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완전 정복
모름지기 기자라면 배당된 취재에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겠지만 개인 선호도, 편견, 역량까지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본 시민기자에겐 ‘디지털’ 관련 분야가 그러하다.
찾아가는 중장년 디지털 전환교육 ‘디지털 완전정복’은 대치평생학습관에서 열렸다. 사대문 밖 벗어나는 걸 귀양으로 여기는 35년 종로 주민인데다, 취재일인 8월18일(금요일)은 여름 더위의 절정이었다. 숨이 턱 막히고 땀이 주르르 흘러 정신이 혼미했다. 어찌어찌 학습관에 들어서니 10분이나 늦었다. 그런데 벌써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강사와 수강생 열의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디지털 완전 정복’ 1회 차 수업은 ‘스마트폰 넌 누구냐’로 내 스마트폰 정보 알기, 불필요한 자료 정리하기, 유용한 기능(엣지패널 스마트 캡쳐 등) 등이었다. 2회 차는 ‘스마트폰 똑똑하게 활용하기’로 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활용, 대화형 인공지능 구글 바드 시작하기, 구글 렌즈로 이미지 검색하고 번역하기로 짜여 있었다. 두 개 수업만 듣고 실천하면 전화 걸고 카톡하고 사진 찍는 게 전부인 나 같은 초보자도 일취월장할 게 분명해 보인다. 위젯, 내비게이션 바, 설정 메뉴, 다바이스 케어, 베터리 절전 모드, 기가바이트와 테라바이트 등등 용어부터 낯설다. 강사님이 PPT 화면을 띄우고 기능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함께 실행할 시간까지 주는데, 보조 강사님이 자리마다 찾아다니며 가르쳐 주기도 하는데,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수강생들은 조용히 자신의 스마트 폰에 얼굴을 묻고, 기능을 실행해보고 노트 필기에 사진 촬영까지 한다.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총 6시간 수업의 ‘디지털 완전 정복’ 수업은 이후 대치평생학습관에서 10월까지 이어질 구글, 블로그, 영상편집, 인스타그램, 메타버스 수업 중 가장 쉬운 난이도라는데, 입구에서부터 차단당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빠른 실행 아이콘, 카톡방에 조용한 채팅방 만들기, 글자 크기 키우기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설정 기능이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본 기자는 대만족했다.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수강생 인터뷰
쉬는 시간에 남성 2명 포함, 20명 수강생 중 5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을 인터뷰 했다. “대학에서 광고 홍보를 가르쳤고, 지금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하며 소소하게 스마트폰 강의도 해요. 내가 모르는 디지털 기능이 있는가, 점검하러 왔어요. 물론 초보 코스지만, 워낙 빨리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되니까요. 집도 가깝고 수업 시간도 맞아 좋네요. 10월 수업까지, 가능한 한 많이 들으려 합니다.”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기본은 다 하지만 젊은이들 하는 것만큼 못하니까요. 자식들에게 물어보기도 창피하고, 자꾸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사실 기초 배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해요. 머리 아프다고 안 배우려는 친구가 대부분이에요. 쿠팡, 인스타, 당근 등 필요한 걸 다 배워서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강사 인터뷰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빠르고 명쾌하게 강의를 진행하는 신도선 강사님은 양평군 평생학습센터, 면자치센터 등 유관기관에서 정보화 교육을 다수 진행했고, 서울시50플러스센터와 캠퍼스 등에서 SNS 활용 과정의 교육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베테랑. “전자계산학과에서 전산을 전공했어요. 홈페이지 만들기를 배우다, 일찍 컴퓨터를 접한 덕분인지 잘 따라온다는 강사님 추천으로, 2004년부터 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기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막상 해보면 무척 쉽거든요. 다 알 필요는 없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 몇 개만 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강의를 들어보길 권해요. 수강생 수준이나 열의에 따라 다르지만, 필요와 관심이 있어 오신 분들이 빨리 배우죠. 가장 큰 보람은 스마트폰을 어렵게 느끼셨다는 분들이 활용을 잘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하실 때입니다. 특히 연세 많은 분들은 손자들 칭찬에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하세요.”
수강생 사이를 쉬지 않고 오가며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수인 강사님은 경기 부천시 스마트시티 챌린지 시민역량강화교육, 디지털배움터, 어디나지원단 등에서 디지털 활용 교육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은퇴 후 디지털 공부를 했어요. 스마트워크 교육 강사단에 속해 있는데, 돈보다는 봉사 의미가 크지요. 어릴 때 꿈이 교사였는데, 이제라도 꿈을 이뤄 행복합니다. 다음 주부터 여기서 구글 수업을 합니다.”
ⓒ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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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평생학습관 담당자 인터뷰
대치평생학습관 오예슬 대리님께 ‘찾아가는 중장년 디지털 전환교육’을 신청한 이유 등을 들어보았다. “상 하반기, 그리고 1년마다 주민 대상 수요 조사를 하는데, 디지털 관련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마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찾아가는 중장년 디지털 전환교육’ 공문을 받았고, 그래서 신청했습니다. 정보화 교육을 꾸준히 하고 싶어도, 학습관 자체만으론 어려운데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검증된 기관의 강사 지원을 받으니 무척 고맙습니다. 이번 교육이 중장년으로 고지되었지만, 65세 이상, 심지어 80세 어르신도 한 명 신청하셨어요. 지역 주민이고, 수업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신 분들에게 수강 기회를 드렸어요. 20대는 유튜브 등으로 혼자 배울 수 있지만, 중 장년 이상은 직접 와서 질문하고 가르침 받을 기회를 선호하시죠. 디지털 수업이 난이도 높은 단계로 가고 있는데, ‘디지털 완전 정복’은 초보자에게 고마운 수업이지요.”
기관도 수강생도 강사님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다보니, 한 자리에 모여 디지털 세상을 헤쳐 나갈 돛을 달게 된 것이다. 더 넓은 디지털 바다로 나아가는데, 이번 수업이 큰 길잡이가 될 거라 응원하며, 열사(熱砂)의 아스팔트 도로로 나왔다.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eastok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