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슈 톺아보기] 맞고 있는 아이, 보호할 수 없다!. 교사 집회, 이해하고 싶은가?
누란의 위기, 그리고 그 피해는?
누란(累卵)은 쌓아 놓거나 포개 놓은 알로 몹시 위태로운 형편을 뜻한다. 쌓아 놓은 알은 무엇일까?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일컫는 걸까?
2년차 교사 A씨가 서울 서초구의 S초등학교 지난 7월 18일 교실에서 숨졌다. 2000년생 23세!
7월 20일, 서울시교육청 입구에 놓이는 근조 화환은 고개 숙인 호위무사였다. 리본에는 ‘동료교사 일동’ 명의가 많다. 침묵하는 교사들은 위로받으며 흐느껴 울 권리조차 없는 34도 태양 아래 그대로 노출되어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무슨 일일까? 공중파 뉴스, 종합 일간지, 시사 주간지, youtube 저널을 찾아봤다. 그리고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공교육은 죽었고, 교육은 없다. 결이 같다.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아동학대법
떠든 아이 이름을 칠판에 적었다.
칭찬스티커를 일부 아이에게 주었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 이름을 불렀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뛰어다니는 학생을 불러 세웠다.
A학생이 B학생을 때리려 하는 손을 잡았다.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사례다.
A학생 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교장(교감)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거다. 현행법률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교장, 교감이다. 아동학대의 의심, 혹은 직무상 범죄를 알게 되었을 때 신고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교사의 억울함에 분노가 끼어들게 한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체벌이 만연했다. 손목시계를 풀고 그 손으로 뺨을 때렸고,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휘두르면 온몸으로 맞이했다. 소지품 검사, 가방 검사는 불시에 이루어졌다. 떠든 아이는 남겨져 청소는 기본. 두발(頭髮) 검사는 학교 가는 길을 무섭게 했다. 교문에서 가위와 바리깡은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결코 폼과는 가깝지 않게 잘렸다. 무자비한 그 시절이 좋다거나 옳다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 시절엔 학습에 방해되는 행위를 학생과 학부모는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싸움은 교사가 알 수 없도록 방과 후에 조용히(?) 치뤘다. 삐딱하게 어긋난 녀석을 사람 만들어보겠다며 포기하지 않던 스승도 존재했다. 인간성과 도덕이 버티고 있었고 교육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도 건강하게 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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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실에서 학생끼리 싸움이 일어나면 어떤가! 때리는 학생을 말렸다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 학생, 학부모가 학교 관리자인 교장, 교감에게 ‘아동학대 아니냐?’ 말하면 증거 없이도 교장, 교감은 자신이 관리자로 있는 학교 교사를 고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리곤 담임업무에서 배제시킨다. 이 무슨 작태인가.
“모든 말과 행동은 스스로 검열할 수밖에 없다. 교실에서 친구에게 가해를 가하는 학생을 말릴 수도 야단칠 수도 없다.” 상왕십리 B교사 말이다. 공교육과 공동체는 무너진지 오래다. 오직 내 자식만 존재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2022년 전교조가 교사 6243명을 대상,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92.9%가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도 있겠다.”는 답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20년 아동학대의 범위를 굉장히 넓혀놓았다.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만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무고죄 적용도 쉽지 않다. ‘업무’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 감독하는 교사가 포함되었다. 문제는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우려되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마저도 위태롭다. 내 자식만 보이기 때문이다.
▲ 교육 현장을 떠나는 교사들 Ⓒ SBS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무력해져야 하는 걸까
단상에선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학교 폭력 피해를 발견해 신고했다. 그러자 가해 학생 A부모가 자신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폭언하는 B학생을 제지하니 정서적, 신체적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한 학부모도 있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잃어버린 교육 열정과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난하고 외롭고 억울함은 어찌해야 하는가? 고소당한 교사는 말한다. “이제 아이들을 학생이 아니라 고객으로 봐야한다.”
교권은 교사를 위한 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교권은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권리를 말한다. 교실에 남아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정서학대로 고소하는 학생과 그 부모와 다툼으로부터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권리를 갖자는 말이다.” 인천에서 온 P교사를 교사집회 경복궁 3지역에서 만났다.
▲ (좌)8월5일 경복궁앞 교사 모임, 드레스 코드 : 검정 / (우)아동학대 처벌법을 개정하라는 교사들 Ⓒ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아동학대 신고를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거를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혐의로 종결 시 상대에게 무고죄 등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명문화 되어야 한다. 법령과 학칙에 의거 교원의 교육행위와 아동복지법의 분리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고발에 실망해 조기퇴직을 신청한 B교사의 말이다.
친구들과 어우러지는 규범과 예절 그리고 배려를 가르치는 첫 장소는 가정이다. 가정에서의 존중과 배려는 학교로, 사회로 연장, 확장된다. 새는 바가지는 매워야 사용할 수 있다. 작금의 아동학대 신고 형태는 새는 바가지 틈새로 빠져나가는 물을 탓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쌓인 알의 위태로움은 내 자식만이 아니라 교실에 남아있는 다른 아이들이다. 교사들의 슬픔이 절망이 되도록 방치하지 말자. 그들의 열정을 지킬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내일의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 서울시교육청 울타리에 근조 화환 리본이 죽은 영혼을 부르는 상례의 일종인 초혼(招魂)을 하는 듯 보였다 Ⓒ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 학생인권조례란
- 시도 교육청이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자치 규범이다. 두발 자유, 체벌 금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담고 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2012년 광주, 서울, 2014년 전북, 2020년 충남, 2021년 제주에서 만들고 시행했다.
- 2021년 인천은 학생·교직원·보호자를 포괄하는 ‘학교 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를 만들었다.
대구, 대전, 경북은 학생인권 조례를 추진하지 않았고, 강원, 전남, 충북, 세종,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조례를 만들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아동학대처벌법
- 지난 2013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2014년 1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처음 제정됐다. 이후 2020년 10월에 입양아 사건으로 아동복지법이 강화되었다. 이 법들이 일선 교사들에게는 ‘저승사자법’으로 통한다.
- 아동학대처벌벚 제2조 제3호
“아동학대‘란 아동복지봅 제3조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를 말한다
-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kisworl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