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 선율에 담긴 최고의 하모니
- 영등포50플러스센터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를 만나다.
오카리나는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학교와 공부가 세상 전부이자 미래를 위한 일상이었던 학생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악기 소리에 잠시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인터넷 검색도 없었으니 며칠을 수소문하며 찾아낸 그 음악의 정체는 ‘소지로’라는 일본인이 연주한 오카리나 연주곡이었다.(궁금한 분은 링크를 눌러서 연주를 들으며 기사를 계속 보시길 추천드린다. : https://www.youtube.com/watch?v=3I_ysxGoPDg) 이 곡은 1986년도 일본 NHK가 제작한 3부작 다큐멘터리 ‘대황하’의 OST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던 시절, 광활한 대지의 영상과 함께 청아하면서도 사람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오카리나의 선율은 ‘학교와 입시’라는 우물에 빠져 살던 내게 세상은 훨씬 더 넓고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그래서 내가 현재의 직업을 택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어느새 그때의 추억이 36년을 흐른 지난 달,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많은 커뮤니티 중에 오카리나 연주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또다시 ‘대황하’의 오카리나 연주를 떠올리며 취재 길에 나섰다.
▲ 오카리나(ocarina)란, 이탈리아 말로 ‘작은 거위’를 뜻한다. ⓒ 픽사베이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에는 청일점이 있다?
취재 당일에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연습을 한다기에 방해가 될까 봐 우선은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치완 회장(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는 커뮤니티의 수장을 ‘회장님’이라고 호칭하고 있었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학창 시절에는 공학도였고 대기업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바쁘게 회사 생활을 하며 살았기에 악기나 연주에 관심을 가지고 살 여유가 없었는데, 우연히 접한 여린 음색과 맑은 소리에 매료되어 취미로 연습해 본 것이 오카리나와의 인연을 맺게 된 시작이었다는 이치완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의 유일한 남성 회원, 이치완 회장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Q.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의 탄생과정이 궁금합니다.
-.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는 오카리나가 베이스부터 소프라노까지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다는 사실과 연주자의 호흡을 통해 그렇게 아름다운 연주가 가능하다는 오카리나의 매력이 좋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취미로 배웠다가 사정이 생겨 중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오카리나’ 교육 과정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업에 참여하면서 다시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교육 기간이 끝나니까 당시에 함께 배운 분들이 서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우리 취미생활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오카리나를 연습하자!’라며 모인 것이 ’소리새‘의 시작이었습니다.
Q. ‘소리새’의 뜻은 무엇인지와 커뮤니티 자랑 좀 해주세요.
-. 꾀꼬리 같은 새들을 보면 몸집은 작지만, ‘짹짹 짹짹 재잘재잘’하는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운 소리를 내잖아요. 그런 새들처럼, 작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연주를 하자는 의미로 소리새, 오카리나 팀이니까 ‘소리새 오카리나‘라고 팀 이름을 정했습니다. 2019년도에 결성해서 벌써 5년째 운영되고 있네요. 현재 회원은 15명인데 대부분이 초창기부터 시작한 분들이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남자는 제가 혼자고요. 그래서 청일점이죠. 남자가 혼자이다 보니 힘쓰는 일을 맡아서 하라는 의미로 회장을 맡은 거지 절대 연주실력으로 뽑힌 건 아닙니다. (웃음) 우리 커뮤니티의 자랑이야 많지만, 그 중에 제일은 모든 회원분이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연습이나 공연, 모임 등의 활동에 빠지는 분이 거의 없어요. 물론 간혹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습에도 13명 이상을 유지하니까, 공연이 생겨도 10명 이상은 반드시 무대에 서서 공연할 수 있는 체계적 운영이 가능한 거죠.
Q. 오카리나 공연을 통해 사회공헌과 재능기부 활동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 영등포50플러스센터와 신중년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요양병원이나 주간돌봄센터 등에서 공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하는 길거리 강연도 수년째 참여하고 있어요. 지혜발전소라는 단체에서 인생 삶의 지혜나 경험을 나누며 세대 간의 소통을 돕자는 취지에서 2017년 3월부터 시작해 100회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요. 우리 ’소리새‘도 2022년부터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면서 10회 이상 함께해 왔습니다. 출연료도 없고 공연 전후 식사도 사비를 모아 해결하기도 하지만 모두 공연 활동이 좋아서 회원분들 스스로 하는 봉사활동입니다.
Q. 출연료 등의 보상이 없어도 재능기부로 공연을 계속하시는 이유는요?
- 우리 연주를 듣는 분들에게 음악적 즐거움을 주는 보람도 있지만, 우리 회원들이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죠. 무대 위에 서는 행사나 공연 일정이 잡히면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모여서 연습하게 됩니다. 공연 장소나 관객층에 맞는 곡들을 먼저 선정하는데, 관객분들이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는 클래식 같은 연주보다 그분들이 평소 좋아하는 ‘낭랑 18세’나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노래를 선곡해서 연주하면 듣는 분들도 신나하고 박수도 많이 주시거든요. 그런 재미와 보람으로 집에서는 각자 정해진 곡을 연습해 오고 공연 날에는 미리 모여서 2시간 정도는 합주를 통해 하모니를 맞춰가는 거죠. 신중년사회공헌 활동 지원사업이 액수의 문제를 떠나서 연주를 듣는 분들에겐 힐링을 주고, 우리 같은 연주자들에겐 실력 향상과 경험의 확대라는 점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Q.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모범적인 커뮤니티라고 들었는데요. 그런 관리의 비결은 뭘까요?
– 다른 커뮤니티도 열심히 잘 운영하고 계시지만, 소리새 커뮤니티 단결력의 비결은 관리가 아니라 마음과 뜻이 모여서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센터에 올 수 없었던 시기에도 우리는 계속 모였습니다. 실내는 어려우니까 여의도공원이나 원효대교 아래에도 모여서 연습했어요. 다리 밑에서 연주하는 것도 시설관리공단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요. 너무 추울 때는 신도림역에 있는 유료 공간을 대관해서 연습을 계속했어요. 한 주도 거른 날이 없이! 화요일 오후에는 커뮤니티 모임이 1순위라는 회원들이 마음과 실천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Q. 이렇게 의미와 보람이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계속되기 위해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가 잘 뭉치고 활동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니까 함께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분들이 제법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신규회원을 받을 수가 없는 이유는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해서가 아니라, 다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입니다. 지금도 15명이 촘촘히 모여 연습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연하는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방음시설도 있고 공간도 충분한 연습실을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단순히 연습뿐이 아니라 더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세대도 그렇지만 특히 신중년들에게는 음악 연주에 대한 ‘로망’이 강합니다. 나이도 들었는데 취미로 악기 하나쯤은 배우고 연주하고 또 공연까지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 소리새 커뮤니티도 50대부터 최고 왕언니이신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니까요. 그런 분들이 마음껏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소리새 오카리나 팀처럼 모든 50플러스 커뮤니티 파이팅! ⓒ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마음을 치유하는 ‘소리새 오카리나’의 연주가 계속되기를….
이치완 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대하던 소리새 오카리나 커뮤니티의 연습을 참관할 수 있었다.
금전적 보상도 없이 길거리 강연의 주인공이 아니라 공연의 전후에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연주팀으로 참여하기 위해, 이동시간까지 고려한 4시간 전부터 모여서 연습하며 조화로운 하모니를 맞춰 가는 소리새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다시금 오카리나와의 인연에 감사하게 되었다. 마치 인생 제2막을 준비하기 위해 배우고 만나고, 서로 발전하는 신중년 세대와 50플러스센터의 관계처럼
초기에는 도자기와 같이 흙으로 빚어 만든 오카리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참전 용사들에게 위문품으로 보급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대중적인 악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입을 통해 소리가 나는 새 모양의 그릇이었던 오카리나는 피 튀기는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악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감사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 조화로운 50플러스 세대의 커뮤니티 활동이라는 깨달음을 준 소리새 오카리나 여러분의 하모니가 오래오래 온 세상에 퍼지길 바라며 이번 취재를 마칠까 한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vpo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