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50+세대 참여와 지속성 강화방안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오랜 숙제는 어떻게 주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주민들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여를 촉진하는 방법은 이해관계를 맞춰나가는 데에 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데 어떻게 관심을 두지 않고 참여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재산이라고 말하니 꼭 돈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재산이면 충분히 사람들은 움직일 것이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경영학 박사

-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경영학 석사 및 경영공학 박사

-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연구장학생 수학,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원 역임

-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편집이사, 국무조정실 정부정책평가위원회 전문위원,

   글로벌에코포럼담양 운영위원, 한국슬로시티본부 전문위원

- 주요 저서: 『지방녹색성장 추진성과 점검 및 지속발전방안(2012, 책임), 『녹색성장과 지역특화 발전(2011, 공저)』 등

 

1. Community revisited: 커뮤니티를 다시 추구하다.

 

최근 필자에게 누군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확산에 대해서 향후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 그 질문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확신이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삶의 모습은 확실히 노동이었다.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소비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노동을 제공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노동을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이 한다고 생각하니, 현대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가치창출의 원천이 자본과 노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경제학의 오랜 명제가 드디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기계노동에 의해 창출된 부가가치로부터 기본소득을 받아야 하고, 사람들은 대신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활동만 하게 되지 않을까? 결국 경제적 가치는 노동기계와 같은 자본과 인간만이 갖는 감성과 창의력의 두 가지 원천으로 귀결되고, 노동기계는 특정 소수의 사적 전유물이 아닌 점차로 공유 혹은 공공의 재화로 남게 될 것이다.

 

필자의 극단적인 미래 상상을 실례로 들어서 황당한 감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기본소득이나 시민자산화와 같은 논의는 최근에도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자본으로부터의 잉여와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기본소득이나 공유자산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자본의 커뮤니티 자산화 혹은 시민자산화가 의미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오너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공유자산을 관리할 거버넌스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로소 현대 시장경제가 돈으로 환산해버린, 그래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눌 필요나 아쉬움이 없어져버린, 이웃끼리의 소통과 대화의 필요성이 다시 회복되는 순간이다. 과거 확실히 삶과 규범은 이웃 간의 관계에 의존하고, 개인의 정체성은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으며, 사회적인 관계와 신뢰는 내외부로부터 오는 각종 현안들과 위기들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사회적으로 안고 있는 난제들도, 정부의 엄청난 재정투자를 통해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이러한 커뮤니티가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가 같은 운명을 지닌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위해 힘을 모은다면 쉽게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미산 공동체와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에서 이러한 희망을 보았다. 물론 이 글은 널리 알려진 그러한 사례들을 재탕하면서 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찬양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그렇게 해야만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등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이자 희망일 뿐이다. 이 글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하나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50+세대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지속성을 갖출까에 대한 고민에 대한 저간의 생각을 요약한 것이다. 답은 이미 언급했다. 공동체 자산화가 그 답이다.

 

 

2. 커뮤니티의 양면성으로서의 응집성과 배타성: 응집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오랜 숙제는 어떻게 주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주민들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많은 지역공동체 운동과 사업에서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목격해 왔다. 주민들은 왜 참여하지 않을까? 필자는 한마디로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해 왔다. 즉 자신의 이해관계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일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가는 것도 쉽지 않고, 마을공동체 등 대부분의 활동들이 공익활동이거나 자원봉사가 많아서 사회적 책임을 느낀 일부 주민들이 지역을 스스로 돌보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지만, 이러한 활동의 개인적인 우선순위는 사실상 높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동네가 재개발된다고 한다면 주민들은 관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임은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그 응집력을 유지한다. 결국 우리는 얼마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가를 응집력의 정도로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이를 확보할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나친 응집력은 회원과 회원이 아닌 사람들을 확실히 구분한 나머지 상당히 배타적이고 집단이기적인 모습을 띠기도 하므로 어떻게 보면 공동체적이지 않거나 공익 혹은 사회적 가치와 충돌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응집력은 운명을 같이하는 개인들을 연대하게 하고, 그 안에서 규범과 룰을 준수하면서 개개인들은 공동체적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설하고, 참여를 촉진하는 방법은 이해관계를 맞춰나가는 데에 있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겠다는데 어떻게 관심을 두지 않고 참여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재산이라고 말하니 꼭 돈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재산이면 충분히 사람들은 움직일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억지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바른 방법이 아니지만,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공동체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논하는 공동체란 지역공동체이고 마을공동체는 그 전형적인 일례라는 점이다. 과거처럼 동네에서 모든 일을 상부상조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에 이해관계가 일치할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할 수 있다. 서로 힘을 합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발견하거나 혹은 잘 몰랐던 동네의 다양한 일들을 같이 찾아나가는 학습과정을 마을의제의 발굴이라고 칭한다. 마을의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이를 추진할까를 같이 논의하는 장이 마을만들기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 공동의 이해관계 발굴과 마을의제화

 

필자는 다양한 마을의제 중 주민들의 이해관계, 특히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오늘날은 시장경제가 고도화되면서 돈만 많으면 사회적 관계망없이 이 모든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어, 이웃이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거나 혹은 나에게 손해나 폐를 끼치지 않으면 다행인 사람들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과거 조선시대와 같이 국가의 공공서비스 제공역량이 현대와 같지 않았던 시기에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확실히 옛날에는 마을단위로 기초생활 인프라들을 관리하고 자급자족의 생존 방식을 취했다. 예컨대 마을 뒷산에서는 식량과 에너지원을 얻었고, 마을 냇가는 빨래터이며, 마을 우물은 상수도였고, 마을 주변의 논과 밭은 생산을 위한 공유자본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인프라들이 유지되지 않으면 생존에 큰 어려움이 있어, 이용 주민들은 지켜야할 규범과 규칙을 만들고 준수해야 했다. 이를 위해 수평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했고, 규범과 규칙을 지킴으로서 마을공동체 일원이라는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사람들 간의 신뢰 또한 있었다.

 

확실히 지금의 마을과 다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공유자원과 공유자산들은 사람들끼리 수평적이며 협력적인 거버넌스를 촉진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복고나 향수가 아니고, 과거에는 무엇 때문에 마을이 존재했는가라는 점을 되짚어보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강조했듯이 그것은 공유자산이다. 공유자산은 그저 자신도 해당 자산에 경제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 자산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도록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망이 지속되고, 서로 남이 아닌 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기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은 지역 주민들에게 고르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을 공동의 힘으로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마을의제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의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강화하는 동태적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공동체는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아울러 이 자산은 시장가치와 무관하게 마을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지역적으로 독특하면 더욱 좋다. 마치 동네의 초등학생들이 우리 동네는 가난하고 보잘 것 없어도, 저는 우리 동네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것만 같은, 지역 주민들만이 누리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 마을만들기는 생활 속에서의 결핍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다. 우리 마을은 무엇이 부족하므로 혹은 필요하므로 공동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것과 같은 마을만들기의 추동요인을 우리는 필요기반 공동체 발전(needs-based community development)’이라 칭하고, 반대로 공유자산으로 인해 공동체가 촉진되는 것을 자산기반 공동체 발전(asset-based community development)’라고 칭한다. 양자는 어쩌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공유자산이라는 물리적, 경제적, 또는 환경적인 가치를 같이 만들고 같이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마을만들기임을 상기해야 한다.

 

 

4.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 추동요인: 마을공동체의 자산화

 

최근 마을공동체 자산화라는 말이 마을활동가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었다. 확실히 최근의 마을공동체 우수사례들을 보면, 마을 공유공간의 확보나 도시재생과 연계한 부동산 자산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부터, 마을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 마을기금이나 시민펀드 등 사례도 풍부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로,

- 제주 중산간의 마을목장의 사유화를 막고 목장 땅을 마을자산으로 풍력발전 회사에 임대하여 연간 10억여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가시리 마을의 사례

- 지역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해서 마을기업을 만들어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마을연금을 주는 정읍 송죽마을의 사례

- 명절때 자매결연 농촌마을에서 특산품을 공동구매하고 주민들에게 판매하여 남긴 수익금으로 마을기금을 만드는 정릉 성북마을기금의 사례

- 창신숭인 및 서울역일대 등 도시재생 사업지구를 중심으로 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협동조합

- 청년 공유공간의 확보 등 시민자산화 시범사업과 시민자산펀드를 추진하고 있는 시흥시의 사례 등 다양하다.

 

이는 마치 옛날 계모임에서 회원 개인들이 납부한 돈을 기금으로 관리하는 것과 같은 마을단위 자조형 연대금융을 상기시킨다. 물론 수익성 자산을 공동소유 혹은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형 마을자산 관리회사, 지역단위 금융협동조합 등과 같은 세련된 형태도 존재하지만, 본질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조적으로 혹은 십시일반으로 자산을 만들고 이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관리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마을공동체 자산은 개인 소유의 재산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를 위한 공동 소유의 재산이 되어야 한다. 이는 소유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활용권이 중요한 것을 의미하고, 어쩌면 우리가 지분이라고 말하는 소유권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마치 마을회관을 지을 때 내가 10만원을 기부했다고, 내가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갈 때 10만원을 환불받거나 혹은 10만원 어치의 마을회관 벽돌을 들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할 때 그 자산의 의미를 갖는 것을 우리는 법적으로 총유재산이라고 부르고, 지분이 없는 공유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지분은 없되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그 수익이나 혜택을 공유하는 자산이란 결국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 한다. 우리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자산을 활용하는 것 보다 소유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지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활용이나 고른 혜택을 생각한다면 자산이란 사용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농촌마을이 해체되면서 마을의 공유자산들을 처분하여 구성원들끼리 1/n로 나눠먹는 행태를 지난 몇 십년간 우리는 많이 관찰해 왔지만, 엄밀히 이것은 공유자산의 사유화일 뿐이다. 공유자산이 처분된 마을은 공유자산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공동체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마을의 자산은 자신이 자식들에게 물려줄 소유재산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사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창출되는 자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마을공동체의 응집성과 지속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고루 활용하고 주민들에게 고른 혜택을 줄 수 있는 자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마을의 공유자산이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공동체가 되고, 나아가 자신의 소속감과 애착심은 물론 이웃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 마을자산은 반드시 높은 시장가치를 가질 필요가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에 우리 마을이 나에게 주는 행복의 원천이 되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