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합니다.
놀 때도 부지런합니다.
부지런하지 않은 상태를 욕하는 것이 욕이 되지 않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 부지런한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고, 번역이 안 되는 ‘자~알 논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을 때 그 나라 학생에게 “잘 논다” 했더니, 번역을 해달라고 해서
“You play well” 했더니 “Thank you” 하더라고요.
( 웃음 . . . )

 

유럽의 심리학자들은 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합니다.
“너희 한국 사람들, 우리나라에 많이 놀러와. 그런데 너 네 한국 사람들은 복장만 관광객이야.”
“Why?”
“행동은 근로자야. 아니 남의 나라에 놀러 온 사람들이 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거야?”
( 웃음 . . . )

 

유럽의 렌트카 직원은 한국 사람을 빌려갈 렌트카의 운행 km만 보고 맞춥니다. 유럽에서 1주일 렌트카를 빌려서 2천 5백 km를 운전합니다. 다시 말해 광폭 운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왜 행복감을 못 느끼는 것이냐 하는 겁니다.”

 

 

 

 

□ 행복에 가까워지는 3가지 방법

 

#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구분

 

제가 막내딸 채원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풍선을 자기만 안가지고 있어서 막무가내로 풍선 사달라고 하는데, 풍선 가격이 1만 4천 원이었습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주니 조금 있다가 팔 아프다고 줄을 놓아 버립니다.
지금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은 저에게는 풍선이 아닙니다.
이것은 1만 4천 원입니다.

 

그 순간 심리학자로서 깨달음이 옵니다. 왜 친부모도 친 자식을 학대할 수 있는가를 . . .
( 웃음 . . . )

 

이것을 놓고 심리학자들은 ‘원트를 보고 라이크에 빠지는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want는 원하다. like는 좋아하다” 입니다.
그러니까 풍선을 want 하다가도 그것이 나의 손안에 들어오니 like가 길게 가지 못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 인생이랑 너무 비슷합니다.
우리가 너무 가지고 싶은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얻었는데, 그 이후에는 소원(疏遠)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풍선을 사주기 전에 풍선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 봅니다. 그런데도 풍선을 원하면 사주 되, 그곳에서도 풍선을 찾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풍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굉장히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면 ‘그것이 과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가지고 싶은 것인가?’를 정말로 제대로 알려면 그것을 안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셔야 합니다.

 

그 분들을 만나서도 여전히 생각나고 원한다면 그것은 가지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분들 사이에서 그것이 생각이 안 난다면, 그것은 내가 단지 원했던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이렇게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 이별이나 갈등이 있을 때 교통사고 난 사람처럼 위로

 

두 번째는, 여러분! 진통제는 다들 드셔보셨을 겁니다.
허리가 아팠을 때 진통제를 쓰면 그 약효는 뇌(전측 대상회 : 엔테리오 싱글레이트 [anterior cingulate])로 갑니다. 즉 머리로 갑니다. 허리가 아닙니다. 이렇게 뼈가 부러져도 고통이 따르는데 이별했을 때와 갈등하고 있을 때도 그 고통은 따릅니다.

 

사별의 경험을 하신 분들도 이런 고통을 느낍니다.
친한 동료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에도 엄청난 고통을 겪습니다.
아이들이 전학을 할 때는 심지어 뺨을 1분 동안 20대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이 따릅니다.

 

저 사람이 너무 상처 주는 말을 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습니다. 또 반대합니다. 이것도 고통이 따릅니다.

 

이별이나 갈등은 내 뼈와 살에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지만 사람 때문에 겪는 고통은 큽니다.

 

그런데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최근에 나옵니다.
교통사고로 허리가 아픈 것도 엔테리오 싱글레이트(anterior cingulate)가 반응하고, 이별이나 갈등도 이 엔테리오 싱글레이트(anterior cingulate)에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허리 아플 때 진통제 먹으면 효과가 있는데, 이별이나 갈등에도 진통제가 효과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연구 결과, 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놀랐죠.
저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주변에 이별이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교통사고 난 사람처럼 대해 주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 아이나 배우자가 교통사고 나면 “괜찮아?” 하며 끔찍하게 위해줍니다. 따뜻하게 배려합니다. 그런데 내 주위의 누군가가 사람 때문에 이별 하거나 고통 받고 있다면 교통사고 난 것의 20분의 1 밖에 배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 주변에 누군가가 이별하거나 고통 받고 있다면 교통사고 난 것과 같은 위로를 해주십시오. 그러면 나는 가장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겁니다. 사람은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순간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 뇌를 찍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엄마’라는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이 엄마라는 존재는 이 사회적인 고통을 육체적인 고통으로 같이 느끼는 존재인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별의 고통을 가지고 있거나 갈등이 있다면
나 자신을 교통사고 난 사람처럼 위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로 하여금 좀 더 좋은 것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나로 하여금 좀 더 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나로 하여금 좀 더 잘(sleep)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 그냥, 문득 네가 생각나서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친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별로 안 친한 분에게 뭘 빌리거나 돈을 꾸려하거나 할 때, 바로 말을 못할 겁니다. 이때는 영혼이 담겨 있지 않은 말로 시작합니다.
“잘 지내? 얘들은 잘 커?”
별로 안 친한 친구는 말 걸기가 힘들겠죠?
별로 안 친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으면 우리는 슬슬 불안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진짜 가까운 사이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용건이 있으면 용건만 얘기하고 안부를 묻고 싶을 때는 안부만 묻고 끝납니다. 부모님이 용무가 없어도 전화해서 안무 묻고 전화를 끊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한지 올해로 23년째 됩니다. 제 대학 동기 중에 ‘양호’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23년간 용건이 없어도 전화를 해서 저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나는 “왜 전화했어?” 하고 물으면
“그냥 했어”라고 합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도 다시 묻습니다. “왜?”
그러면 “너 궁금해서 . . .”, “수원 지나가니까”, “너랑 가던 곱창집이 생각나서”, “네가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이 이겨서”
그래서 저는 이 친구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친구는 대학동기 49명 모두에게 이런 전화를 한 것입니다.

 

「그냥 . . .  문득 네가 생각나서 . . . 」

 

대학동기 49명 모두는 이 친구를 가장 좋아하는 친구로 가슴 깊이 새기고 지금까지 살아 온 것입니다.

 

 

 

 

김경일 교수와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

‘행복’을 위해 필요한 비밀열쇠는 무얼까?
당장 친구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