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목) 불광동 서부캠퍼스 큰마루교실에서는 <마이웨이 연기교실> 2회차 수업이 진행되었다. 석 달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자신의 삶을 담은 시나리오로 독백극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수업은 이승기(연극배우, 서부캠 공유사무실 입주자, 한국연국협회 서울지회 은평지부장)님과 민아람 강사의 지도로 진행되었다.
강의는 큰마루교실에 음악이 흐르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한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아에이오우~"
발성과 함께 둘씩 짝을 지어 한 사람은 서 있고 다른 사람은 빗자루가 되어 몸을 쓸어준다. 다음은 등으로 업기. 짝을 믿고 몸을 맡겨야 힘이 빠져서 서로 힘들지 않게 된다.
공간을 자유롭게 걸으면서 내 걸음걸이에 집중하다가 빈 공간 없이 이리저리 메꿔 가며 걷기가 시작되자 모두를 신경 쓰며 걸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주의 흐름같이 걸으라는 민아람 강사의 주문! (음..뭐지?ㅎㅎ 어렵다)
마주치는 사람과 눈인사, 다음은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ㅇ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손가락 마주치기. 이 모든 것을 빈 공간을 채워가면서 해야 한다.
“고여있지 마시고 계속 흘러주세요~” 아주 독특한 걷기의 경험이다.
둘씩 짝을 지어 선물을 주고 받을 것. 일종의 마임인데 선물을 받은 사람은 뚜껑을 열자마자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얘기한다.
그리고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 무엇을 받았는지 얘기한다.
빨간 사과, 20대의 사진, 스위스은행계좌열쇠, 하리보젤리, 프라하행 비행기표, 시원한 아메리카노, 초콜렛 등을 받았고 순간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현재 생각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근데 점심을 제대로 안 드신 분이 많았는지 유난히 음식이 많이 나왔다는……ㅎㅎ
나만의 공을 만들어 옆 사람에게 보내기, 이름을 부르며 공을 보내기 등 서로 이름을 알고 친해지며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잠시 휴식을 갖고 이어진 2부는 이승기님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강의 부제는 <긴장된 여유>. 이 강좌의 끝에 있을 5분 모노로그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에
집중하면서 여유롭고 침착하게. 필요할 때 과감하게 신체를 움직이고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의자라는 소품을 이용해서 서거나 앉아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이런 질문을 받고 5분 동안 얘기를 하라고 한다면 술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5분 모노로그 구성의 실마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이들 키웠던 이야기, 등 떠밀린 인생, 늦게 배운 탱고, 고3엄마,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자작시<어쩌다보니>낭독, 자유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춤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입주자대표가 된 사연, 복지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펭귄과 직장생활의 어려움, 꿈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 뒤 달라진 삶, 타성에 젖은 내 모습, 남편을 처음 만나던 날, 쌍둥이인 나,
치매 시어머니, 담쟁이 시 낭독..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 여기 와서 배운 것만 갖고도 이 강의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라는 말에 수긍이 가는 순간들이었다.남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모습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서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이야기를 반짝반짝 닦아서 무대에 올릴 22개의 인생극장. 서로에게 치유와 감동의 시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사진=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