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로잉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드로잉(drawing)’이란 색을 칠하지 않고 선을 사용해서 그리는 회화 표현이다. 데생, 소묘 등과 같은 뜻으로 쓰이며 여러 도구 중에서 펜(pen)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단색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펜드로잉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구상의 단계라는 의미였으나 점점 드로잉 그 자체가 작업으로 인정받아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드로잉 작품들로만 이뤄진 전시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술이 점차 대중화되고 취미화됨에 따라 드로잉 클래스, 드로잉 카페, 명화 드로잉 등이 주목받으면서 일반인들도 시간만 있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50플러스 세대가 고풍스러운 건물, 예쁜 조형물 등 매력 있고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사진이 아닌 펜 그림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에 부응하여 금천50플러스센터에서는 펜드로잉 강좌를 개설해 기초반과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 금천50플러스센터 전경
학습지원단 류지한 선생님과의 대화
금천50플러스센터 펜드로잉 강의장에서 밤늦게까지 학습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지한 선생님을 만났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21년 IT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류지한이라고 합니다. 동료 퇴직자를 통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되었고 올해 처음으로 보람일자리 학습지원단에 지원하여 금천50플러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 학습지원단 류지한 선생님
학습지원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정년퇴직했지만 2~3개월간 일없이 쉬어보니 지겨워지기도 했고, 다른 일자리도 알아보았지만, 저 같은 퇴직자를 원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간절히 바랐다기보다는 운 좋게 학습지원단으로 선발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센터 일이 처음이다 보니 직장에 처음 출근한 신입사원 같은 기분이었는데 경험 있는 선배 선생님들께서 잘 가르쳐 주시고 배려해 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포털에서 활동일지 쓰는 법 등을 배운 게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매달 보수교육과 자치회의에 참여해서 여러 선생님들과 대화와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학습지원단에서 하시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먼저 담당할 강좌를 배정받으면 시간, 장소, 강의명, 강사, 수강생 등을 파악합니다. 강의 당일에는 담당 PM과 함께 강사와 수강생들의 출석부를 비치하여 참석 여부를 점검하고, 사전·사후 방역도 실시합니다. 특히 최적의 강의를 위해서는 마이크, PC, 프로젝터 등 전자교탁과 장비의 사전 세팅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펜드로잉의 경우 강사의 강의와 함께 드로잉 동영상을 리얼타임으로 스크린에 비추기 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카메라의 초점이 잘 맞지 않으면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이 흐려서 강의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 수업 중 응급상황을 조치하거나 강사와 수강생들의 요청사항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보조 도구들인 물이나 휴지 등을 전달하는 것 등이죠. 강의 내용을 사진 찍고 모니터링 하면서 차후에 반영하는 피드백 작업도 중요한 업무의 하나입니다.
강의가 끝나면 시작과 반대 순서로 정리를 진행합니다. 강의에 쓰였던 전자 장비를 분해하고, 강의장 소등과 문을 잠근 후 강사용 노트북을 담당 PM에게 반납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입니다.
활동 중인 펜드로잉 강의와 강사님에 대해 한마디.
-다른 인문학 강의와 달리 펜드로잉은 물감을 비롯해 준비할 것이 많아 어느 정도 미술적 감각이 있는 분들이 참여하십니다. 저는 이 강좌를 담당하기 전까지는 드로잉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었습니다만, 곁눈질로 또 수강생들과 같이 호흡하다 보니 어느 정도 알게 된 면이 있습니다. 학습지원단으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배정받은 강의를 수강생과 줄곧 함께하면서 뜻밖의 지식 충전과 인문학적 소양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원래 건축을 전공한 펜드로잉 강사님은 건축과 관련한 수많은 스케치를 통해 내공을 쌓아 이제는 강의까지 하게 된 건데, 들어보면 확신에 찬 강의 내용, 2시간을 쉬지 않고 성심성의껏 이론과 실기를 지도하는 모습에 대단한 열정을 느낍니다. 핵심을 쉽게 가르치신다고 할까, 펜을 감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과 수채물감을 입히는 표현방식 등은 탁월합니다.
▲ 펜드로잉 박광희 강사
오늘 ‘펜드로잉’은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의 야간 강좌인데요.
-우리 센터는 강좌 수가 무척 많습니다. 더욱이 주말과 야간 강좌도 다수 있어서 지역민들과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배움에 목마른 분들과 함께 주중에 수업을 듣기 힘든 분들을 고려하면 야간 강좌와 주말 강좌의 열기는 무척 높은 편입니다.
학습지원단 선생님들은 모두가 야간 또는 주말 강좌를 한 개쯤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도 수요일 오후는 시간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급되는 활동비가 부족하지는 않나요?
-그렇습니다. 생계를 목적으로 보람일자리에 참여한다면 활동비가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수입도 없이 집에서 놀아야 하는 괴로운 상황이 연출되지요. 보람일자리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고 최종 취업을 위한 중간지대여서 저를 비롯한 많은 분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학습지원단 사업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질적인 측면이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질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학습지원단의 업무가 주로 담당 PM이나 강사의 보조적인 업무에 머무는 데다가 적은 활동비 역시 퇴직이나 이직 등의 원인이며 애로사항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현재의 일자리가 올해 말로 종료되면 내년에 원점에서 다시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영속적인 근로를 원하는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혹시 재단이나 센터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학습지원단 활동으로 인해 나이,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도치 않았던 여러 공부도 간접적으로나마 하고, 일정한 수입도 생기니 보람 있고 만족스럽습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학습지원단 선생님들은 매주 적어도 2~3일 정도는 센터에 출근해야 하는 관계로 1~2주 단위의 장기 휴가나 개인적인 리프레시 기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융통성 있는 운영방식으로 다른 학습지원단 선생님들께 부담되지 않는 한, 제도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펜드로잉 수업 모습
학습지원단 류지한 선생님과 50플러스 시민기자와의 대화는 취재와 인터뷰를 떠나 시대를 같이하는 동년배로서 서로의 삶과 취미를 응원하는 장시간 대화로 이어졌다. 여가 시간에 산행을 하거나 당구를 친다든지 오랜만에 동료들과 낚시를 간다든지 여유 있는 삶과 늦둥이 자녀의 교육, 학비 마련 문제 등에 관하여…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람일자리와 학습지원단
‘보람일자리’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제2의 전성기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장년층(50~67세)에게 사회공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지원하고자 창안된 사업 명칭이다.
학습지원단은 2018년부터 ‘모더레이터’라는 명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업무는 50플러스 세대의 자기주도형·맞춤형 학습 설계의 지원과 학습 상담, 교육 운영 지원, 모니터링 등이다. 즉, 교육을 통한 제2의 커리어를 모색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사회서비스, 마을, 사회통합, 50플러스 당사자, 문화·안전, 소상공인 등 6개 분야에서 사회공헌 일자리 4,63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수행기관은 50플러스재단을 비롯해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등이다. 그 중 ‘50플러스 당사자’ 사업의 하나인 50플러스 학습지원단은 135명이 선발되어 사업역량 교육과 소양 교육 등을 거친 후 캠퍼스와 센터별로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7명씩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세에서 64세의 중·장년층 세대가 서울시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가장 큰 규모의 인구 집단임에 착안하여, 일과 삶의 조화를 핵심 가치로 그들의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4월 출범했다.
50+시민기자단 정종호 기자 (powerarcd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