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50+[뉴딜]인턴십 참여자 인터뷰⑤
50+서울시투자출연기관인턴십 ┃ 서울시120다산콜재단 이명희
120다산콜재단은 서울시의 교통, 수도, 25개 구청 및 보건소 업무 등 서울시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상담과 민원 접수를 도맡고 있는, 서울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관이다. 2017년 출연기관 ‘120다산콜재단’으로 출범한 후에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중장기 혁신사업을 추진하며 대한민국 공공 콜센터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선도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친절하고 정확한 전화상담으로 시민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이명희(만 65세) 인턴을 만나보자.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지금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열심히 도전하고 배우는 인생을 사는 액티브 시니어 이명희입니다. 반갑습니다.
현재 120다산콜센터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120다산콜센터의 업무는 시민 중심 맞춤형 전화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저도 상담사로서 인턴업무를 수행 중인데요. 120다산콜센터의 상담내용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50+인턴은 코로나19를 포함한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관련된 전화상담을 담당합니다. 상담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코로나19 확진과 격리에 따른 행정절차와 의무 사항 이행, PCR 검사, 백신접종 안내 등 코로나 이슈와 관련된 모든 문의 사항들을 경우에 맞게 안내합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 재확산 시즌인지라 전화량이 매우 많은 편입니다. 보건소와 관련된 전화상담은 정말 범위가 넓습니다. 건강검진 및 생애주기별 보건 서비스 안내,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극복을 위한 복지 서비스 안내, 자잘하게는 약국 및 병원 위치 안내 등 시민이 궁금한 사항을 최대한 정확하게 안내해 드리고자 노력 중입니다.
상담과 관련된 업무 경력이 있으신가요? 선생님의 이전 경력과 경험들이 지금 업무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중견그룹의 창업주 비서로 25년간 근무했어요. 상담사와 비서의 직군은 다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센스를 바탕으로 일하며 여러 방면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직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비서 생활을 통해 습관화된 소통능력, 정보수집 기술 등을 유용하게 활용 중이죠. 퇴직 후에는 중국어 특기를 살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활동했는데, 당시 외국인을 응대하며 익힌 눈높이 소통 능력이 이번 상담사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업무 수행 방법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능력들이 요구되며, 어떤 방식으로 상담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가요?
업무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검색 능력과 상황판단력이에요. 시민의 질문에는 '서울시 표준상담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답변드리는데요. 표준상담DB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와 관련해 시민들이 자주 묻는 질문 리스트, 담당 부서나 책임 공무원, 최근 언론보도 자료 등이 한 번에 검색돼요. 정확한 답변을 위해 시민의 질문내용을 잘 파악하여 검색어를 정확하게 입력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상황판단력은 DB에 없는 질문을 받는 경우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데요.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는 상담내용, 예를 들어 민원, 제안, 하소연 등의 전화를 받는 경우 짧은 시간에 적절한 응대법을 판단하여 상황을 대처해야 하기에 상황판단력 또한 중요합니다.
업무 중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실수라기보단 100점짜리 응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빠르게 찾지 못하거나 더 정확한 대답을 드리기 위해 추가 안내 전화를 드리는 경우인데요. 이럴 때 관리자에게 보고하면 적절한 대응방법을 알려주세요. 상담사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눅 들지 않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기도 하고요. 또 시민들도 대부분 이해하고 다시 전화한 뒤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기에 최대한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숙련 과정에서의 미숙함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실수가 발생합니다. 이럴 때 동료분들이 함께 대응해주시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인터뷰 전 만난 직원분이 선생님께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는데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칭찬해주셨다니 감사하네요(웃음).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스스로 업무에 필요한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자면, 상담 기록을 통해 시민이 자주 묻는 키워드를 분석하고 전화가 없을 때 중요 키워드를 DB로 검색하여 관련 답변을 사전에 숙지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을 높여요. 또 이번 업무를 수행하며 시사와 시정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정책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문의가 많기 때문에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챙겨보는 습관을 들였죠. 시민에게 더 친절하고 적절한 응대를 하기 위해 유튜브로 상담심리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해요. 이왕이면 제가 하는 업무를 더 잘 수행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아요.
전화상담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삶에 회의를 느끼고 우울증을 겪는 청년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우울증 상담과 관련된 서울시 정책과 신청 방법을 안내드리면서 마치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격려했던 기억이 나요. 또,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분들의 전화를 응대할 때 관련된 지원 정책을 안내하는 것뿐 아니라 힘든 마음을 들어드리며 진심으로 응원을 전했던 순간도 기억나네요. 시민에게 저의 진심이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상담하며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위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은 모두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반대로 난처한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경우들이 있었으며 어떻게 대응하시는지요.
없을 수 없죠. 지원 정책이 불만족스럽다며 폭언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본인 신세 한탄을 하시며 계속 전화를 안 끊는 분들도 있어요. 최근에는 상담사에게 연결되기 전까지 재생되는 상담사 인권 보호 멘트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며 항의 전화를 몇 번이나 하신 분도 있었죠. 이런 경우 같이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절대 안 되기에 우선 들어드리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려 노력해요.
공공업무를 수행하며 느끼시는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담을 위해 시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 일환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무엇보다 서울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어요(웃음). 120다산콜센터와 같이 시민의 다양한 문의를 신속, 정확 또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허브 채널이 있음으로써 도시와 시민 간의 소통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생각해요. 수어와 외국어 상담도 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양한 상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문자, 챗봇, SNS 상담도 지원하는 것을 보며 저도 서울시민으로서 크게 감동하고 있어요. 또 다양한 계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며 그간 무관심했던 서울시의 고민과 노력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제가 주로 상담하는 보건복지 분야의 여러 지원정책과 공공서비스를 알게 되며 앞으로는 저도 시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서비스를 지혜롭게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데 그간 제가 살아가는 지역에 무관심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됐죠.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50+세대들이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음.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노동'의 개념이 아닌, 각자의 목적을 가진 행위인 거죠. 예를 들어, 현재 함께 인턴업무를 하고 계신 분 중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오신지 얼마 안 된 분이 계세요. 그분은 서울에서 또래 친구를 만들고자 50+인턴십에 지원하셨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정말 친해져서 너무 만족하세요. 또 다른 분은 손주들에게 줄 용돈 버는 목적으로 일하시고, 저는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자 일이든 자원봉사든 어떠한 활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생활비 보조, 자아실현, 취미의 연장선, 건강 유지 등, 50+세대에게 일이란 관성으로 하는 것 보단 각자의 목적을 위한 행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50+세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 또 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20다산콜센터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두 가지를 느꼈어요. 시간제 일자리의 효율성과 전화상담과 같은 시니어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인데요. 50+세대들은 아무래도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집안의 대소사도 많다 보니 하루 8시간 근무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50+인턴십처럼 1일 4시간과 같은 시간제 일자리가 확산된다면 더 많은 시니어가 일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군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20다산콜센터의 전화상담사를 경험하며 공공기관의 전화상담 업무가 시니어와 매칭이 좋은 직군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상담업무는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완급조절이 필요해요. 함께 욱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무례함에 지나치게 상처받지 않아야 하거든요. 말하자면 연륜 있는 시니어들의 삶의 자세와 지혜가 상담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잘 맞는 거죠. 또 시니어들이 공공서비스 노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고요. 이처럼 시니어의 특징과 잘 매칭되는 직업군을 발굴하여 이에 맞는 시니어 인력 양성 및 일자리를 창출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턴십 이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시니어 커리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20다산콜센터 인턴십이 제게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정말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워낙 배우는 것을 좋아해 일전에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이번 인턴십이 끝나면 이 자격증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해요.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게 손 내밀며 남은 인생을 가치 있게 살다 보면 저의 노년도 더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기획·진행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인터뷰·글 윤혜성
사진 정지훈
50+인턴십 사업 ‘서울시투자출연기관인턴십’ 운영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북부캠퍼스팀
*서울50+인턴십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참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모든 사업 참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입장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50+(뉴딜)인턴십
50+세대가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인생 2막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할 기회를, 기업에는 50+세대 전문 인력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입니다. 파트타임형과 풀타임형으로 운영되며, 2022년에는 7개 세부 사업에 300여 명의 50+인턴이 선발되어 현장에서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연재순서>
① 스타트업 시니어 마케터로 일하며 디지털유목민 꿈꿔요.
③ 지역 커뮤니티에서 20대에 멈췄던 직장 생활 다시 해요.
④ 교육 받고 실전 연습하며 꿈꿔왔던 기자에 도전해요.
⑥ 1+1 인생, 취약계층 주거 복지 지원하며 나눔을 실천해요.
⑦ 사무실에선 원더풀 현장에선 파워풀. 열일하는 중장년으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