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전문사회공헌단] '작은도서관 지원사업' 로.로.로. 활동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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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센터 내의 우수 커뮤니티가 축적해온 경력과 특화된 콘텐츠를 활용하고 널리 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50+전문사회공헌단의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을 펼쳤다. 종로구와 그 인근의 작은도서관 이용자(아동~성인)와 작은도서관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분들에게 각 커뮤니티의 특화된 수업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활성화 및 사회 공헌 활동을 지원하고 작은도서관 수준을 높이는 사업이다.
수요처 조사에서 참여 단체 모집과 연결, 직무 교육, 단체별 프로그램 진행을 마치면 11월에 총평가를 하는, 1년에 걸친 장기 사업이다. 이를 위해 센터 내 8개 우수 커뮤니티(총가입 회원 85명)가 선정되었고, 종로구와 그 인근의 작은도서관 12개소가 맺어졌다. 이 중 문화해설사 양성 및 역사 문화 강좌와 답사, 테마 여행 등을 통해 여가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협동조합 ‘로로로(두발로 역사로 문화로)’가 ‘숭인마루 작은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 ‘물길로 알아보는 우리 동네 역사 이야기’ 2회 차 강의를 함께 하며 수업을 스케치해보았다.
▲ ‘로로로’ 도경재 이사장님의 강의 모습
▲ ‘로로로’ 도경재 이사장님의 강의 모습 2
‘물길로 알아보는 우리 동네 역사 이야기’는 한 회 2시간씩 2회 차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한 회차에 두 개 주제를 다루었으니 크게 보아 4개 강의가 진행된 셈이다. 1강은 「한양의 지형과 한양 도성 - 산경도, 산자분수령, 한양의 지형」을 살폈고, 2강은 「한양 그리고 서울을 주제로 - 한양 vs 서울, 한양의 길과 물길」을 공부했다. 즉 한양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시민기자가 참관한 수업은 3강 「한양의 물길 - 백악과 인왕을 흘러내린 물길, 목멱을 흘러내린 물길」, 4강 「우리 동네 물길 이야기 - 사라진 우리 동네 물길, 물길이 품은 역사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대면 수업을 예상하고 기획된 수업이지만, 코로나 상황이 여의찮아 모두 웹엑스를 이용한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다.
▲ 웹엑스 강의 화면
3, 4강은 강의 중 나오는 지역이나 물길 답사를 해보지 않았거나, 현재로의 지형 변화를 잘 모르는 수강자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수강생 모두 1, 2강을 들은 분들이어서인지 메모를 하며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로로’ 이사장 도경재님 강의와 물길 여행을 함께 해본데다, 한양 도성 안 지리는 훤히 꿰고 있는 덕분에, 시민기자는 1, 2강 수업을 듣지 못했음에도 3, 4강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강사님이 워낙 많은 정보와 지식을 펼쳐내므로, 그걸 다 소화하기도, 기록하기도, 기억하기도 힘들었지만.
▲ 한양의 물길
▲ 한양의 물길 2
3강에서는 한양 도성과 도성 내 큰길만 그려진 지도를 띄우고, 예전 물길 하나하나를 새로 그려 넣으며 설명해주셨다. 내 이름도 낯선데다 한양에 이토록 물길이 많고 지류도 복잡했다니, 한양은 거의 하천 동네, 아니 늪지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북에서 남으로 흘러드는 물길과 남에서 흘러드는 물길 모두 청계천으로 합수되었으니 청계천 범람은 당연하지 싶었다. 청계천 범람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시민기자는 왜 한양을 도읍지로 삼았을까? 의문을 가졌다. 강사님은 청계천만 거의 유일하게 범람하여 이곳만 잘 치수하면 되었기에 종로통에 상점가를 둘 수 있었다, 나머지 지형은 높아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부연 설명해주셨다.
▲ 성안 물길 지도
성안 물길 지도가 빽빽하게 완성된 후, 4강 때는 수강자들이 이용하는 ‘숭인마루 작은도서관’ 근처 물길 공부에 들어갔다. 낙산(駱山) 자락에서 발원하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질러 청계천으로 흘러내리던 복차천(伏車川)과 역시 낙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지봉로를 따라 똑바로 내려와 복차천에 합류했던 숭인천(崇仁川)이 그것이다.
▲ 복차천과 숭인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이처럼 물길이 흘렀구나, 하는 것을 알고 나면 그 많던 물길을 왜 다 없앴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다. 30여 년 전부터 수십 차례 드나든 일본은 도심에도 시골에도 크고 작은 내가 흐르고, 심지어 배까지 다녀 여간 정겹지 않았건만. 청계천 복원 이듬해 여름, 시내버스 기사님이 “도심 기온이 3~4도 내려간 걸 느끼겠다.”라며 신기해하셨던 걸 기억하는 시민기자는 복원 흉내만 낸 토막 하천이 아닌, 진짜 내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한양 물길 역사는 물론, 내를 덮고 그 위에 집을 짓고 차가 달리게 할 수밖에 없는 도시 문제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지식 전달 시간이었다.
아쉬운 건 수업 시작 전, 강사님과 수강생 모두의 웹엑스 설치와 음성, 비디오 상황을 점검했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점이다. 강사님이 마이크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소리가 잘 안 들렸고, 수강생들은 비디오를 고정시키지 못해 계속 화면이 흔들리거나 심지어 천정만 보여주고, 음소거를 하지 않아 집안 식구들 소리까지 들리는 등,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 숭인마루 작은도서관 관장님의 감사 인사가 있었고,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되는 ‘로로로’의 답사 프로그램 안내가 있었다.
50+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eastok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