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늘로 돌아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 그가 영등포50플러스센터를 즐겨 찾는 이유에 대하여….
귀천(歸天), 하늘로 돌아가다!
어린 시절, 죽음이란 단어의 의미조차 실감하지 못했던 시기에 할머니께선 치매로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손자는 알아보시고 “밥은 먹었어?”라고 항상 물으시던 그 할머니께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급서(急逝) 소식을 들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과 함께 과연 할머니는 어디로 돌아가신 건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리고 난 후, 기자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기자는 할머니께서 가신 곳이 저 하늘, 칠성별 어디쯤이라고 믿기로 했다.
▲ 우리의 영혼이 시작되고 돌아갈 곳, 북두칠성 〈출처 : 픽사베이〉
우리 민족 고유의 칠성신앙에 의하면 인간의 생과 사를 주관하고 조상과 자손을 잇는 연결고리인 칠성줄의 시작과 끝인 칠성별이 있고, 현생의 시간이 다하면 인간은 누구나 영혼의 고향인 북두칠성으로 돌아가 머물다가 새로운 인간으로의 시간을 삼신할미에게 점지받아 다시금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기에 죽음이란 내가 있던 고향별로 돌아가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 영등포50플러스센터 건물 외경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기자님은 돌아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은가요?
본 기자는 사람 만나 인터뷰하기를 즐겨한다. 그게 직업이었기도 하거니와 대화를 통해 새로운 지식은 물론이고 인터뷰 대상자의 삶에 대한 식견과 철학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한 부부가 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좌들을 다양하게, 많이 수강하는 우수 이용객이라며 인터뷰를 추천해 왔다. 그 추천 배경이 흥미로워 섭외를 시도했는데…. 부인께서는 극구 취재를 사양해서 아쉬웠지만, 대신에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한 시간이 넘는 선문답과 같은 인터뷰를 풀어 주신 오늘의 주인공 김경익 님과 취재를 시작했을 때, 기자보다 먼저 꺼내신 첫 질문은 “기자님은 돌아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가고 싶은가요?”였다.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답을 하실 생각이신가? 이제부터 김경익 님과의 매우 Meaningful(유의미) 했던 대화에 초대하는 바이다.
▲ 멋진 포즈 요청에 ‘As you wish~!’로 답한 김경익 님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27년 만의 귀향!
1954년생, 그의 표현대로 곧 고희(古稀)를 앞뒀다고 믿기에는 너무나 밝은 웃음과 건강한 모습의 김경익 님은 젊은 시절 종합 상사에서 근무하다 유럽 대사관의 상무 담당관으로 일하던 중 가족과 함께 도미, 휴스턴의 정유회사 석유 시추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다 은퇴를 맞이하여 27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서 하루하루 의미 있는 노후를 영위하고 있다. 말이 27년이지 강산이 세 번 정도 바뀔 동안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는 건 인생의 반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낸 셈인데 간혹 본토의 영어 발음으로 기자를 당황하게 하긴 했으나, ‘백수’, ‘소확행’, ‘얼죽아’ 등 신조어까지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그의 한국어 능력에 감탄하며 정리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 6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 우리가 돌아갈 때, 돈을 가지고 갈 수 있나요?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에 뭐가 제일 후회되겠어요?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사람들이 죽으면서 그 돈을 갖고 가지 못한다는 거는 사실이잖아요.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면서 가족도 부양하고 경제적 부담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고 특히 시니어로 분류되는 세대는 대한민국이 정말 어려운 시절에 부족한 교육을 받으며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우리 다음 세대들에 돈만 벌어 남기고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을 남길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은퇴 후 노년의 삶을 의미 있게 살다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10개월 동안 32개 강좌 등록 리스트를 인증하는 모습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누리는 의미 있는 일상
코로나 팬데믹의 암흑기를 마치고 작년 가을 고국으로 돌아와 가치 있는 은퇴 생활을 위한 지역시설을 찾아보다 집 근처인 여의도에 영등포50플러스센터와 어르신복지센터가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지요. 그렇다고 같은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각자가 원하는 강좌를 듣고, 오전 수업 후에는 센터의 구내식당에 함께 식사하거나, 오후 수업 후 집에 돌아가서 저녁 시간을 보내며 그날 배운 수업의 내용이나 감상을 서로 나누곤 하죠. 사실 인생의 반 이상을 동고동락한 사이라 노년에는 대화를 나눌 일이 많지 않을 수도 있는데, 50플러스센터와 일상 덕분에 새로운 지식과 대화의 소재까지 얻을 수 있어 ‘소확행’을 누리고 살고 있는 거죠. 인터뷰 요청받고 등록을 시작한 2023년 1월부터의 수강리스트를 뽑아보니 10개월 동안 32개 강좌가 나오더라고요. 현재 듣는 것도 있으니까 월평균 4과목을 수강한 셈인데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4일은 영등포50플러스센터와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 지식을 쌓고 나누는 것이 품격 있는 노년이라는 김경익 님 ⓒ 영등포50플러스센터
- 지역별 50플러스센터는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와 같은 존재의 가치
제가 미국에서 살던 동네나 다른 지역에도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센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로 들고 싶은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가 있는데요. 대부분 주립이나 시립이며, 커뮤니티라는 표현처럼 그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고등 교육 및 평생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는 공립교육 기관입니다. 미국의 일반 대학들 학비가 굉장히 비싼 편인데 커뮤니티 컬리지는 그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면서 지역 기업과 협력해서 직업/기술 교육도 하지만 일반 교양수업도 많고 대부분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학점을 따서 일반 대학 3, 4학년에 편입까지 하고요. 나는 우리 영등포50플러스센터가 바로 커뮤니티컬리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사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좋은 교육과 행사 진행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점이 맥을 같이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강좌들을 보면 말 그대로 하이테크 교육들도 많고 그걸 중장년층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는 점에서 정말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범 이용자로서 필요한 강좌에 관해 제안하는 모습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 50플러스 세대에게 인생 영어 강좌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강좌들에 매우 만족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이 부족하게 되면 근력이 저하되고 다치기도 쉬운데, 건강백세운동교실이 있어 스트레칭으로 바른 몸자세를 유지하고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고, 정보화 교육으로는 단순히 통화하는 전화 기능을 넘어서 내 손 안의 컴퓨터가 된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히고 있으며 특히 ‘영혼의 미술관에서 설계하는 나의 인생’ 강좌를 통해서는 예전에 유럽의 미술관에 직접 갔을 때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미술작품을 전문 강사님의 해설로 감상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센터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바로 팝송을 통해 가사가 가진 진짜 의미를 이해하면서 영어도 배우는 과정입니다. BTS 등 K-pop의 활약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과 여행도 많이 오는데, 우리가 받는 영어 교육은 문법 중심이라 막상 대화하려면 올바른 문장인지 고민하다 입이 떨어지지 않게 되죠. 그런데 오래전부터 듣던 팝송은 대하기가 편하고요. 그러면서도 그 가사를 음미하면 심오한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는 단순히 여행길에 들른 호텔 소개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성과 철학이 담겨 있거든요. 그렇게 실용적인 영어보다 노래를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팝송을 통한 인생 영어’ 수업이 현대의 50플러스 세대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 영등포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 우리에게 50플러스센터가 필요한 이유….
‘50플러스’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으로 어떤 이들은 50플러스재단과 캠퍼스 그리고 각 센터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인가?’라는 의문과 주저함이 있기도 했지만, ‘4060’이라는 수용적 사업 방향으로 참여 세대의 폭이 늘어나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김경익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 후 중장년층이 겪게 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위한 ‘초석’ 역할을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센터가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돌아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이 계신다면 고개를 들어 50플러스센터로 향하기를 추천해 드리는 바이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vpo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