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자원봉사단 ‘도시숲돌봄단’, “노을공원에 나무 심고 내가 먼저 ‘탄소중립’ 실천해요”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 9월의 마지막 날에 언젠가 화보 상으로 보았던 억새가 하늘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서울 상암동 소재 노을공원을 찾았습니다. 50+자원봉사단 ‘도시숲돌봄단’이 참여하는 나무 심기 행사를 취재하고, 처음 가보는 노을공원 산책도 즐기려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죠.
나무 심기 행사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었어요. 만남의 장소인 노을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중부캠퍼스의 유지영 선임과 이민지 선임 등 행사 진행 요원들이 먼저 도착해서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했고, 자원봉사 선생님들도 속속 도착했어요.
“씨앗부터 키운 동물이 행복한 숲”
동물도 행복한 숲을 만들면 사람도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노을공원 시민모임’의 컨테이너 사무실 앞에 이런 문구가 보이네요. 씨앗부터 키우는 숲, 그 속에서 동물도 행복하고, 사람도 안전해지는 숲은 어떤 숲인지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겠습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봉사단’이라 새겨진 조끼와 도토리, 가래 열매가 담긴 붉은 망을 2인 1조 한 망씩 지급 받고 노을공원 시민모임 관계자의 뒤를 따라 나무 심기 행사 장소로 이동합니다. 중간에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열 생산 공장으로 보내는 이송 관로를 보니 이곳이 예전에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
▲ (위) 지급된 조끼를 착용하고 이동을 준비 중인 봉사단 선생님들. (아래) 노을공원 입구를 지나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열 생산 공장으로 보내는 이송관로 모습.
일행들 뒤를 따라 걷다가 유지영 선임과 같이 걷게 되어 50+자원봉사단 ‘도시숲돌봄단’이 어떤 활동을 하는 모임인지 들어보았어요. ‘도시숲돌봄단’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으로, ‘나부터 실천하는 일상 속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획되었다고 하네요. 실천 활동으로 노을공원에 나무를 심어 건강한 도시 숲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2주간 50+탄소중립 챌린지에 참여해서 모은 실천점수(리워드)를 결식우려아동의 간식 지원에 기부하는 활동에 참여한다고 소개해 주었어요.
*탄소중립: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을 조성하여 산소를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에너지인 태양열·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나무 심기 행사장에 올라오는 길은 대략 20여 분 소요되었는데, 한낮의 기온이 27~8도까지 오른 탓에 땀도 살짝 배고 숨도 가쁘네요.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히며, 노을공원 시민모임 활동가님의 설명을 통해 거대한 쓰레기 산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한 과정과 환경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았어요.
▲ 행사장에 모인 봉사단 선생님들.
현재의 노을공원은 다른 하늘공원과 함께 1993년까지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장이었어요. 공식적으로는 15년, 실질적으로 17년 동안 서울시의 모든 쓰레기가 이곳에 버려져 100m 높이의 쓰레기 산으로 변했는데요. 이 쓰레기 산에 특수 강화 필름을 덮어씌우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활동가님은 설명합니다. 인간이 파괴한 환경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다시 살려낸 것에 대해 새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네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여전히 썩지 않은 쓰레기 속에 나무를 심고 돌보며 이 나무가 잘 살아서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손길이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를 안내한 ‘노을공원 시민모임’도 그런 활동 단체였어요. 노을공원 시민모임은 옛 난지도 땅의 생태적 생명을 되찾아주고 평화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쓰레기 대신 맑은 자연을, 아픔 대신 생명의 지혜와 평화를 전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하네요.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 숲 만들기를 목표로 10년 넘게 드러난 쓰레기들 속에 나무를 심어왔다고 해요.
활동가님의 얘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오늘 50+봉사단 여러분과 함께 나무를 심을 겁니다. 그냥 나무가 아니라 정말 쓰레기 산의 이 쓰레기들을 숲으로 바꿔줄 나무들입니다. 저희가 1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이곳이 숲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숲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여러분들과 같은 분들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일들입니다.”
50+자원봉사단 선생님들도 공감하는 표정이 느껴지네요.
활동가님의 설명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나무 심기에 들어갑니다. 쓰레기 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4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도토리를 노천에 무작위 파종하기 둘째, 묘목심기(묘목의 3분의 1 정도는 씨앗을 키운 묘목으로, 비율을 더 높여갈 계획) 셋째, 집씨통(집에서 씨앗 키우는 통나무) 만들어 보급하기 넷째, 씨드뱅크(씨앗제방) 쌓기인데, 그중에 두 가지 방법으로 나무를 심을 거라 하네요.
먼저 마대 자루에 씨드뱅크(씨앗제방)를 만들어, 지정된 둑에 쌓는 과정이었어요. 3인 1조로 식생 마대에 흙을 담고 도토리와 가래 씨앗을 섞어서 마대 주머니를 만드는데, 미리 조 편성을 한 것도 아닌데 아주 자연스레 팀을 만들어 열심히 자루를 만들어 쌓을 곳에 운반하는 광경이 보기 좋았어요.
▲ 3인 1조로 식생 마대에 흙을 담고 도토리와 가래 씨앗을 섞어서 마대 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 (위) 만든 씨드뱅크를 운반하는 모습. (아래) 씨드뱅크로 둑을 쌓고 있는 모습.
다음으로 묘목심기 과정이었어요. 씨앗부터 키운 어린 갈매나무 묘목을 캐어 밑동을 포대에 넣고 아이 품에 안듯 조심스레 보듬어 안아 비탈진 언덕으로 내려갑니다. 건축물 폐기물이 가득한 척박한 땅을 삽질해서 어린나무를 정성스레 심고 그 곁에 물구덩이를 만들어 흠뻑 물을 주면 나무 심기 끝이어요.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오늘 하루 짝이 되어 어설픈 솜씨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잘 자라라는 소망을 담아 이름까지 지어주며, 노을공원에 내 나무가 생겼다고 마냥 좋아합니다. 나무 크는 모습을 보러 오자며 미지의 날을 예약하기도 합니다. 오늘 심은 이 나무들이 언젠가 훌쩍 자라 숲을 이루는 날, 그날을 상상해 보는 것 만해도 뿌듯합니다. 탄소중립 실천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고요.
▲ 어린 갈매나무 묘목을 캐서 심는 과정까지.
마지막으로, 함께한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봅니다. 언젠가 울창한 숲이 된 날에 이날을 기억하는 소중한 한 장의 사진이 되겠지요.
▲ 50+자원봉사단 ‘도시숲돌봄단’ 나무 심기 행사를 마치고.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꽤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일자리 관련 상담에서 희망하는 일자리 형태로 사회공헌형이 54.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여가 관련 상담에서도 사회공헌에 관한 상담이 87%로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오늘 취재 중에 만난 김 모, 주 모, 강 모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김 모 선생님은 올해 말 정년을 앞두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나무 심기는 시골 출신이라 삽질도 해봤고 나무도 심어봐서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주 모 선생님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네요. 강 모 선생님은 봉사 분야 지도자 경력만 30년 이상 됐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봉사자로 참여하여 보람과 만족을 찾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 사회를 보다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각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며, 각자가 가진 꿈을 키워나가는 50+세대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50+자원봉사단은 50플러스 캠퍼스 교육과정 수료 후 활동이 이어지는 연계형과 사업별로 참여자를 별도 모집하는 공모형으로 나누어 총 27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별 모집정보는 50플러스포털(50plus.or.kr)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는 서울시 50+세대(만 50~64세)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 참여해보고 보람과 만족을 찾는 50+세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50+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swkoo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