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를 찾아 도전하는 「중장년 모델들의 런웨이」
-
‘배에 힘을 주고, 어깨와 머리는 바르게, 허리도 꼿꼿이 세워주세요~~’ 중장년 모델 프로그램 수업 중 들려오는 강사의 설명이다. 교육실 안은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아무도 소리 내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한 바르지 못한 자세를 교정하고, 개선해 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스스로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는 시간은 몸이 긴장하여 허리와 무릎이 아파져 온다. 아픔도 잊힐 만큼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교육생들은 발동작을 맞추며 걷기도 하고, 모두가 걷다가 턴을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넘쳐난다. 모델 워킹을 배우고, 바른 자세로 걷고, 젊어지는 걸음걸이를 걸어본다.
성북50플러스센터 5층 옥상정원에서 진행된 중장년 모델 패션쇼
성북50플러스센터에서는 50+세대 중장년층이 모델로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도록 ‘중장년 모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입문반을 시작으로 10월 중급반이 마무리되었다. 필자는 10월 21일(목) 패션쇼 발표가 진행되는 성북50플러스센터 5층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무대 위에서는 패션쇼 발표 준비로 리허설이 한창이다.
강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동선을 익히고, 자세 연습을 하면서 교육생들은 이미 수많은 시간을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손동작 하나하나,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에도 정성을 다하여 런웨이를 걷는다. 줄지어 입장하면서 숨어 있는 끼를 발산하고, 자신만의 포즈를 뽐내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모두가 이미 패션모델이었다.
관객 앞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장년 모델들
오후 3시가 되자 옥상정원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 사람 한 사람 무대 뒤에서 나와 앞으로 향해 걷는 발걸음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의 패션쇼는 처음이라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관람객들의 박수에 조금씩 표정이 환해졌다.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더불어 물씬 느껴지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대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4개월 대장정의 마침표를 선보이고 있는 패션쇼
무대를 걷는 중장년 모델들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필자도 한참을 바라다보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는 아니었지만, 런웨이는 패션쇼장인 듯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첫 수업에 참여했을 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4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난 교육생들은 전문 모델이 된듯했다. 도전을 통해 얻게 되는 자신감과 만족감은 자신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마련이다.
관객 앞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는 모델들
엄마로, 아빠로, 평범한 남편이고, 아내였던 분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패션쇼 발표는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지인 몇 명뿐, 많은 사람을 초대할 수 없었다. 발표자들은 더 많은 사람 앞에서 이 시간을 뽐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일상을 찾게 되는 그날 모두가 웃음 지으며 더 크고 화려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중장년, 시니어 모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중급과정을 마친 50+세대는 12월까지 진행되는 고급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중장년 모델로서 재능과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무대에 오른 모든 분들은 중년의 삶을 멋진 도전으로 아름다운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었다. 중장년들이 자신의 가치를 찾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자아를 실현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중장년 모델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50+시민기자단 김미선 기자 (yjwjw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