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열린 두 번째 사이 특강 <인생정원을 위한 가드닝과 생태 이야기>에 참가한 수강생 후기입니다. 이번 특강은 옥상 정원 조성을 위한 주민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편집자 주).

 

1219일 오후, <인생정원을 위한 가드닝과 생태이야기>의 생태 편 특강을 듣기 위해 다시 서대문50+센터로 갔다. 지난 강의도 그간 들어왔던 가드닝 강좌와 달리, 정원산업과 가드너의 관점에서 바라본 정원의 사계까지 깊이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는데, 이번에는 정원과 관련된 생태이야기라니 한층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까페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있는 데 아는 분이 인사를 하신다. 주위 분들이 좋은 강의라고 추천해서 만사 제쳐놓고 달려 왔다고. 지난 첫 번째 특강을 듣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하셨다. ‘역시 좋은 강의는 알아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구나’ .

 

윤석준 :  또 하나의 이웃, 곤충과 새들 _ 홍제천의 생태환경에 대하여

 

 

 첫 강의 문을 연 윤석준 소장님은 어려서부터 새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서 40년 넘게 박제와 표본제작에 종사한 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에 방문한 유치원생들이 핀에 찔린 곤충이 불쌍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2015년 퇴직 후에는 곤충을 자연 속에서 살던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새로운 표본 제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아마도 편안하게 사무 보는 일만 했다면 지금은 쉬고 있을 테지만, 그동안 스스로 연구하며 쌓아온 기술 덕분에 생태표본연구소를 운영하고, 표본 제작 강좌 개설도 준비하며 전보다 바쁘게 활동한다고 했다.

 

 

나는 주위에서 꽃이나 곤충은 흔히 보아왔지만 좀처럼 새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래서 과연 홍제천에 얼마나 새들이 찾아올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철따라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고 또 생각보다 많은 새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사진을 보고 놀랐다. 건천이던 홍제천에 한강물을 끌어올려 수량을 늘리면서부터는 여름철새인 중대백로가 텃새가 되어 눌러 앉았고, 일반 오리와 짝짓기를 해 홍제천에서 새끼를 키우는 천둥오리도 있었다

 

그 밖에도 몸 끝부분을 쉼 없이 비벼 꼬리를 머리로 오인시켜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암먹부전나비, 20일 남짓 사는 다른 나비에 비해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 둔 열매 속 진액을 빨아먹으며 250여 일이나 월동하는 청띠신선나비, 도토리열매에 구멍을 뚫어 산란하고 가지를 잘라 떨어뜨려 알을 보호하는 도토리바구미 등도 신기했다. 강의 부제처럼 새들과 곤충 모두  우리 곁에 함께 있는 '또 하나의 이웃'이었다.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며 "여러분들이 홍제천을 지나면서 여기서 배운 내용이 번뜩번뜩 떠오른다면 오늘 수업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나도 뭔가 하나는 제대로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아는 눈높이만큼 보인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김성호 : '새' 아빠에게 듣는 생명을 바라보는 마음_생태관찰로 배우는 삶의 지혜

 

 

두 번째 강의는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지금은 생태전문작가로 활동하는 김성호 씨로부터 본인의 별명인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게 된 첫 책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에 대해 직접 듣는 시간이었다. 책 이야기 속에는  딱따구리 뿐만 아니라 그의 지난한 인생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나무를 12,000번 이상 쫀다고 한다. 그렇게 둥지를 만드는 딱따구리도 대단하지만 50여 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온종일 그 행위를 지켜보며 그 숫자를 알아 낸 작가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딱따구리 한 쌍이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하여 새끼를 키우는 내내 관찰한 내용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설명해 주셨다.

 

딱따구리의 집은 나무 가지 위에 지은 다른 새 둥지보다 안전하고 아늑해서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암수가 번갈아가며 지킨다고 한다. 서로 교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 공들여 지은 둥지를 뺏기게 된다고. 낮에는 교대를 하지만  밤 경비는 모든 종류의 딱따구리가 똑같이 수컷이 도맡는다고 했다.

 

새끼가 나서 충분히 자라면 부모 딱따구리는 새끼에게 먹이 주는 것을 줄인다.  몸이 너무 무거워지면 날수도 없고 새끼를 모질게 독립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충분히 자란 새끼들 스스로 자신의 세상으로 날아가도록 도와주는 게 딱따구리의 놔주는 사랑 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법은 인간이 새보다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제껏 본 수많은 딱따구리 사진 중에서는 특별히 표지로 선택된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봐도 특이점이 보이지 않았는데 작가는 딱따구리 배를 주목하라고 했다. 배 쪽이 약간 불그스름해 보이는 것이  알을 품을 때 체온이 잘 전달되게 하려고 스스로 털을 뽑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딱따구리의 붉은 배 사진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확인하며 놀랐다. 

 

강의를 들으며 딱따구리의 삶을 통해 수강생 모두가 공감하는 뭉클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 흐르는 잔잔한 사랑!

가드닝과 생태 이야기 특강은 뜻밖에도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인생정원이란 말이  비로소 실감났다.

글 최원준 2018년 상반기 <50+ 원예 활동가 양성_그린 코디네이터 되기 >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