인성 질환의 최종보스급이나 다름없어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게 다르듯이 환자 상태나 증상도 제각각이다. 치매 환자라 하여 증상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으며, 각기 다른 원인과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매 환자마다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접근 방식을 놓치지 않고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 치매 예방 수칙 3·3·3
언제 찾아올지 모를 치매라는 막막한 그림자에 걸려들지 않게 매사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치매 예방 댄조(댄스 체조) 커뮤니티 장소연 대표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간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이 난다. 하지만 힌트를 주어도 기억나지 않으면 치매로 구별한다. 힌트를 받으면 기억나게 치매 예방 수칙 3·3·3을 일상에서 해보는 것이다.
3가지 즐기기를 권한다. 운동(걷기), 식사(생선과 채소), 독서(읽고 쓰기)다.
3가지를 참아야 한다. 절주(한 번에 3잔 미만), 금연, 뇌손상 예방이다.
끝으로 3가지를 잘 챙겨야 한다. 건강검진(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소통(가족, 친구), 치매 조기 발견(보건소 검진)이다.”
더불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치매다. 일상생활을 하는 방법을 10~15세에 익힌다. 이때의 기억을 회상하면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다”라고 치매 예방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회상요법학회 채원기 대표 설명도 있다.
○ 치매에 대한 이해와 대응
어느 병이 그렇듯이 전문가의 소견이나 판단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의 발병 여부는 의사의 종합적인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 어떤 하나의 검사로 치매를 진단하지 않으며 그럴 수 없는 영역이다. 보건소에서는 인지 선별검사, 진단검사, 감별검사의 3단계를 거치는데 인지 선별검사는 무료다. 보건소를 통하면 진단검사와 감별검사의 검사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검사만이라도 꼭 받는 것이 필요하고, 상태에 따라 이어 다음 검사를 진행해 보면 좋을 듯하다.
치매에 대한 여러 오해를 바로잡고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 치매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중요한 일이다. 또 한 번 되새기는 부분이지만 치매는 단순한 노화의 일부가 아니며, 모든 환자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비록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다만,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실감하는 기회였다. 기억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함께 이어지는 회로 같은 것이다. 세상 살아가는 데 나침반이고 지팡이다. 그런데 그 기능이 어느 날부터 삐걱대다가 캄캄한 동굴에 갇힌 듯 깜깜해진다면 얼마나 암담한 일인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치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 내 가족, 우리 사회의 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홍보서포터즈 김인수(kisworl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