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꼭 필요한 지지, 공감에 관하여"
여름학기 인생재설계학부 <감정 소통 워크숍> 후기
“저는 저희 손자를 항상 눈높이에 맞추어 안아주는데,
요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들 자립심을 키운다고 안 그러시더라고요.”
“사람들이 아이들의 자립을 혼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위해 필요한 교육은 혼자 서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같이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에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오전 11시, 배움실 2-1에서 진행 중인 감정 소통 워크숍 수업을 찾았습니다.
분명 쉬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정말 쉬는 시간 맞나요?
각자의 경험이 오고가는 가운데 어느 수강생 하나 자리를 뜨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공감’해왔던 걸까?
<감정 소통 워크숍>은 올 여름 야심차게 준비한 인생재설계학부의 강좌명입니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발견하며 정체성을 찾아보는 워크숍 형태의 수업이었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나의 몸과 마음에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그동안 이름 없이 머물러 있던 나의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 주고 하나하나 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수업에서는 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에 관해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공감’과 ‘욕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알고 이해하고 나면 이제 주변, 마을의 다양한 감정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다가옵니다.
가깝게는 늘어가는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해도 그렇죠. 그동안 우리는 그 분들의 상황에 정말 공감해왔던 걸까요?
전성실 강사님은 치매환자의 뇌를 보여주며 다른 뇌의 기능들이 손상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감정을 주관하는 부분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치매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안정감, 익숙함이라는 것은 바로 그 사실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감정이 살아있지만 인지능력이 감퇴되어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의 반응이 그 분들께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익숙함, 안정감을 주어 이분들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치매환작 급격하게 늘어가는 일본에서는 마을, 도시 단위에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매환자에 대한 교육을 미리 실시하고, 이들이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조성해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당2동에서 이런 형태로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우리가 단순히 우리 감정만을 앞세우고 소중히 여기려 할 뿐 아니라,
앞으로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특수성을 가진 이들과 어떻게 감정을 소통하며 살아갈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과는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거예요
이 수업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특히 영상자료를 통해 공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한 영상을 통해 접한 초등학생 아이의 경험에서 상처 받은 마음과 이에 공감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어떠한 사건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가진 아이가 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사과는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라고 한 말은 수강생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방적 사과를 하고, 또 받고 있었던 것일까요?
반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겪는 고통에 관해 이야기 하고 이를 들은 아이들이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그 아이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고
마침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는 순수한 사례를 함께 접한 수강생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눈물이었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논리가 아닌 공감으로 다가가는 감정의 소통이 조금씩 퍼져나간다면
좀 더 좋은 사회, 살만한 세상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강생들은 가까운 가족, 그리고 손자, 손녀들을 생각하며 이 강좌를 통해 적어도 우리의 가까운 다음 세대들에게는
좀 더 열린 마음과 너그러운 삶의 태도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은 쓰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다음으로는 우리의 욕구에 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강사님은 수강생들에게 지난주 다루었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 중 요즘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더위 때문인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짜증, 괴로움, 지루함, 걱정, 외로움...
전성실 강사님은 웃음을 지으며, 이제 그 부정적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더할 것과 뺄 것에 대해 적어보게 했습니다.
수강생들은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면 나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 감정을 더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한결 기분이 나아진 얼굴이었습니다.
감정소통 워크숍,
작은 시도였지만 나의 감정을 알아가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본 수강생들은
앞으로 조금 다른 삶의 자세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2학기에는 전성실 강사님과 함께 다양한 한국영화 속 사례를 통해 행복과 불행에 대한 고찰을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에서 배우는 지혜, <행복해지는 인문학> 수업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