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가을바람이 불고, 때마침 대만이나 일본도 비자 없이 개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옥죄던 여러 가지 규제도 풀리고, 일상이 지루하다고 여겨질 때, 우리의 등을 떠미는 글자 ‘여행’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동작50플러스센터에 ‘내 마음대로 떠나는 나만의 자유여행’ 프로그램이 열렸다. 15명의 50+세대가 모여서 한상진 강사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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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해외여행 내 맘대로
▲ 자유여행 강의실 풍경
“자유여행 다녀온 경험들 있으세요?”
절반 정도의 참가자들이 자유여행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 달 인도여행 다녀온 사람을 비롯해 코르시카 반 자유여행 등 다양한 나라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경험을 나눴다.
패키지여행은 그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루 만에 국경을 넘어가는 등 여행이 아니라 훈련 같았다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에 여럿이 공감했다.
자유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여행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가는 곳, 숙소, 교통, 일정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점은 역설적으로 자유여행의 목적이기도 하다. 자유여행은 내게 좋은 때에, 내게 맞는 규모로,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골라서 내 시간표대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니까.
자유여행 준비, 무엇부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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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의 준비는 ‘왜’에서 시작한다. 떠나고 싶은 이유는? 무얼 보고 싶은 거지? 가서 무얼 하고 싶은 거지? 이 3가지 질문에 답 찾기에서 시작된다. 강사 한상진 선생은 9일 동안 동유럽 5개국을 여행한 예를 들며 오고 가는 시간을 빼고 나머지 시간 동안의 여행이 군대 훈련 같았다고 표현했다.
자유여행을 위한 준비는 먼저 주제(장소 결정과 연계)를 정하고, 시간과 비용을 결정한 다음 코스 짜기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 순서이다. 이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싸고 좋은 여행은 없다는 점이다. 특히 50+세대에게 여행이 모험이 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내실 있고 안전한 여행에는 그만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자유여행은 준비 단계부터 여행 시작이다. 노선을 짤 때는 동반 여행자의 의견이나 취향, 필요 등을 고려해야 하고, 예정한 곳에 대한 사전공부도 좋은 여행에 크게 도움이 된다. 로마 유적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유적도 돌덩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여행 가는 곳의 유적지, 도시의 역사, 자연, 문화 등에 대해 사전공부를 하면 보다 즐겁고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동행자와 여행 코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스터디를 분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만의 여행지도 만들기
▲ 여행지도 만들기(지도 방문지에 찍은 점을 이어 노선 그리기)
구글 맵스(Google My Maps)를 이용해서 나만의 여행지도를 만들 수 있다. 내가 방문할 도시에 점을 찍어서 점과 점을 이어 지도를 그린다. 이때 주의할 점은 교통편이다. 비행기, 자동차, 기차, 선박 등 이동 수단을 체크하여 합리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노선을 짜야 편리하다.
코스를 짤 때 또 반드시 확인할 것은 비행기 IN/OUT이다. 예를 들어 ‘IN 런던 OUT 로마’라고 할 때 이 루트로 가는 다양한 비행기 노선들이 있다. 항공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적어도 국적 항공사를 포함 4곳 정도 항공사를 비교·대조해 보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공료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날 강의에서 추천받은 항공권 예약 사이트는 ‘스카이스캐너’,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카약’ 등이었다. 또 직항을 탈 경우 국내 항공, 경유할 때는 외국 항공을 추천했다. 물론 문제가 생겼을 때 국내 항공이 도움받기에 유리한 점이 있다. 한편 내가 가고자 하는 국적 항공사 웹페이지를 정기 구독해서 항공권 정보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권은 정가가 없다는 것이다.
▲ 나의 여행지도 만들기(도시 안에서 둘러볼 곳과 교통편 정리)
위의 지도는 3박 4일 리스본 여행 일정을 짠 지도다. 리스본 첫날, 도착 시간을 고려해서 리스본 3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다음 날 리스본 근교 도시 오비두스를 기차로 이동해서 3곳을 여행한 후에 당일 다시 기차로 리스본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 날 비행기를 이용해 런던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나만의 여행지도를 그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반드시 확인할 것은 호텔 인/아웃 시간과 이용할 교통편의 시간을 고려한 일정을 알아보기 쉽게 짜는 일이다.
아무래도 합리적인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항공사 홈페이지에 드나들게 된다. 이때 검색을 마친 후 검색 기록을 삭제하는 것을 권한다. 자주 방문한 기록이 남았을 경우 항공사 측에서는 반드시 갈 승객으로 판단해서 싼 가격의 항공권을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검색 기록을 삭제하거나 시크릿 모드로 들어가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숙소를 검색할 때도 적용된다.
항공권의 경우 대개는 4~5개월 전에, 화요일 오후에서 수요일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여행 관련 이메일은 별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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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에 따라 오가는 서류 양과 종류도 만만치 않다. 주로 이메일과 문자를 통해 주고받게 되는데, 서류를 한곳에 모아 보관하는 것이 관리에 편리하다. 새로운 디렉토리를 만들거나 새로운 메일 주소를 만드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해외여행인 경우는 세계 여러 나라가 사용하는 google 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권과 비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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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기한이 6개월 이상 남도록 준비한다. 비자의 경우 대부분의 여행국은 2~3개월 체류 허용하는 것으로 준비한다.
쉥겐협약 가입국에서 비쉥겐국가 국민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
▶ 쉥겐국가 최종 출국일(단속일) 기준으로 이전 180일 이내 90일간 쉥겐국 내에서 무비자 여행 가능
▶ 최장 체류 가능 일수인 90일은 쉥겐국 내에서 여행하였던 모든 기간(이전 출국일과 입국일 포함)을 합산하며, 출국 시마다 이전 180일 기간 중 체류일을 출국심사관이 계산
참고: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클릭)
쉥겐협약이란?
유럽지역 26개 국가가 여행과 통행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약으로서, 쉥겐협약 가입국을 여행할 때는 마치 국경이 없는 한 국가를 여행하는 것처럼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슁겐협약국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몰타,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그 밖의 자유여행 소소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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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사 여행상품은 자유여행 코스를 짤 때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된다. 여행사 상품은 핵심 관광지와 볼거리, 먹거리, 아이디어 등이 다양하게 공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유여행 일정을 짤 때 나의 시간표에 맞추되 여행사 일정을 참고하면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 기념품샵의 엽서를 참고하라. 엽서의 그림에는 현지 랜드마크가 담겨 있다. 기왕 간 곳에서 그 지역 랜드마크가 어떤 것들인지 갈 곳을 정할 때 참고할 만하다.
⊙ 자유여행 일정은 여행사 일정 대비 절반으로 짠다. 자유여행은 패키지여행과 달리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부속적인 일은 모두 여행사가 대신해주므로 그만큼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 현지 도시의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자. 시티투어 버스는 도시 주요 관광지를 섭렵하는 코스로 운영된다. 도시의 크기와 규모 등을 감 잡을 수 있다. 지도에서 보고 짠 것과 현지의 위치나 거리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시티투어를 참고해서 일정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 긴 여행을 할 경우, 추운 지역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더운 지역으로 내려온다. 두꺼운 옷 등 무거운 짐은 그때그때 집으로 부쳐서 되도록 짐을 가볍게 하자.
⊙ 저녁에 도착할 경우 반드시 1박짜리라도 미리 숙소를 정해 놓고 출발한다. 현지 치안 상태를 알 수 없고 불안,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 유명 관광지는 예약이 필수다. 오버 투어링 시대다. 애써 갔는데 줄이 길거나 예약자만 관람할 수 있어 발길을 돌려야 한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첫날 수업에서 자유여행에 필요한 대부분이 다뤄진 것 같았다.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수업이 될 것 같다. 이 수업의 이후 일정에서는 숙소 구하기, 코스별 교통수단 장단점 비교, 가방 싸기, 여행에 필요한 앱, 환전, 스마트폰 사진찍기 등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고, 실제 여행 계획 세워보기와 발표하기로 11월 26일 마무리한다.
50+시민기자단 김영문 기자 (aidiow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