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역사와 문화가 보고 싶다면 ? 국립고궁박물관
박캉스하며 무더위도 피하고 전시도 보면 일석이조 !
박캉스는 박물관(Museum)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말로, 박물관에서 피서를 즐긴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고 휴가철 바가지 물가에 이만저만 불편한 일이 있는 게 아니다. 이럴 때 가까운 박물관에서 전시도 보고 더위도 피한다면 고생을 줄이고 새로운 마음으로 충전할 수 있다.
▲ 조선국왕의례와 왕실생활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는 고궁박물관 2층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특히 올여름 무더위로 인해 심신이 많이 지치고 자신감을 잃은 분들에게 국립고궁박물관 박캉스를 추천하고 싶다.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며 왕실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왕실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면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왕의 초상화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획전시실의 전시는 기간별로 바뀌기 때문에 상설전시실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실과 여러 부대시설이 있다.
▲ 임금의 의자인 어좌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조선 국왕의 의례와 왕실 생활
먼저 2층에는 조선의 국왕, 조선의 궁궐, 왕실의 생활을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이 있다. ‘조선의 국왕’실은 조선 왕조의 상징물과 기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국왕은 즉위부터 사후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징물 속에 둘러싸여 의례를 행하며, 권위를 표현하고, 통치의 정통성을 확보했다.
국왕이 앉았던 어좌, 그 뒤에 놓였던 일월오봉도는 누구라도 한 번쯤 봤을 유물이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품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국왕의 친필을 새긴 각석과 국가 주요 행사의 절차, 규모 등을 기록한 의궤, 국정 동반자였던 신하가 정치 입문 당시 작성한 과거 시험지 등 조선 왕조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다.
‘조선의 궁궐’실은 궁궐 역사와 왕실 가족들의 생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국정의 무대이자 국왕을 비롯한 왕실 구성원의 생활공간이기도 했던 궁궐은 조선시대 최고의 건축물이다. 조선은 경복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을 지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했다.
조선의 궁궐 전시실에서는 궁궐의 역사와 구조, 관리 등과 관련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경회루전도>에 따르면, 1997년 경복궁 경회루 연못 준설 작업 도중 출토된 청동룡은 경복궁 중건 당시에 화재 방지를 위해 청동으로 만든 용 두 마리를 연못에 넣었다고 한다.
▲ 조선왕실 복식 왕실생활실의 궁궐침전내부공간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왕실의 생활실’은 왕실에서 사용한 옷과 가구, 장신구, 도자기 등 조선의 수준 높은 공예품 제작 기술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왕실 구성원들의 생활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왕실 생활 전시실에서는 조선 왕실 문화의 기품과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다. 왕실의 생활실에 전시된 영친왕 곤룡포는 1444년 (세종 26)부터 조선 말기까지 왕이 평상시 집무할 때 착용하였던 의복이다. 곤룡포를 입을 때는 허리에 옥대를 둘렀다. 가죽에 옻칠을 하여 만든 검은색 익선관을 썼으며, 목이 긴 신발인 목화를 신었다.
근대 국가로의 전환
1층에는 황제국의 선포와 근대 국가로의 전환을 살펴볼 수 있는 ‘대한제국’실이 있다. 외세의 압박이 거세지던 1897년 고종은 황제로 즉위하고, 국내외에 독립 국가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대한제국은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하고, 근대화의 발판이 될 새로운 기술과 문화의 수용에 나섰다.
대한제국 전시실의 황제· 황후의 자동차, 황실의 사진, 생활공간 등은 황제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근대화를 향한 당시의 열망과 실천 과정을 증언한다. ‘고종황제 어새’는 고종황제가 사용했던 대한제국 국세로, 주권을 침탈하려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각국에 보내는 비밀 친서에 실제 사용했다.
전시실 로비에는 순종 황제와 황후가 타던 자동차 ‘어차’를 감상할 수 있다. 순종 황제 어차는 국가등록 문화재로 순종 황제가 탔던 자동차이다. 미국제너럴모터스사(GM)에서 제작한 것으로 초기 모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조선 왕실의 문화와 예술
지하에는 조선 왕실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궁중서화’실, 왕실의 의례를 살펴볼 수 있는 ‘왕실의례’실, 조선의 수준 높은 과학문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과학문화’실이 있다.
엄정한 형식에 따라 제작된 ‘궁중서화’는 장식과 감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통치 수단이기도 했다. 궁중서화실에는 국왕과 왕실의 정통성을 표현하고 평안과 번영을 기원한 그림, 궁궐 전각을 꾸민 장식화, 국왕과 종친들의 감흥을 표현하고 내면을 수양하기 위해 제작한 서화와 인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 연- 왕이나 왕비 등이 행사 때 탔던 가마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왕실의례’실에서는 국왕이 일생동안 몸소 배우고 실천했던 다양한 의례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리학 이념에 따라 나라를 다스린 조선은 국사의 다섯 가지 의례인 오례 (길례, 흉례, 반례, 군례, 가례)를 통해 국가 행사를 규범화하고 신하, 백성과 소통하고 화합하고자 했다.
‘과학문화’실에서는 각종 천체 관측 기구, 해시계, 자격루,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높은 성취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과학은 통치자의 정당성을 보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수단이었다. 특히 천문학은 절기와 시간을 알려주어 백성들이 때에 맞춰 농사짓고 생업에 힘쓰게 했다. 또 국왕의 통치가 하늘 뜻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인 궁중 보자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상 ⓒ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이렇게 국립고궁박물관을 둘러보니 조선 왕실의 역사와 체계, 문화유산들을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의례를 기본으로 예의와 법도를 발전시킨 조선 왕실의 찬란하고 섬세한 문화유산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유물인 왕실 소장품들도 볼 수 있어 뜻 깊었다. 늦여름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 많은 분이 박캉스 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란다.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https://www.gogung.go.kr/gogung/main/main.do
관람시간 10:00 ~ 18:00
(수요일, 토요일은 10:00 ~ 21:00)
입장은 마감 1시간 전까지 가능
휴관일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은 휴관
시민기자단 최은영 기자 (bestedu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