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화요일, 불광동 서부캠퍼스에서는 ‘사회적 우정의 회복’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50+의 시간’이 진행되었다. 이 날은 ‘가장 비자연적인 동물, 인간’이라는 주제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님의 강연이 열렸다. 푸근한 인상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정모 관장님은 공룡을 무척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어찌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던지…… ^^

 

이정모 관장은 오래 전 어머니가 환갑이었을 당시, 여든까지 사시라고 덕담을 했지만, 지금은 어머니 연세가 이미 여든이 지나버렸다고 한다. (웃음)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14세 이하보다 65세이상의 어르신이 많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박물관이나 과학관의 초점은 거의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맞춰져 있으나 대상이 없어지고 있다. 학습지 회사 빨간 펜이 점점 축소되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멸종. 이 단어를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 Opabinia, Anomalocaris. Marella, Pikaia 라는 고대 생물들이 있다. 오파비니아는 약 5억 4천만년 전 바다에서 살았다. 이 중 피카이아만 말랑말랑한 껍질을 가지고 있고 다른 생물들은 대부분 딱딱한 껍질이다. 문(division)이 38개나 되는 오파비니아는 친척을 남기지 못하고 멸문을 당했다. 지금 지구에 있었으면 눈이 다섯 개 달리고 집게가 달린 멋진 생물체를 볼 수 있을 것인데…... 반면 피카이아는 어류, 양서류 등 등뼈가 있는 모든 동물들의 조상이 됐고 덕분에 우리 인간도 생겼다. 그렇다고 오파비니아가 멸문이 됐다고 섭섭한가?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들어본 적도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오파비니아 초밥을 못 먹는 정도?

 

 

공룡을 보자. 5-9세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다. 일단 크다. 괴상하게 생기기도 하고 해서 박물관에서 파는 인형도 인기가 있다. 나도 공룡 인형 모으는 게 취미고, 내 돈 써가면서 몽골에 가서 공룡화석을 캐고 해도 내가 공룡과 다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티라노는 육식 공룡, 트리케라톱스는 초식 공룡. 거의 최후의 공룡들인데, 티라노사우루스는 고사하고 만약 트리케라톱스가 지금 살아 있다면 우리는 아예 우유를 먹지 못한다. 젖소가 생기지 못했을 것이다. 

 
 

멸종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고, 그 빈자리는 다른 종의 생물이 자리를 채운다. 멸종은 계속 변화하는 자연 환경에 생명이 적응하는 과정이다. 생태계는 꾸준히 유지된다. 누군가가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Ecological niche. 생태학에서 쓰는 말이다. 생태적 지위(틈새)라고 얘기한다. 호수에 사는 생물들이 각기 다른 틈새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가 유지된다. 복잡한 먹이사슬이 있는데 그 중 한 종이 없어지면 생태계 대혼란이 일어날까? 아무 문제 없다. 그렇지만 많은 종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그것을 대멸종이라 부른다. 5억 4천만년 전 고생대, 지구의 역사에서 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갈 때 생명의 85%가 다 죽었고, 데본기에서 석탄기로 넘어가면서 70%가 멸종됐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광합성이 잘되고 온도가 높아진다. 나무가 뿌리가 깊을 필요가 없으니 허약하고, 나무가 쓰러지나 썩게 할 미생물이 없어서 쌓이고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석탄’이 된다. 고생대가 끝날 때는 95%가 멸종하고 중생대 끝날 때 70% 고양이보다 큰 종류는 다 멸종한다.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고 공룡은 멸종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오해다. 공룡의 후손은 우리 곁에 산다. 새가 그것이다. 큰 공룡은 다 멸종했으나, 작은 공룡 중 부리가 있는 것들은 살아남았다. 환경이 그네들만 먹을 게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공룡은 6,600만년 전에 멸종했다고 하는데, 첫 날부터 멸종한 거다. 멸종하고 생기고, 멸종하고 생기고, 멸종은 다음세대에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오해. 공룡은 미련하게 몸집을 키우다 멸종했다고 하는데 몸집을 키웠기 때문에 1억 6천만년이나 육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 커지면 경쟁이 없어서 안전하기 때문이다. 덩치가 커지면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포유류와 공룡이 같은 시대에 있었는데 포유류는 야행성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귀가 좋아졌다.  


 

다음으로 인류의 긴 여정, 호모 사피엔스를 살펴보자. 쥐와 사람은 7500만년 전 분리됐다. 사람이 다른 영장류와 결정적인 다른 점은 바로 나무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나무에서 내려오려면 엄마 말을 듣지 않아야 한다. (웃음) 지금도 오랑우탄은 못 내려온다. 인간은 침팬지와 DNA가 98.8% 같다. 1.2 % 차이 3,600만 개의 DNA와 1,800만 개 변이가 700만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서 일어났다.

 
 

 

700백만년 전 침팬지와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도구를 사용하고 150만년 전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 150만년 전 불을 발견했으나 불을 피우는 기술은 50만년이 되어야 생겼다. 그 전엔 산불만 기다린 것. 전세계 퍼지는데 20만년이 걸렸다. 불을 피울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추운 데로 이사 간다. 벌레가 적은 곳으로. 또 불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불은 지혜를 전수하는 공간을 만들게 된다. 옛날엔 쓰지 못했던 시간을 쓰게 된다. 참고로, 침팬지는 하루 종일 씹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
 
네안데르탈인은 뇌가 컸으나 인두와 후두 사이가 짧아서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 사실 호모사피엔스는 거인의 어깨에서 시작한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 그것에서 시작했다. (언어가 발달하지 못하면 전수가 안되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호모사피엔스는 바늘귀가 있는 바늘을 발명하는데 빙하기가 닥치자 실을 꿰서 옷을 지어 입고 추위를 견딘다. 네안데르탈인은 손과 발을 가리지 못하고 빙하기 겨울에는 식량 활동을 못했다. 자연스럽게 줄어 들고 멀리 가지 못하니 짝을 짓지 못해 인구가 줄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차이는 수명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생존유지에 급급했고 호모사피엔스는 수명이 길었다.

 

 
 

지구의 생명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6번째 대 멸종 시기가 앞으로 5백년~만년 사이에 온다고 한다. 기원전 만년 전부터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는데 그동안 지구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았는데, 환경을 바꾸는 생명체가 등장한 것이다. (인류 역사의 99.5%는 구석기 시대기 때문에 기원전 만년은 비교적 최근!) 수렵과 채취, 농사, 도시 형성, 산업혁명, 핵실험, 콘크리트, 플라스틱…… 이렇게 변화해 가는데 지금은 모든 지층에서 치킨 뼈와 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유머가 있다. (웃음) 멸종이 있어서 인간이 생긴 것이다.
 
멸종에 이르는 길? 첫 번째가 온도다. 1985년보다 0.85도 올랐다. 대구에서 키우던 사과를 양구에서 키우는 정도. 2도 까지는 서서히 올라가나 그 이후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2도 까지는 멈추려면 멈출 수 있지만 그 뒤로는 불가능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75억명 사람은 한 종이다. 대멸종 시기에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인터스텔라’ 라는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다른 행성을 찾는다. 다른 행성을 찾으려는 에너지와 노력이 있으면 그 노력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살려면 수 만종의 미생물, 식물, 동물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필요하다. 여길 망치고 다른 행성에서 그런 것을 찾을 수 있겠나. 칼 세이건이 말했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 지구에 충성을 바쳐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를 대변합니다.”
 
지구와 자연과 우주를 생각한다. 일 억년 전 공룡이 생각했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구의 나이도 몰랐다. 이름을 가져본 적도 없다. 예쁜 적도 없다. 사람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종이다. 사람이 없었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십 만년 밖에 안됐는데 벌써 멸종 운운하게 된다면 정말 황망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생태계와 함께 공존하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눈에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과 함께 살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은 바로 사람이다. 
  
38억년 지구 생명 나이를 ‘하루’로 축약해 설명하셔서 지금 우리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잘 알 수 있었고, 생전 처음 듣는 고 생명체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지구를 대표하는 종으로서의 인간.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사회적 우정’의 전 지구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