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 열린 교육의 산실, 시민 대학(Volkshohschulen)

독일의 교육은 평생교육과 계속교육의 틀 안에서 모든 국민이 다양한 교육 기회를 누리도록 한다. 의무교육과 대학교육에 집중한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독일의 성인 교육 체계를 살펴보고, 독일 지역 시민을 위한 평생 교육의 장 시민대학(Volkshochschulen)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시민대학의 교육 이념, 교육 내용, 프로그램 현황과 50+세대의 참여 현황을 살펴본다. 국내 50+세대의 교육 환경에 비추어, 연령과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배움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독일 시민대학이 주는 시사점을 찾아본다.

 

조선아

서울50+해외통신원

 

 

1. 독일 성인 교육

 

1.1. 독일 성인 교육의 형태

독일의 교육은 '평생교육(Lenbenslanges Lernen)''계속교육(Weiterbildung)'의 틀 안에서 모든 국민이 다양한 교육 기회를 누리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 성인 교육 학자 Peter Brandt는 일반적 분류법에 적용하자면 독일 교육은 특정'체계(system)'보다'영역(field)'의 개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독일 성인 교육은 이러한 분류에 의해 크게'일반 성인 교육''직업 성인 교육'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한다(Brandt. 2015). 두 분야 모두 교육 현장에서 정규, 비정규 또는 비형식 교육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1.2. 독일 성인 교육 재정 지원

직업 교육과 훈련을 위한 연방 기구 (Federal Institute for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BIBB)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독일 성인 교육에 투입된 공적 지원금은 6백만 유로(한화 약78.1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방 정부 지원금 110만 유로(한화 약14.3억원), 지자체 지원금 130만 유로(한화 약16.9억원), 지역사회 지원금 30만 유로(한화 약3.9억원), 연방 고용 에이전시(Bundesagentur f?r Arbeit) 지원금 340만 유로(한화 약44.2억원)가 포함된다. 최근 들어 독일 성인 교육에 필요한 재정 지원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으나 기관 차원에서의 재정 지원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기초 교육에만 정부차원의 공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교육 형태의 성인 교육은 연방 교육 정책으로부터 최소한의 규제만 받으며 성인 교육 틀 안의 모든 교육은 관련 협회와 국가 교육 기구 또는 교육 관련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독일 성인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방 교육 협회와 국가 교육 기관, 교육 관련 사회단체는 다음과 같다.

 

  

 

 

성인 교육 공급자

직업 교육과 훈련을 위한 연방 기구 BIBB 통계(2008)에 따르면 위에 명시된 정부·비정부 기관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현재 약 25,000개 기관에서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평생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수많은 교육 제반 시설 중에서도 시민 대학(Volkshochschulen, VHS)은 독일의 평생 교육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보편적인 공적 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독일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언제나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민의 교육 받을 권리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기관이 바로 시민 대학이다.

 

2. 지역 시민을 위한 열린 교육의 장 Volkshochschulen

독일의 시민 대학은 19세기 후반 민주화 교육을 목적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하여 현재 독일 내 900개 이상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재정적으로 뒷받침을 받고 있지만 보통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지역 공공 교육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시민 대학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나, 의무 교육에 해당하는 중등 1차 교육 과정을 마친 이후의 성인들의 이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평생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성인 교육 기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2.1. 시민 대학 교육 이념

각 시민대학에서는 특정 성, 연령이나 계층에 치우지지 않은 평등한 교육의 기회 제공이라는 원칙 아래 교육 참여자의 이해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업 방식이나 교수법에 대한 끊임없는 개발, 연구, 현장에서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독일 성인교육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독일 시민 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직업 교육과 교양 교육의 구별이 없는 통합적인 교육을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 대학이 학습자 개개인의 세분화된 학습 욕구가 충족는 동시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민의 지식 함양에도 기여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지점이다.

 

2.2. 교육 내용

교육 내용은 기초 과학과 사회 과학 등 심도 있는 학문에서 공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룬다. 현재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정치, 사회, 환경과 문화, 건강, 언어, 직업, 기초 교육의 6대 분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 비율은 다음과 같다.

  

 

현재 시민 대학에서 제공되는 교육 내용은 1996년 독일 시민협회가 1990년대까지 도입되어 있던 11개 영역을 각 지역 시민대학의 조건을 고려하여 표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시민 대학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 과정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조건과 요구가 상이한 각 지역 시민 대학의 실정에 맞는 여러 가지 강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역 시민 대학은 위에서 언급한 6대 영역의 틀 안에서 개별 지역 시민의 요구에 맞는 세분화된 강의 주제를 개별적으로 선정한다.

 

이러한 교육 내용의 변경에 있어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이 포함하게 된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치, 사회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가 1980년대에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환경 보호와 보존에 대한 교육 내용이 강화되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직업에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추세였으나 최근 몇 년 간 독일 사회 내에 난민이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게 되자 성인 교육의 방향을 난민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3. 교육 프로그램 현황

시민대학의 프로그램은 1962년 토대가 마련된 이래로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다. 특히, 1970년대에 니더작센주의 성인교육법이 만들어진 이후 프로그램 수, 수업 시간, 등록률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등록률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지만 프로그램 수와 수업 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교육의 내용이 다양화, 세분화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 풍부한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학생 중 50+ 세대는 건강 관련 수업을 32.6%의 가장 높은 비율로 수강했고, 그 다음을 문화, 디자인(30%), 직업(26.8%), 정치, 사회, 환경(23.6%), 언어(21.2%), 기초 교육 (7.1%)의 순으로 수강했다. 또한 의무 교육 체계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을 평생 교육 차원에서 제공하는 기초 교육에서 50+ 세대와 65세 이상 연령대의 낮은 수강률을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높아진 50+ 세대의 기초 교육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2.4. 시민 대학의 평생 교육학적 의미

앞서 본 바와 같이 독일 전체의 시민 대학 수강생의 절반 가까이를 50세 이상의 성인 인구가 차지하고 있다. 점점 장년 이상의 성인 수강생이 늘어나는 추세는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이루어진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증가로 인하여 이전에 받은 교육 정도와 상관없이 배움을 이어나가야만 사회 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현대 사회의 특징이 반영된 것일 것이다. 특히 늘어난 여가 시간과 생활의 안정을 기반으로 생애에 걸친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자 하는 요구가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이 여겨지던 성인 세대조차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계속되는 학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령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을 실천하는 시민대학이 독일 사회 속에서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크다.

 

맺음말

의무 교육과 대학 교육에 집중한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 비추어볼 때 연령과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배움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장이 되는 독일 시민 대학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교육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대학 입학에 무게가 실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교육의 대상을 젊은 세대로 한정해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 연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줄이고 나아가 평생 교육의 인식 전환과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연령과 세대, 직업 상태에 관계없이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평생 학습의 인식 부족은 50+세대 교육을 활성화 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둘째, 개인의 취업 상태와 관계없이, 취업 중인 직장인과 은퇴 재취업을 고려하는 50+세대 모두에게 유용한 소프트 스킬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론과 실무에 초점을 맞춘 직업 훈련도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하지만 직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기 관리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을 익힐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하여 질 높은 직장 생활을 누리면서 직장인으로서의 능력을 향상하는 지속적인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기관 차원에서 성인 위주의 평생 학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50+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필요한 행성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독일의 시민 대학에서처럼 다양한 배경의 성인 학습자들이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수강할 수 있는 유연한 형식의 프로그램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독일의 시민 대학 사례는 우리나라 50+교육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풍부한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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