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함께하는 덕수궁 궁궐여행

가을덕수궁을 거닐며 오늘은 나도 시인이어라!”

-

 

참 좋은 계절가을의 초입이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시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 나는 시인과 함께 궁궐여행을 떠난다가을 고궁의 정취를 느끼며 궁궐의 이야기를 듣고시인의 숨결이 깃든 시를 함께 읽은 후 자신의 시 한 편을 지어 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총 2회 구성으로, 1회차는 덕수궁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고궁을 산책하며 고궁의 정취를 느껴보는 탐방 프로그램, 2회차는 강의실에서 시 창작과 함께 시 낭송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시작전+만난+궁궐+강사+이복수+시인+.jpg
▲ 강의 시작 전 만난 시인 이복수 강사님

 

오늘은 2회차 수업으로, 시인이자 역사문화해설사인 이복수 시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으로 향했다덕수궁을 탐방하고 시 창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강생들이 낭송도 하는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내 성향에 딱 맞는 강좌이기도 했으니 수업에 대한 호기심이 먼저 발동했다거기다 계절은 시심 넘치는 가을 아닌가온화한 시인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이복수 시인과 수업 시작 전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중화문+앞에서+궁궐해설.jpg

▲ 중화문 앞에서의 궁궐 해설

 

 

이복수 시인은 2004년 월간지 문학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퇴직 후 서대문 역사문화해설사로 출발궁궐해설사(창경궁덕수궁경복궁북촌)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궁궐 커뮤니티 활동이 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강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해설사에서 강사로의 변신활동은 이렇게 기회의 문이 된다.

 

 

이복수+시인의+궁궐+해설.jpg
▲ 파란 하늘 아래 해설 중인 이복수 강사님



Q. 수강생들과 함께한 덕수궁 탐방은 어땠나요?

A. 가을 하늘과 그 위에 펼쳐진 구름이 궁궐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어요수강생들과 함께 덕수궁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궁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해 주었습니다대한제국 말기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궁이잖아요궁궐 이야기가 담긴 시인의 작품 소개도 하고요가을의 정취도 함께 느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시 창작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요저로서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Q. 오늘은 창작시 낭송도 하게 되나요?

A. 수강하시는 분들의 시 창작이 쉽지는 않으니 부담이 될 듯하네요분위기를 보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먼저 제가 쓴 시들과 시 창작법시인들의 작품시에 담긴 이야기들이 전해질 겁니다.

 

Q. 고궁과 시참 잘 어울리는 소재의 강좌인 것 같습니다.

A.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셨어요제가 알고 있는 고궁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졌으면 하고요더불어 시심도 많이 담고 함께 느껴보려고 합니다.

 

 

이복수+강사님의+덕수궁+산책+화면+리뷰.jpg
▲ 이복수 강사님의 덕수궁 산책 화면 리뷰

 

 

시인의 나지막한 음성에 귀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강좌 시작 시간이 되었다화면에는 단풍 가득한 가을 덕수궁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띄워져 있었다.

 

눈내린+덕수궁+중화전+앙곡.jpg
▲ 눈 내린 덕수궁 중화전 앙곡에 관한 시


덕수궁+석어당.jpg
▲ 덕수궁 석어당 관련 시

 



눈 내린 중화전 앙곡살구꽃 화사한 석어당에 이어서 툭 하고 떨어지는 마로니에 나무의 이야기가 사진으로 전해졌다덕수궁 구석구석이 작가의 시로 탄생되어 읊어진다쓸쓸해서 아름답다는 비 오는 정동길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는 시 구절이 시인의 음성으로 아름답게 낭송된다.

 

덕수궁 돌담길 하면 누구에겐가 추억이 담겨져 있을 법하지 않은가덕수궁의 이야기들이 시에 담겨 표현되고드디어 수강생들의 시 낭송 시간이 이어졌다시 창작 발표는 아니었지만수강생들이 좋아하는 시 몇 편이 대표로 낭송되었다.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시를 읊은 계창민 님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낭송한 최인철 님, ‘’ 이란 시를 읊은 김영미 님의 시 낭송이 차례로 이어졌다학창 시절 문학의 밤에서 시심 가득 안고 시를 읊었던 장면이 이마쥬되어 떠올랐다.

*재현을 뜻하는 image의 프랑스어 발음

 

 

계창민님의+시낭송.jpg
▲ 계창민 님의 "가을은 참 예쁘다" 시 낭송

 

최인철님의+시+낭송.jpg
▲ 최인철 님의 "무엇이 성공인가" 시 낭송

수강생들의 시 낭송이 끝난 후 이복수 시인의 시 창작법에 대한 강의가 계속된다학창 시절 배웠던 다독·다작·다상량좋은 글을 위한 퇴고의 필요성과 유래오랜만에 듣는 얘기들이지만 기억 속에 새롭다역시 좋은 글을 위해서는 많이 읽고많이 쓰고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거기에 지난한 퇴고의 작업이 한편의 좋은 시를 낳는다는 것.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라는 동심초의 첫 구절은 당나라 제일의 여류시인 설도가 지은 춘망사의 제3수에서 나왔다는 설명과 함께 예술가란 족속은 일반 사람보다 조금 더 하염 없는 자라는 릴케의 말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시를 쉽게 쓰려면 초보는 모방하라많이 읽어라메모하는 습관을 지녀라나의(가족)이야기를 먼저 써보라와 함께 재미있고 짧은 모방의 사례를 보여 준다이걸 꼭 기억해두자.


  짝

 

이복수


짝없는 건 서럽다.

양말이 그렇고

젓가락이 그렇다.

나도 그렇다.

 

위 시는 이복수 시인이 아래 나태주 시인의 꽃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여 엄두를 못 내는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모방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좋은 시를 쓰게 된다는 시 창작법을 설명한 대목이다재미있지 않은가시를 어려워하는 이들이여오늘 시심 가득한 날 그대도 모방으로 시작하는 초보 시인이 함 돼보시게!

 

 

김경미님의+정호승+시인+'수선화에게'+시낭송+.jpg
▲ 김영미 님의 "수선화에게" 시 낭송

 

 

강의가 이어지고 수강생들의 마음속에 시심이 가득히 찰 무렵강사는 수강생 중 김영미 님에게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의 낭독을 요청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중략)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쯤 되면 시인의 마음과 내가 하나 됨을 느낀다설명과 이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지그냥 시가 시어 그대로 전해진다.

 

이어서 모두가 한 번쯤은 읽어 봤을 천상병 시인의 귀천과 김춘수 시인의 이 낭송 되고 시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한다는 두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김수영의 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시인 백석과 길상사의 여주인 김영한의 슬픈 로맨스도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강의에서 나온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상세히 적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인과 함께하는 궁궐 수업은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2회차의 짧은 강좌였지만함께한 수강생들의 마음속엔 가을빛 덕수궁의 궁궐 이야기와 함께 시심 가득 채운 시간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문학과 역사에 관한 관심으로 이 강좌를 수강하게 되었다는 김영미 님과 금융전문가로 퇴직 후 가을을 맞아서 지난 삶에 대해 정리도 하는 마음으로 이 수업에 참여했다는 최인철 님궁궐에서 궁 해설도 직접 듣고 시인과 함께 시 낭송에 참여하게 되어 의미 있었다는 계창민 님 등 몇 분의 수업 소감도 기록한다.

 

다음 강좌는 창경궁 이야기라는데 그때는 이 강의 수강자들의 멋진 창작시 한 편씩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가을감성 가득 시심을 불러일으켜 준 이복수 시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이번 주말엔 서울의 고궁을 한번 거닐어 봐야겠다시 한 편은 아니더라도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노래 한 곡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 (try379@hanmail.net)

 

20210601_서울시50플러스재단_시민기자단_웹명함_18명_수정_outline_안종익.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