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쿠엔스(Homo coquens)』, 아빠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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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슴 앓이
50+시민기자로서 첫 취재길, 늘상 지나친 창동역 근처가 새롭게 다가선다. 하루가 다르게 내비게이션이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도심의 풍경도 사뭇 다르다. 괄목상대(刮目相對)! 선비란 모름지기 사흘을 떨어져 있다 만났을 땐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인데도 웃프게 떠오르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어느 대목에 브룩스 영감의 이야기가 나온다. 50년을 감옥에서 복역하면서 완전히 적응된 죄수였던 그에게 당국은 자유라는 삶의 명목을 들어 세상 속으로 보낸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유라는 잠깐의 삶 앞에서 그는 독백한다. 『친구들, 바깥세상에서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움직여, 난 여기가 싫어. 항상 두려움 속에 사는 것에 지쳤어. 여기 있지 않기로 했어. 나 같은 늙은 도둑놈 하나쯤 사라진다고 소란을 피우진 않겠지』하고 낙서를 하고 생을 마감한다.
‘브룩스, 여기 있었다.(Brooks Was Here)’
밥 짓는 아재들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의 첫 취재는 ‘중년남성 요리교실 강좌’ 현장 스케치다. 수줍은 아재 기자로서 ‘중년여성 요리교실 강좌’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저녁 식사 때문에 더 이상 장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Never run to the grocery store for dinner again!)’ 미국인 푸드라이터 매기 틸먼(Maggie Tillman)이 식단(Meal kit)이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주는 한 문장이다.
‘호모 코쿠엔스(Homo coquens)’ *요리하는 인간
그렇다. 돼지 등심으로 스테이크하는 것도 아닌 이태리요리에 도전하는 요섹남들 취재현장. 제철 우리 재료로 차리는 이태리 밥상은 준비에서부터 요리, 시식까지 전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장준우 셰프(chef)역시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였다.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다가 이태리(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에서 제대로 요리수업을 마치고 음식기행을 연재 중이고, 실제 음식점도 운영 중이란다.
5월 12일부터 6월 9일까지, 매주 수요일 10:00-12:00/ 4회로 진행되는 동안 ① 남유럽식 문어 요리와 카포나타(각종 채소를 볶은 이탈리아 전통 요리) ② 마르살라 소스를 곁들인 토종닭 룰라드(달콤한 와인에 졸인 토종닭 말이) ③ 라구 파스타와 푸타네스카 파스타로 만드는 풍미 넘치는 스파게티를 마스터하고 마지막 강좌는 ‘재래돼지 뼈 등심 스테이크와 제철 샐러드’로 맛을 내는 지중해식 요리였다.
집중해서 재료를 준비하고 있는 수강생들
소금에 후추 간을 곁들인 뼈등심 스테이크가 오븐을 달구는 순간, 강의장은 한 편의 차박 풍경이다. 금융업에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임동호(57세)님은 예사롭지 않은 포즈에 사뭇 진지하다.
그렇다. 나이 들어 남자의 멋은 한순간에 필을 꽂힐 때이다. 시계추처럼 집을 나서고 회사에서 일하고 승진 때면 그게 뭐라고 환호하고 좌절했던 기억. 그런 가운데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자리는 늘 뒷자리로 밀렸다. 그는 요리가 재밌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물을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니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소확행이라 했다.
2015년을 ‘아들러’와 ‘용기’ 열풍으로 물들인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한번은 멋진 고백을 했다. 나이 들어 외국의 원서를 번역하는데 예전 같으면 그것으로 교수나 출세의 스펙으로 삼았겠지만 이제는 순전히 알아가는 재미로 즐겁다고 했다. ‘최고(Best)’란 것은 남들과 혹은 과거와 비교해서 성취한 결과물이지만 ‘완벽(perfect)’이란 나만이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자기만족이다.
50+세대, 인생의 연륜에 무엇을 플러스 할 것인가? 다음 요리강좌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 (yphwa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