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취재] 노인인지케어 봉사단 직무교육 현장을 가다

짙어진 녹음이 성하의 계절을 재촉하는 끝자락의 봄날이었다. 지난 5월 26일,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2층 교육실에서 진행된 ‘노인인지케어단’ 직무교육 현장을 찾았다. 교육시간인 오후 2시를 20분 가량 앞둔 시간이었음에도 30명 가까운 참여자 대부분이 자리를 지킨 채 차분하게 수업을 기다리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다른 직무교육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무료한 표정이나 웅성거림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다들 환한 표정이었다. 그 이유는 이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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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캠퍼스 정원의 나무들이 성하의 계절을 재촉하는 듯하다.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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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인지케어단 3차 직무교육 모습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교육이 시작되자 윤서우 강사(시니어활동연구소 ‘오늘도 봄날’ 대표)의 리드에 따라 ‘엄지 검지’ 손체조가 펼쳐졌다. 윤 대표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부딪히며 리듬을 타는 시범을 보이면 수강생들이 그 동작을 따라 한다. 몇 번 반복되자 집단체조를 하는 듯 참여자 동작이 제법 체계가 잡힌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했던지 윤 대표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여러분이 지금 저에게 집중하는 것처럼 현장에 가시면 어르신들이 여러분 얼굴을 뚫어지게 볼 겁니다. 그러니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감 넘치게 하세요. 그러면 어르신들이 여러분에게 하트(♥)를 ‘뿅뿅’ 날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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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 윤서우 대표의 지도에 따라 엄지 검지 손체조를 하고 있는 봉사단 참여자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엄지 검지 동작을 계속하면서 ‘오늘 아침 점심에 먹은 음식과 반찬을 같은 조원들과 얘기하라’는 강사의 주문이 떨어지자 교육장 분위기가 이내 후끈 달아오른다. 여기저기서 엄지 검지 손체조를 하면서 음식 얘기를 꺼내다 웃음보가 터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여기서 잠깐! 손체조는 왜 필요할까? 윤서우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해선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나 치매 초기 환자의 잔존 인지능력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게 중요한데 즐거운 마음으로 엄지 검지 손체조 같은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우리는 치매 어르신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날의 교육은 노인인지케어단 직무교육 3회 차 강좌다. 6월 2일의 4회 차 강좌를 마치면 교육과정이 종료되고 참여자들은 각자의 활동처로 나가 치매 어르신들의 인지활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다. 활동처는 서부캠퍼스 인근의 6곳의 기관으로 신사종합사회복지관, 은평구치매안심센터 1차, 은평구치매안심센터 2차, 역촌노인복지관, 신사노인복지관, 중구치매안심센터다. 

 

치매로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해요

 

“6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좀 자신이 없었어요. 요양보호사 등 몇 개 자격증이 있지만 별로 쓸모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노인정 무료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제대로 된 커리어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는 한현애 씨는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 크게 고무된 표정이었다. “많은 것을 배워야 발전도 있고 자신감이 생기는데,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까지 생겨 너무 즐겁다.”면서 “서로를 앞에 두고 연습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어르신들 직접 만나는 현장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번 교육이 끝나더라도 자체적으로 모여 공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활동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한현애 씨와 같은 조원인 정화연 씨도 거든다. “그동안의 개인적인 봉사활동이 전문성 부족인지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치매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가족 중에 치매로 인해 고생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부모님이 두 분을 힘겹게 간호하는 것을 지켜봤다. 부모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 모두 너무 힘들었다. 그때가 중학생 때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로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얘기하며 환하게 웃는다.

 

준비된 예비활동가들의 선한 의지, 봉사활동 자체가 힐링

 

이번 직무교육 참여자들은 초보자가 아니라 나름 준비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자격증 외에 웃음치료, 레크리에이션 방송안무, 인지치료, 놀이활동, 행동치료, 미술활동, 노인교구, 노인정 프로그램, 치매전문봉사자교육 등을 이수해 관련 활동을 경험한 ‘예비활동가’라 할 수 있다. 이들을 예비활동가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은 근거는 이들 모두가 아무런 보수 없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흔쾌히 나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섯 조로 나누어 각각 여섯 곳의 활동처에 빠르면 6월 초부터 투입되어 치매 어르신 인지케어 활동에 나서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교육 열기가 무척 뜨거웠던 것은 바로 이러한 자발성과 열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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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어르신 인지활동을 돕는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조별 토론 열기가 뜨겁다.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이 같은 선한 의지와 관련, 전선영 선임(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서부캠퍼스팀)은 교육 분위기가 무척 뜨겁고 봉사활동에 진심을 쏟아내는 모습이라고 귀띔한다. 이어 치매 어르신 봉사활동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덧붙인다.

 

“가족이나 주변의 어르신을 돌보면서 치매 문제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자체가 곧 미래의 나를 돌보고 스스로를 돕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생겨난 것 같아요. 그런 연장선에서 봉사활동이 오히려 자신을 힐링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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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봉사단들이 12주간 활동하게 될 역촌노인복지관 전경 ⓒ 역촌노인복지관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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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주간 활동하게 될 갈현1동 현대아파트 경로당(신사종합사회복지관 주관) ⓒ 신사종합사회복지관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이들 30명의 봉사단원들은 앞으로 6곳 활동처와 협의한 일정에 맞춰 8주~12주간의 인지케어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게 된다. 직무교육을 이끌어온 윤서우 대표에게서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전수 받은 후 각 조 상황에 맞게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날 교육 후반부는 이러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열띤 조별 토론으로 이뤄졌다. 

이번 직무교육은 서부캠퍼스의 지역사회돌봄단 활동 중 하나인 노인인지케어단 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다. 자원봉사자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과 열정을 최대한 발현하게 하고 이를 팀워크가 다져진 집단화를 통해 창의적인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직무교육의 주된 목표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 치매, 이를 치료하는 건 기쁜 마음

 

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한 서부캠퍼스 사업담당자가 언급한 목표처럼 노-노 케어단을 튼실하게 결성하는 건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은 치매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쁜 마음이 필요하다.” 어느 자원봉사자의 이 말이 가슴 저미듯 다가온다. 치매 예방 분야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 인력 양성이 지체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가리키는 지점이기도 해서다. 이 같은 현실에서 환한 웃음 짓고서 봉사활동에 나서겠다는 노인인지케어단의 함성이 공명이 되어 전해지는 듯하다.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더 많은 봉사단의 참여를 희망해 본다. 윤서우 대표도 이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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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노인인지케어단 직무교육을 맡은 윤서우 시니어활동연구소 ‘오늘도 봄날’ 대표 ⓒ 윤서우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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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우 대표가 조별 토론을 하는 봉사단원들의 질문에 응하며 자문을 하고 있다 ⓒ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

 

“매년 치매 환자 증가율이 10%를 크게 웃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교육에서 자기돌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고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스스로를 지키며 어려움에 처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분들은 무보수로 나선 멋진 봉사자들로서 선한 영향력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무척 기대가 되며 그들의 요청이 있다면 흔쾌히 지원할 생각이다.” 



시민기자단 ​권무혁 기자(km65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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