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당구에 관한 관심 증가, 당구장의 화려한 변신
# 당구장의 화려한 변신,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만발
당구장 하면 자욱한 담배 연기와 남자들만의 공간으로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다. 연거푸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큐대에 초크 칠을 하는 사람, 입에 담배를 물고 자세를 잡는 사람, 당구대 옆 탁자에는 짜장면을 먹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뒤엉켜 있던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다.
금연정책의 시행에 따라 쾌적한 환경의 당구장이 늘면서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당구장을 찾아 게임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었다. 당구는 체력소모가 적으면서도 하체 근육 단련에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재미가 있어 여성들의 당구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수업을 마치고 단체사진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 서대문 여성 당구 아카데미 1기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서대문구 당구연맹과 함께 당구를 배우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월 5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대문구청 사거리에 있는 최프로빌리야드 클럽(대표 최인규 서대문당구연맹 회장)에서 실습이 진행되었다.
10월 24일 화요일, 6회차 수업이 진행 중인 최프로빌리야드 클럽을 찾아갔다. 녹색의 당구대가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널찍한 당구클럽은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를 연상시켰다.
▲ 수업시작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수업 시작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실습은 10시부터지만 수강생들 대부분이 미리 와서 연습하고 있다. 보통 2~30분 일찍 와서 연습한단다. 그동안 다섯 번의 실습을 해 착실하게 기본을 익혔기 때문에 자세와 스트로크하는 폼이 꽤 괜찮아 보인다. 열시 '땡' 하자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오늘은 원 쿠션과 투 쿠션 스트로크를 익히는 날이다.
▲ 이론설명 및 시범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최인규 강사의 설명과 시범에 이어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서대문구 당구연맹 회장인 최인규 강사와 사무국장인 김남선 강사가 수강생 하나하나 세심하게 자세를 잡아주며 지도한다. 대부분 5, 60대인 여성 수강생 열 명이 정신을 집중하여 스트로크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여성 전용 당구장도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실습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 촉망받는 직장인에서 당구 선수로
최인규 회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1989년 고등학교 3학년 대입학력고사를 마친 후 친구들과 처음 당구장을 간 최인규 회장은 금방 그 매력에 빠졌다. 친구들을 이기기 위해 수소문 끝에 양귀문 관장을 찾아가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10개월 만에 4구 2,000점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상천 선생에게 3구를 배우게 되면서 더욱더 높은 수준의 당구를 구사하게 되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수강생들의 자세를 교정하고 조언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 실습지도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고 영어 강사로도 활동했지만, 당구에 대한 열정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2001년 당구장을 오픈했다. 국내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차지하였고, 세계 대회에 출전하여 16강에 올라가는 등 선수로서 명성도 얻고 나서는 당구학원을 시작하여 후진을 양성하였다. 2015년 홍은동에 당구학원을 차려 6년간 운영한 후 3년 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서대문 여성 당구아카데미 1기 시작을 계기로 서대문구에 여성 당구회 결성이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 당구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 운동
수강생들도 입을 모아 내년에는 실력을 연마하여 대회에 꼭 참가하자고 한다. 실습시간 동안 수강생들끼리 조언도 하고 멋진 스트로크에는 환호하며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적당히 근육을 사용하며 두뇌를 집중하고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당구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구는 혈액순환이나 칼로리 소모와 같은 신체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당구공을 칠 때 손, 눈, 두뇌의 협응력과 같은 다양한 신체 기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혈류가 촉진되고 근육 힘이 향상된다. 당구는 정신적인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트너 없이 혼자서도 칠 수 있는 당구는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안정감을 제공한다.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즐길 수 있는 당구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연습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 왜 당구의 매력에 빠졌을까?
당구의 장점을 생각하며 실습 중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수강생과 대화를 이어갔다.
30년 전 직장생활 당시 동료들과 포켓볼 몇 번 쳐본 적이 있는 정미경 님(63년생)은 퇴직 후 50플러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다가 당구아카데미까지 수강하게 되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인제야 남자들이 당구에 미친 이유를 알겠다며, 끊임없이 자세를 지적받고 교정해도 재미가 너무 커 계속 배우고 싶단다.
▲ 자세 교정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당구공이 부딪치는 소리가 좋다는 염 현숙 님(68년생)은 남편 따라 당구장을 가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배우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접수 시작 전부터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첫 번째로 수강 신청했다고 한다. 50플러스에서 학습지원단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인기강좌는 바로 마감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순식간에 정원이 다 찼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는 것이 아쉬워 실습시간마다 30분 일찍 와서 연습한다니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 최인규 회장 인터뷰를 마치고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수강생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중장년 여성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아카데미가 끝나도 계속 어울리며 당구 실력을 향상시겼으면 좋겠다며 후속 모임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당구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서대문 50플러스센터에서도 2기 강좌, 3기 강좌들을 계속 개설하고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커뮤니티 결성을 지원할 계획이니 최인규 회장의 목표대로 서대문구 여성 당구동호회의 결성과 2024년 서울시 당구대회 입상도 기대할만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과 재미에 친구까지,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당구, 쾌적한 환경의 당구클럽에서 신나게 즐기는 중년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같다.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sdchoon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