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걷고 그렸다. 자신의 마음이 오롯 드러났다

어반스케쳐스 성수아뜰리에 전시회 개인으로 그리고 우리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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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어반스케쳐스들이 성동문화재단의 성수아뜰리에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이들에게는 강령이 있다. 강령(綱領)의 사전적 뜻은 이러하다.

1. 일의 으뜸이 되는 큰 줄거리

2. 정당노동조합 등 단체의 기본 입장이나 방침 또는 운동의 순서나 전략을 요약하여 열거한 것.

 

강은 벼리다. 벼리란 그물에서 그물들의 코들을 잡아주는 큰 대나 줄이다. 령이란 으뜸이다. 우두머리가 되므로 그것을 지침 삼고 따른다. 그러므로 강령엔 앞뒤로 다음의 말이 붙어 쓰인다. ‘행동 강령혹은 강령을 준수하다’.

강령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전제된다. 강령을 실천하고자 마음을 모아 행동한다. 그것이 이들에게 부여된 의무이자 권리가 된다. 지난 1011일 성수동 성수아뜰리에에서 열린 전시회는 이들의 강령 중 일부가 실현된 자리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도시를 그리는 어반스케치 그리고 그들 어반스케쳐스들과 만났다. 먼저 강사 윤정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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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윤정열 씨는 어반스케쳐스의 강령을 보여주었다.
이들을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공존과 공유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예술가와 행정,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이를 지원하다

 

- 오늘의 전시를 소개해 달라.

성동문화재단에서 어반스케치 강의를 7회 진행했다. 도심 안에서, 마을을 그리고자 하는 이들을 모아 교육도 하고, 함께 동네를 돌면서 동네의 풍경을 그리는 일이다. 우리 어반스케쳐 분들은 성동구에 사시는 분들이므로 응봉, 성수, 사근, 마장 등 동네의 곳곳을 그렸다. 오늘은 그 그림들을 일반의 대중들과 나누는 자리다.”

 

- 이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금호동에서 화실을 운영한다. 그곳에서 어반스케치 수업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전시를 준비하다가 성동문화재단과 연결이 됐다. 성동이 문화도시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때여서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일상에 계시던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사는 공간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작업이니까.”

 

- 일상의 예술이란 말이 여기 어반스케치에는 잘 어울리는 말 같다.

    자신을 찾고자 하는 중장년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자리부터 시작하라고 슬쩍 옆구리를 찔러주는 것처럼.

그렇다. 우리들에게는 강령도 있다. 각 지역마다 어반스케치를 하는 분들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104일부터 7일까지 수원에서는 전세계에서 모이는 2023 아시아링크 수원이 열렸다. 작게 자신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인적 작업이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과 함께 한다.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매력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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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열 강사와 어반스케쳐스들이 전시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작업은 성동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자신의 지역, 혹은 여행을 가면 그곳을 그림에 담는 어반스케쳐들의 강령을 윤정열 강사가 보내주었다. ‘1. 우리는 실내외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다.’ 이렇게 시작하는 어반 드로잉의 강령은 ‘8. 우리는 한 번에 한 장씩 그리며 세상을 보여준다로 마무리된다. 그들의 작업은 ‘3. 시간과 장소를 기록하는 일이며, ‘4. 본 장면을 진실하게 그리려는 노력이다. ‘5. 어떤 재료라도 사용하여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며’, ‘6. 서로 격려하며 그리고, 7 온라인에서 그림을 공유한다. 멋진 일이다.

 

전시장으로 쓰인 곳은 성수아뜰리에다. 성수역 4번 출구 앞에 우뚝 서있는 무신사 스튜디오 건물 3층에 자리한 공간. 성동문화재단은 소월아트홀 전시실, 왕십리 광장의 갤러리 허브에 이어 세 번째 전시공간을 열었다. 분주히 전시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 옆에 성동문화재단의 2023 생활예술활성화 지원사업 나만의 드로잉 <재발견 프로젝트>” 이성태 주임과 프로젝트 매니저 민선희 씨도 분주하다. 예술이 꽃처럼 피기위해 필요한 토양의 역할이 이들의 몫이다. 환하게 기쁘게 웃는 생활예술가들의 작품과 활동을 돕는 일. 이런 일들이 다시 확산돼 가도록 홍보하고 행정처리를 완료하는 일. 보이지 않지만 꽃에게는 필수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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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참여한 시민들. 왼편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옥진, 어영경, 윤여진, 이찬미 님. 모두 이런 기회가 더 오래, 확장돼 열리길 기원했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어반스케쳐스 예술을 통해 나와 마을을 다시 만난다

 

전시에 참가한 어반스케쳐스들은 지역 주민들이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지만 중장년이 다수를 이룬다.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을 차분하게 기록하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 이런 일 자체가 어쩌면 학업이나 생업이 한창일 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림으로 그려진 동네 풍경들을 본다. 그 그림을 그렸을 사람들의 마음을 느낀다. 어반스케쳐스 몇 사람의 이야기.

 

예술이 어렵지 않고, 누구든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주변을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과정이 새롭고 즐거웠다. 여러분도 도전해 보셨으면 한다.” - 박옥진

펜화는 처음이었다. 생애 처음의 전시이기도 하고. 우리는 모두 펜화로 그렸다. 펜이 명암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재료더라. 가벼운 그림도 빛과 그림자가 들어가면서 음영을 가지게 되면 멋진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 어영경

 

일단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전시까지 한다는 것이 너무 설레였다. 재미난 것은 그 실력과는 상관없이 작품 안에 자신이 투영돼 나온다는 거였다. 대상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의 마음, 자신의 성격, 자신이 어떻게 사물을 보는지가 그림에 담겨있다. 직접 걸어 다니며 마을을 살피면서 하는 일이다보니, 이 마을 살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 윤여진

 

청담동서 일하면서 가끔씩 와본 성수동이 좋았다. 해서 얼마전 성수동으로 아예 이사도 했다. 서울숲이 특별히 좋았는데,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접점이랄까? 처음 보았던 성수동의 많이 가꿔지지 않았던 그런 모습, 그런 모습을 둔 채로 변화해 가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해서 그 모습을 그렸다.” - 이찬미

 

이들 어반 스케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두 가지였다. 너무 바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런 활동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것. 우리가 늘상 지내고 있는 주변과 마을을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것. 조용히 실용적이지 않은일에 마음과 시간을 쓰는 일은 사실 바쁜 도시인들인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러한 기회가 더 많은 이들에게 주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거기에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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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꽃이라면 지원은 이를 이루는 토양이다. 시민의 마음에 가닿는 예술 행정은 도시를 윤택하게 가꾸는 힘이 된다.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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