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데이 클래스 행복 인형이 갑니다」 수업 참관기
-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기반 삼아 활동하는 분들 개별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분들의 수업, 커뮤니티 활동, 사업, 행사도 꾸준히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배우는 게 많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여정이 충실한 분은 인생 후반 마음가짐도 분명하며, 자신만의 콘텐츠에 자부심이 크고, 공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돈이 아닌 보람을 앞세우는 봉사 자세까지 갖추셨기 때문이다. 칭찬거리 많은 분들이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활력 넘치게 만드는데, 이런 분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자세로 무장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직원들 덕이 큼은 물론이다. 상호간 인복이 남다르다 할까.
2017년 6월 1일 출발한 커뮤니티 ‘상상생생인형극단’을 이끄는 김지현님도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기반으로 쑥쑥 성장해가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 중 한 명이다. 워낙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이 많아 숲 해설가로도 활동하는데, 제대로 된 수업을 위해 아트 커뮤니티 공부를 하고, 명상을 배우러 미얀마, 인도 등에 다녀왔으며,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숲을 찾았고, 숲 그림 지도까지 제작했다. ‘상상생생인형극단’ 대표로서의 자격과 노력은 두말할 게 없다. 닥종이 인형, 천연염색, 종이 공예, 짚공예를 배우고, 인형극 대본과 노래 가사를 잘 쓰기 위한 글쓰기 수업에다,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까지 마쳤다. 졸업 작품전을 취재한 기자는 관절이 움직이는 나무 인형에 앙증맞은 옷을 만들어 입힌 걸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부작 목공실’ 수업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봉사 차원의 공연과 회원 각자의 재능을 살리는 활동을 위해 ‘상상생생인형극단’을 협동조합으로 키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김지현 대표. 이제는 홀로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수업이 ‘원데이 클래스 행복 인형이 갑니다’ 였다. 커뮤니티 성장 기획 사업으로 5번의 수업이 열렸는데, ‘상상생생인형극단’ 8명 회원 대부분이 출석해 수업과 보조 강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회원들 각자 자기 몫을 훌륭하게 해주셔서, 단체 역량을 좀 더 확대시켜보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라는 김지현 대표.
4회 차 수업을 맡은 송정숙 회원은 막대인형, 테이블인형 등 인형종류와 인형극 기본 설명 후, 직접 대본을 써서 작은 도서관, 노인복지관 등으로 인형극 공연 봉사를 다니는 ‘상상생생인형극단’을 소개했다. “많은 분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인생 후반을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마음을 담아 두 개 인형을 만들어 하나는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해 행복을 나눠주세요.”라는 수업 취지가 좋아서 참석했다는 참한 수강생들. 미리 재단된 천을 자르고, 가는 바늘로 꿰매고, 그 안에 솜을 넣고, 옷을 만들어 입히고, 머리와 얼굴을 만들어 귀여운 인형을 탄생시켰다. 무아지경이 따로 없었다. “커뮤니티가 주재하는 수업은 커뮤니티끼리 우선 공유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수업 만족도 조사지를 채우던 수강생의 바람이다.
2, 3회 차 진행 강사 윤정희 회원은 가사선생님을 8년밖에 못해 일생 해볼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인형 옷과 인형 만들기, 인형극 공연 등,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젊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개구리 논으로 오세요’ 공연 때 뜨개질로 개구리를 만들어보았는데,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저도 놀랐어요. 그 때부터 저는 뜨개질로 나비, 유충, 꽃 등을 떠서 공연에 활용 합니다. 시간을 무의미하지 않게 보내면서 사회 공헌까지 할 수 있어 기분이 좋고, 회원들과 서로 도와가며 인간관계 맺는 것도 즐겁습니다. 회원들 전직이 다양해서,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해 공연 올리는 전 과정이 우리 안에서 다 해결됩니다. 젊어진 노인 시대에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인형극단에 참여하는 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자신의 이름표를 단, 입이 큰 뜨개질 인형을 손에 끼고 수업에 나서면, 어린이들이 초롱초롱 집중한다며 시연해주신다. “코로나 시기에도 저희는 방역 지침을 따르며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어요. 작은 도서관들 - 지혜의 숲, 신내동 나무그늘, 종로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생태 관련 동화책이나 저희의 창작 동화를 공연했습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자체 사업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러자면 회원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수업 키트 구성품
가장 나이가 어려 총무를 맡았다는 허인실 회원은 수업 진행 사진 찍기는 기본이고,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까지 찍었다. 창작 대본과 동화책, 인형극단 역사를 기록한 노트를 보여주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며 기자를 상대로 홍보에 힘썼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정말 든든한 총무님을 뽑았구나, 했다. “한 달 한 달 아껴가며 살림해야 수업 키트 재료비를 충당할 수 있어요. 일일이 도안 그리고 재단해야 하니 키트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번 원데이 클래스만으로는 기증할 인형 숫자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모두 나와서 열심히 인형을 만듭니다. 코로나로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진 복지관 어르신, 미혼모, 장애인 시설 등에 고루 기증하려고 해요.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기자에게도 하나 만들어보라 하셨는데, 뾰족한 바늘이 무섭고 바느질은 더더욱 싫은 기자는 손을 보태지 못했다.
총무님의 인형 자랑이 이어진다. “인형의 말랑말랑한 감각이 아이들 정서에 좋아서, 조카 손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인형을 만들어 전했어요. 그 인형을 늘 업고 다녀요. (자기 키만한 인형을 두 개나 업은 사진 속 아기 뒷모습이라니!) 말년의 아버님도 제가 만들어드린 인형을 만지작만지작 좋아하셨습니다.” 이처럼 인형은 어른·아이 모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랑스런 동무다. 그래서인지 ‘상상생생인형극단’이 진행하는 수업명도 예쁘다. ‘몽실몽실 양말 인형 만들기’ ‘꼼지락 꼼지락 인형 공방’ '나 닮은 인형 만들기' ‘행복 인형이 갑니다’
50+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eastok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