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카이브는 50+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온갖 정보를 정리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하루 동안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모두 몇 개일까요. 무려 2천만 개라고 합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매달 1290억 개의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회용 마스크의 주재료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이어서 땅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데 450년이 필요하다고 하고요. 모두 잘 가늠이 안 되는 숫자들입니다.
마스크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쇼핑 이용과 배달 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과 포장 용기 사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죠.
쓰레기 문제는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환경 이슈입니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누구나 해결을 위해 나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미있는 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려 깊은 소비자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즐겁게 동참할 수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플라스틱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잘 썩지 않아서 땅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바다에까지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주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 중을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방송사의 보도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빗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땅에서 잘 썩는다는 이유로 대안 소재로 주목을 받았던 생분해 플라스틱이 실제로는 기존 플라스틱과 큰 차이 없이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처리 과정에서 소각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국내에서는 매립된다고 해도 분해에 필요한 환경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경에 부담을 주는 자재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폐기물로 배출되는 양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불필요한 포장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플라스틱과 같은 폐기물의 배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과자 회사는 비닐 포장 안에 들어가던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트레이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음료 회사는 라벨을 없앤 생수를 출시한 뒤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음료군까지 무라벨 정책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이러한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기업들이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가도록 하는 소비자 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세제, 샴푸, 화장품 등을 구매할 때 용기는 빼고 내용물만 구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의 등장입니다. 리필 스테이션을 찾는 소비자는 스스로 내용물을 담을 용기를 지참해서 매장을 방문해야 합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2016년 국내에 첫 리필 스테이션이 등장했고, 현재는 전국에서 90여 곳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리필 스테이션은 무포장 가게, 혹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숍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는 각기 달라도 이러한 가게들은 모두 불필요한 포장이나 용기를 제거한 채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아직은 많은 가게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판매할 물건을 공급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국 제로 웨이스트 숍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50+세대라면 직접 제로 웨이스트 숍 운영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경제적인 보상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 아이템이자 사람들의 공감에 기반한 사회 운동으로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입니다. 아래의 링크를 방문해 보세요.
소규모 제로웨이스트숍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클릭)
쓰레기로 할 수 있는 일
재활용에 새활용으로, 리사이클링에서 업사이클링으로 자주 쓰이는 용어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폐기하지 않기 위해 다시 쓰는 게 아니라, 다시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요. 그저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정말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은 시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시스템 아래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수거한 뒤 가공해 열쇠고리, 컵 받침 등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판매하기도 하고, 플라스틱을 모아 온 시민에게 리워드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프레셔스 플라스틱이라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하나의 산업으로 확장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수강하고, 전국의 폐플라스틱 수거 공간과 제조 업체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이전의 일입니다. 이미 수십 년의 역사가 축적된 만큼 시장에서는 많은 기업이 정말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울새활용플라자가 운영하는 서울새활용스토어는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표방하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가구에서 문구, 반려동물용품, 인테리어 소품, 의류,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17년에 문을 연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성동구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업사이클링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공방, 소재 은행, 창업 기업 입주 공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이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서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향후에는 업사이클링과 관련된 직업군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1세대 업사이클링 기업인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기관에게 업사이클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함께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추진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부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들 사이에서 산업 폐기물을 어떻게 줄이고 적절히 활용할 것인가는 계속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폐자원 수거, 업사이클링 제품의 생산·유통·판매를 위한 전문 인력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쓰레기가 새로운 직업 세계의 문마저 활짝 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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