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더운 2023년의 여름,
-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의 현명한 여름나기
폭염-태풍-폭우, 인류가 경험하지 않았던 기후재앙의 시대!
말 그대로 ‘서바이벌 게임’, 아니! 게임이라는 표현은 농담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번 여름의 날씨는 인류의 생존을 우려하게 하는 수준이다. 2023년 8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2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50명 이상이 숨졌다. 또한 남유럽과 미국에서는 섭씨 50도 달하는 고온 현상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2022년에 유럽 전역에서만 폭염 사망자가 6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국제기구 유엔(UN)이 인류는 이제 온난화의 시대를 넘어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혹자는 ‘여름’이면 덥고, 장마와 태풍을 겪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자연의 섭리야 거스를 순 없겠지만 정도의 차이, 무더위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과연, 예전에도 여름 날씨가 35도를 넘었고, 이렇게 길게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을까? 기자가 인터넷과 기상청 자료를 찾아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의 여름철 평균 온도는 섭씨 26도를 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우리 집 에어컨 설정치다.
또한 서울의 연중 여름 일수는 1960년대 103일에서 2016년에는 142일로 한 달이 넘게 더 여름 날씨가 길어졌다고 하니 ‘지긋지긋한 여름’이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여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오늘은 본 기자를 항상 무더위가 아닌 포근함으로 맞이해 주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의 지혜로운 여름나기 방법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 녹색에 둘러싸인 영등포50플러스센터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이런 피서(避暑)는 어떨까? - ‘서원’ 북카페에서의 피서(披書)!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이 종이부채로 무더위를 식히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여름나기를 했을까? 시대가 흘러도 사람 사는 법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조선시대를 보면 세종대왕이나 성종과 같은 임금들은 집현전과 홍문관 관리들에게 책 읽는 독서 휴가를 주는 ‘사가독서제’를 시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우리 선조들에게 책 읽기는 더위를 식히며 지식도 넓히는 유용한 피서법이었다. 그런 면에서 기자가 추천하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첫 번째 피서지는 북카페 ‘서원’이다.
잘 아시겠지만, 영등포50플러스센터는 신군부 군사독재 시절인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KBS2TV로 합병된 당시 동양방송(TBC)의 사옥 맞은 편인 여의도복지관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5월, 영등포50플러스센터가 개관하고 한 달 후에 오픈하며 센터와 함께 발전해 온 북카페 ‘서원’은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 유교의 성현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학자를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설립한 사설 교육 기관이었던 ‘서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만큼 카페 한쪽 면은 책으로 가득했고, 한옥에 들어선 듯한 편안함을 주는 짙은 갈색의 원목 중심의 실내장식과 백열등 불빛의 실내조명이 어느새 도시의 소음과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작은 창들이 있는 벽면으론 좌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창문 밖 풍경과 함께 책 읽기에도 더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카페의 책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또 하나의 비책이 있는데, 영등포시니어클럽 일자리 참여자들이 손수 정성껏 만들어 주는 다양하고 시원한 음료가 바로 그것이다. 기자는 먼저 음료를 고르며 서원 북카페의 바리스타들과 인사 겸 이야기를 나눴는데 점심시간 직후라 주문 손님이 많은 상황에서도 4명의 바리스타가 분업화된 팀워크로 서로 협동하며 즐겁게 음료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밀려드는 주문에도 항상 친절한 ‘서원’의 바리스타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특히, 김옥숙 바리스타는 북카페 서원에서 일하는 소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폭염 상황에서 집에 있으면 더 덥고 힘든데 이렇게 시원한 카페 공간에서 특히, 센터 방문객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는 보람된 일까지 하니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즐거운 마음입니다. ‘서원’ 북카페는 외부에 있는 카페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재료나 서비스 면에서 뒤지지 않고요. 그래서 가끔 맛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나 자주 오셔서 단골처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힘이 납니다. 오래 앉아 계신다고 뭐라 하는 사람이나 불편한 일 없을 테니 이 기사를 읽는 분들께서도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북카페 ‘서원’에 오셔서 남은 여름을 ‘북캉스’로 즐겨보세요.”
▲ 북카페 서원의 어벤져스인 영등포시니어클럽 바리스타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에어컨 공기보다 자연의 바람이 그리 울 땐 – 3층 야외테라스로!
취재가 진행 중인 동안 카페 안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석이었고, 다양한 연령대의 중장년층들이 35도가 넘는 외부 온도를 잊은 채 차를 마시며 담소하며 말 그대로 시원한 여름을 나고 있었다. 취재를 핑계로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기자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두 번째 피서 장소를 소개하고자 카페를 나서 3층으로 향했다. 강의와 커뮤니티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해 항상 분주한 센터 내에서 기자가 즐겨 찾는 추천 피서(披書)지는 바로 3층에 있는 야외테라스 공간이다.
▲ 3층 서가 뒤편에 있는 야외테라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시원하지만 건조한 에어컨 공기와 주변의 대화 소리로 독서가 방해된다면 이 야외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 피서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의도의 여름 주인공인 매미들의 청량한 울음소리와 센터와 인접한 앙카라공원(자매근린공원이라고도 하며 1971년 8월 23일 서울시와 터키 앙카라시의 자매결연 체결을 기념하기 위하여, 터키의 풍물이 담긴 주제공원으로 조성하여 1977년 개원- 출처: 서울특별시)의 나무들이 마치 숲속에 온 듯 자연의 바람을 실어다 주기 때문이다.
▲ 야외테라스에서 보이는 앙카라 공원 나무들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 센터 옆에 위치해 산책하기 좋은 앙카라 공원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자연으로 돌아가라!
“Return to nature!” -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이 유명한 격언을 21세기, 뜨거운 한 여름에 되새기는 이유는 그가 말한 ‘자연’의 철학적 의미보다 더 현실적이며 직접적인 인류 생존에 부합하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 폭우,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앙은 결국 인간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에서 범한 환경 파괴가 원인이기에 이제라도 산업화와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는 행위를 멈추는 지구적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뿐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vpo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