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남성은 중년 여성보다 더 우울하고 외롭다
중장년 남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중장년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보다 높다. 우리나라 주요 우울장애에 관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우울장애 평생 유병률은 여성(9.1%)이 남성(4.3%)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반면 연령과 성별을 고려한 경우에는 중장년 남성의 우울 수준이 14.33으로 중년 여성의 11.78보다 높은 결과를 보인다.1 이 때문에 중장년기 남성의 우울에 대한 보다 높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50대 남성 1인가구는 사회 안에서 오랜 시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집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50대 자살자의 수는 10년 이상 인구 구성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왔고, 고독사의 수도 50대가 가장많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혼자였다.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50대 1인가구는 이혼, 실직, 퇴직, 빚, 가족과의 불화, 외로움, 우울, 질병, 중독 등으로 인한 삶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 열거한 요인들이 자살이나 고독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요인들이고, 그래서 중장년 남성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므로 상담이 더 간절하고 연대가 필요하지만, 가장 상담실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중장년 남성들은 왜 상담받지 않을까?
1) 중장년 남성들의 상담 회피 경향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다수의 논문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장년 남성은 ①우울을 나약함으로 생각해서 잘 드러내지 않고 ②우울감이라는 감정을 잘 자각하지 못하며 ③우울함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 해결방법을 행동으로 앞세우다 보니 중장년 남성은 상담에 근접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④지금 막 부모의 노후나 자녀의 대학입학·결혼 등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우울을 호소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2
2) 중장년 남성을 위한 상담 적합성 부족
반면 많은 중장년 남성들은 ①젊은 상담원들과의 상담이 별 도움이 되지 않고 ②현실적 문제가 워낙 큰데, 이런 문제는 외면하고 마음의 문제만 다루는 것에 대한 실망이 크며 ③실제로 개별적으로 찾아가 자기 마음의 문을 열어서 대화하기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통적 형태의 1대1 상담방식인 현 접근법에는 자신들이 호의를 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3
중장년 남성의 상담,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중장년 남성이 우울과 자살 등 부정적 인생경험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려면 우선 그들과 만나야 한다. 가벼운 개인적·집단적 만남부터 진지하고 심층적인 만남과 상담에 이르기까지, 가능하고 유용한 만남이 다양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1대1 상담을 고집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없다.
1) 만남의 다층화 및 활동의 다양화4
외국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점검해 본 결과 중장년 남성을 만나는 상담 서비스는 아주 다층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커피 미팅 |
커피 마시고 가면 되고, 커피를 마시면서 정보를 나누는 정도의 미팅 |
• 런치 미팅 |
음식을 제공하거나 혹은 준비해 오거나 해서 중장년 남성들과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미팅 |
• 스포츠 미팅 |
주 단위로 모여서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미팅 |
• 강좌 |
함께 강의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 만남 |
• 인생 이야기 |
함께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미팅 |
• 반려견 미팅 |
본인이 함께 지내는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함께하는 미팅 |
• 생활도움 미팅 |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필요한 생활상의 문제를 나누어서 할 수 있는 미팅 |
• 작업장 미팅 |
남성들이 공구나 도구를 사용해 목공이나 철공 혹은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미팅 |
1대1 상담 중심의 사업에서 다양한 층위의 프로그램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고, 집단을 이루어 구성해 주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 면담보다는 집단 면담, 상담가만큼이나 도움이 되는 형님 멘토가 있을 수 있다.
개인 면담의 부담을 피하고 싶어 하는 중장년 남성은 자신들의 또래 무리라고 할 수 있는 집단 면담 안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집단 면담이나 교육에 기반한 집단토의에서는 활동을 활발히 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가들에 의해 주도되기보다는 멘토 혹은 또래들의 튜터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2) 중장년 남성 특성 인지적 접근이 중요하다!
‘늙은 남성을 어디 갖다 쓰느냐’라거나 ‘노후준비가 안 된, 능력 없는 남자는 쓸모가 없다’라는 등의 생각을 스스로 하는 경우도 많다. 중장년 남성의 심리는 어둡고 주름지고 기운이 없는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많은 경우 ①성적인 능력을 포함한 건강한 남성다움을 잃었다고 지나치게 생각하고 ②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신의 기능이나 역할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며 ③중장년 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고 자신의 롤모델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중년 남성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된 ‘자기상’이나 중장년 남성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모델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므로 위축되고 예민하면서 분노발작을 간간이 일으키는 중장년 남성에 대한 특성을 잘 알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중장년 남성에 대해서는 ‘성 역할’ 인지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3) 중장년 남성 그들만의 공간이 절실하다.5
영국에서 진행되는 Men’s Shed(남성들의 작업장)는 남성들이 함께 편안히 모여서 차를 마시고 목공도 하고, 기타 다른 작업들과 함께 사회적 기여나 참여를 할 수 있는 봉사활동과도 연계가 되는 곳이다. 혼자서는 부끄럼이 커서 활동이 어려운, 심리적으로 위축된 퇴직 혹은 실직 중년 남성들이나 경계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고립되거나 외로운 중장년 남성들 등이 모여서 작업과 활동을 논의한다. 이곳에서는 자살예방을 포함해 건강한 중장년 남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더불어 합창단·밴드 등이 결성돼 공연을 하거나,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을 해서 전시회를 하고 작품 판매를 하기도 한다. 이런 남성들의 공간 안에서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새롭게 되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일랜드와 영국 등에서 나온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타이틀로 돼 있다.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을 위한 희망
우리는 중장년 남성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남성 특성을 ‘성 역할’ 인지적 접근에서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필요와 도움의 요청을 들어야 한다. 더불어 중장년 남성이 겪는 인생의 큰 위기, 지위의 상실, 깊은 슬픔, 외로움과 사회적 단절에 대한 위협감, 노인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 등에 대한 이해 속에서 그들의 생명연장이 왜 어려운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년 남성 친화적 공간의 필요,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위한 활동의 자리, 이것은 아주 시급하다.
1 김옥수, 김애정, 김선화, 백성희, 양경미(2003). 청·중년층의 피로, 우울, 수면에 관한 연구. 한국간호과학회, 33(5), 618-624
2 안미경(2018). 50대 중년남성의 우울 경험에 대한 탐구. 한국 질적탐구, 4(3), 165-199
4 김현수(2021). 서울시 중장년 남성 자살예방 토론회 자료
5 Mental Health Forum In Ireland (2018). Middle-aged men and suicide in ireland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