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번호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주마다 독특한 디자인과 기호 그리고 슬로건이 눈에 띈다. 햇볕이 풍부한 플로리다주는 햇빛의 주답게 ‘Sunshine State’가 표시되고 라이트형제가 첫 비행을 성공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First in Flight’, 뉴욕주는 ‘Empire State’를 내걸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에는 이곳이 한때 금광의 메카였음을 상기시키듯 ‘Golden State’의 별명이 번호판에 도드라진다. 1848년 새크라멘토강 근처 존 셔터의 제재소에서 금맥이 처음 발견되면서 골드러시의 단초를 제공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부자는 금광에서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었다. 금맥을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니고, 금 광산을 소유한 사람도 아니었다. 황금 광풍으로 대박을 거둔 사람은 대체로 다음 세 부류 인물을 든다.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금을 캐는데 필요한 삽, 곡괭이 등의 도구와 생필품을 선점한 상인 샘 브라이턴, 찢어진 광산 천막을 질긴 바지로 재탄생시켜 청바지의 원조가 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그리고 고향에 송금할 수 있도록 역마차 운송업과 더불어 초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기반을 마련한 헨리 웰스(Henry Wells)와 윌리엄 파고(William Fargo) 형제로 이들을 이끈 것은 ‘금’이었다.
▲ 유튜버를 향하는 50플러스들의 도전
서울 동남권 50플러스들의 커리어 개발의 요람,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성_입문’ 과정을 보니 금광의 데자뷰가 더 중첩된다. 지금까지 이른바 잘나가는 유튜버들의 영상만 시청해온 50플러스 군단들이 디지털 콘텐츠 시대를 맞아 나만의 아이템과 스토리텔링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출사표를 던졌다. 소정의 교육비에 9월 13일부터 10월 14일,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총 10회 30시간의 빡센 교육 일정에도 불구하고 열의가 뜨겁다.
강사는 50플러스가 정보화 미디어 관련 전문 강사로 배출한 문청야 선생으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프로 유튜버이다.
셀카봉이 전부였던 아재들에게 유튜브 주변 장비들은 구미를 당기는 기호품이다. 금광처럼 진짜 부자는 스마트 폰이 아니었다. 웹캠, 룩스패드, 짐벌, 링라이트 등의 세세한 장비에다 여행, 요리, 반려동물, 스포츠는 물론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까지 망라하면 장비와 배움의 계산은 골치 아프다.
아날로그 아재들의 학습 진도는 예상대로 느리다. 그도 그럴 것이 골치 아픈 사이버 거래나 앱, 소셜미디어 거반은 자녀들이나 직원들이 세팅해 준다. 아재들은 그냥 누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둥지 밖으로 나가보니 태반은 본인들이 해야 한다.
▲ 열공하는 김종득 선생님
김종득(62) 선생님 역시 지금까지 한의원에서 다뤄왔던 진단기기를 기반으로 은퇴 이후에는 독자적인 홍보·보급 사업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튜브만큼 가성비 높은 매체도 드물다고 판단하여 열공 중이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대리점이나 새로운 판매망을 개척하여 한방의학에 필요한 제품을 유통하겠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장소를 옮겨 직접 유튜버가 되어 실제로 인터뷰와 실습을 하는 시간. 방송국 스튜디오 못지않은 데스크에 조명도 빵빵하다. 그런데 인터뷰하는 과정에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가 등장했다. 대본도 연습도 없이 청산유수같이 풀어제끼는 말 품세를 보니 그렇다. 목사님이다.
▲ 유튜버 치유 사역을 꿈꾸는 서천석 목사님
서천석 목사(67)는 국내 사역은 물론 해외 파송 선교사로도 섬긴 적이 있다는데 지금은 근처 교회에서 담임목사직 외에도 ‘치유묵상 40일’ 등과 같은 저서와 상담을 통해 꺼져가는 생명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전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만연된 우울과 삶의 피폐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치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 생명을 전파하고 싶어 사이버 기기와 씨름 중인 것이다.
빅블러(Big Blur), 정보통신 발달에 따라 삶의 영역 전반에 걸쳐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과 통섭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 역할, 기업 관심사, 서비스 역할, 비즈니스모델, 산업 장벽, 경쟁 범위 등을 망라하여 동시다발적인 분화와 융화가 펼쳐지는 시대를 따라가자니 50플러스들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50플러스 여학생들은 살아온 이력만큼 유튜브의 소재들도 다양하다. 여행, 스포츠, 반려동물, 요리, 정원 가꾸기 등…. 하지만 남학생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화석이다. 가장의 무게, 그래서 아버지의 술잔에는 늘 눈물과 한숨이 안주로 곁들인다.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 (yphwa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